핵발전의 안전 신화는 후쿠시마 사고로 무너졌다. 그 지옥 같은 현실을 보고서도 여전히 핵발전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핵발전은 경제적이다’는 또 하나의 신화는 어떨까? 후쿠시마 사고를 경험한 일본에서 이 ‘핵의 경제성’이란 신화를 깨기 위해 맞붙고 있는 교수가 있다. 오시마 켄이치(大島堅一, 리츠메이칸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다. 지난 8월 22일(금) 학교 앞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오하라 츠나키(이하, 오하라) : 오늘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먼저 오시마 교수가 핵발전의 비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동기에 대해 말해 주세요.
오시마 켄이치(이하, 오시마) : 핵발전의 비용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것은 대학원 석사논문을 썼을 때부터입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해 살펴보던 중 핵발전이라는 것이 국가의 관여 없이는 불가능한 에너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가 에너지 재정 중 대부분이 핵발전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놀랐습니다. 더구나 이런 것들이 핵발전 비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욱 의구심이 들었고요. 그 후 고(故) 다카기 진자부로 씨(前, 일본원자력자료정보실 대표)로부터 그 부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봐달라고 부탁받은 것도 연구를 진척시키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제일 핵발전소가 많은 지역인 후쿠이현 출신이라는 것도 이 연구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오하라 : 핵발전 추진파들은 핵발전이 제일 값싼 에너지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화력이나 천연가스보다 훨씬 싸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인데요, 오시마 교수는 그 주장의 허구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오시마 : 지금까지 정부나 전력회사가 주장해온 핵 발전 비용은 순수하게 발전에 필요한 연료비와 건설비, 유지비 등의 발전 비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진짜 비용을 알기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사회적 비용’이란 구체적으로 정책비용과 사고비용입니다. 정책비용은 핵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연구개발 비용과 입지 선정 비용(갈등, 보상 등)으로 나눠집니다. 이것은 세금으로 국민이 부담하고 있고 전기요금을 통해 납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까지 포함해야 핵 발전의 진짜 비용을 알 수 있고, 또 그럴 경우 핵 발전은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점을 계속 주장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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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내용 |
발전 비용 |
발전에 직접 필요한 비용 |
연료비, 건설비, 운전유지비 등 |
백엔드(back-end) 비용 |
사용후핵연료,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 시설 폐쇄비용 | |
사회적 비용 |
정책비용 |
연구개발비용, 입지대책비용 |
사고비용 |
사고수습 비용, 손해배상비용 |
『핵발전은 역시 경제적이지 않다(오시마 켄이치)』 참고
오하라 : 오시마 교수의 이런 주장이 주목을 받게 된 시점은?
오시마 : 후쿠시마 사고 이후부터입니다. 그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부분이었지만 사고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의 허구성에 대해 주목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연구실 전화기에 불이 날 정도로 많은 언론, 기관 등에서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정부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부는 사고 이후 ‘코스트 등 검증위원회’를 발족시켰습니다. 핵발전의 코스트(비용, cost)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자는 것이 이 위원회의 목적이었습니다. 저도 이 위원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논의 결과 ‘정책비용(연구개발, 입지 선정 비용)에다 사고비용까지 포함한 사회적 비용을 핵발전 비용으로 합산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통일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합의된 핵발전 비용이 8.9엔/kWh 입니다. 그 전까지 고정적으로 사용되어 온 핵발전 비용 5.3엔/kWh를 훨씬 뛰어 넘는 금액이 산정된 겁니다. 제가 그 동안 주장해온 핵발전의 진짜 비용이 공식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된 셈이지요.
오하라 : 오시마 교수는 핵 발전 비용을 말할 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 대책 비용에 대해서도 원래 부담해야 할 사람이 부담하고 있지 않는 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오시마 : 그렇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대책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은 국민입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부는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법을 만들어 파탄 상태에 빠진 도쿄전력을 구제했습니다. 국민은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사고 수습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의 비용이 싸냐 비싸냐도 물론 중요한 쟁점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런 비용을 누가 지불하고 있느냐는 구조적인 부분입니다. 사고를 낸 곳은 도쿄전력입니다. 그 장본인이 아닌 국민이 부담하는 구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떤 공해문제를 봐도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폐기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핵발전만 온갖 특별대우를 국가로부터 받고 있는 것입니다.
오하라 : 오시마 교수는 핵발전의 ‘백엔드 비용’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다. 설명을 듣고 싶다.
오시마 : 정부는 백엔드 비용(사용후핵연료 및 핵폐기물 처리 비용)을 18조8800억엔(약 19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금액은 2006년도부터 전기요금에 포함해 징수하고 있습니다만, 전기요금 명세표에는 그 항목이 기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가구당 약 월 180엔씩 부담하고 있는 셈이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사실에 대해 잘 모릅니다. 18조8800억엔이라고 하는 금액은 거액이지만, 이 금액은 더 늘어날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금액입니다. 특히 그 중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비용에 11조엔이 책정되고 있지만, 이 금액은 롯카쇼 재처리공장에서 처리 가능한 분량의 예산입니다. 실제로 롯카쇼 공장만으로 일본에 쌓여 있는 모든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모두 처리하려면 롯카쇼 공장을 하나 더 건설해야 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예산도 두 배로 늘어납니다. 일본정부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서 사용하는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채택하고 있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만약에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포기한다면 재처리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러면 그만큼 ‘백엔드 비용’도 삭감할 수 있습니다.
오하라 : 최근, 핵발전 비용에 대해 새로 발표한 내용이 있다고 들었다.
오시마 :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지 3년 이상이 지났지만, 도쿄전력을 구제하고 그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움직임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사고 대책 비용은 약 11조1000억엔에 달하고, 그것을 누가 어떤 형태로 부담하는지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11조 1000억엔이라는 사고 비용을 전제로 핵발전의 비용을 다시 산정했습니다. 현재 핵발전소 재가동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지만, 내년에 43기가 재가동해 수명 40년으로 폐쇄한다는 조건 하에 계산하면 그 금액은 11.4엔/kWh에 달합니다. 석탄화력 10.3엔/kWh, LNG 10.9엔/kWh 보다 비쌉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비용과 부담 전가 형태
사고비용 |
금액 |
부담 전가 형태 | |
손해배상비용 |
손해배상 |
4조 9,088억엔 |
주로 전기요금으로 전력소비자가 부담 |
배상대응비용 |
777억엔 | ||
원상회복비용 |
제염비용 |
2조 4,800억엔 |
원자력손해배상지원기구가 보유하는 도쿄전력 주식 매각 |
중간저장시설 |
1조 600억엔 |
국비투입(국민 부담) | |
사고수습, 폐쇄비용 |
2조 1,675억엔 |
전기요금으로 전력 소비자가 부담 | |
사고대응비용(제염작업 외) |
3,878억엔 |
국가 예산 | |
합계 |
11조 819억엔 |
|
일본 『환경과공해』 7월호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오시마 켄이치·요케모토 도시후미)’ 참고
오하라 : 핵 없는 세상을 위해 향후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먼저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사고의 정보를 정확하게 국민에게 알리고 모두가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토대로 국민적인 의논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국 분들에게는 고향을 잃는다는 것, 그 어떤 것에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대해 상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핵발전 비용을 연구하고 있지만, 소중한 것은 결코 돈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발행일 : 2014.9.1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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