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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전북교육청탈핵교재 집필위원장 김영진 교사

학교에서 탈핵 교재로 탈핵을 가르치게 되다

국내 최초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 발간

인터뷰 전북교육청 탈핵 교재 집필위원장 김영진 교사

 

오하라 츠나키·윤종호 편집위원

 


 

지난 1월 말 전라북도교육청이 국내 최초로 학교 교육용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를 발간했다. 이 탈핵 교재는 발행되자마자 탈핵 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과 많은 시민들로부터 높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사회 변화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교육계의 특성을 고려할 때 획기적인 성과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재 제목에 탈핵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 탈핵이란 용어가 관공서 차원에서 처음으로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평가도 들린다. 탈핵신문은 설 직전인 지난 216, 탈핵 교재를 발간한 뒤 후속 모임으로 전북과 전남의 경계에 있는 영광 핵발전소 현장 답사에 나선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집필위원들과 동행하였다. 동행 과정에서 이 교재 집필위원장 김영진 교사(군산영광고등학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탈핵 교재를 만든 동기와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한국에서도 핵발전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교과서를 살펴보면, 핵발전은 안전하고,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이런 교육 현실을 개선해 보자는 생각으로 지지난해 9월경 탈핵전북연대가 전북교육청에 탈핵 교재 발간을 제의하였지요. 탈핵전북연대는 전북 지역 환경단체, 교육단체, 종교단체, 생협 등이 모여 만든 연대 단체입니다. 이 요구에 김승환 교육감께서 응해 주셔서 이 귀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함께했나요?

=현직 교사 7명과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윤종호 <탈핵신문> 편집위원장 모두 9명이 집필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감수는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대), 윤순진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최무영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께서 해 주셨습니다.

 

탈핵 교재를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책을 완성하는 데 1년 걸렸습니다. 이 분야 전문가 한두 사람이 집필했으면 더 빨리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현직 교사들이 학생들의 눈높이를 고려하면서 쓰고 깁고 다듬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기존 탈핵 관련 책들이 너무 어렵고 두꺼워 일반인들이 읽으려 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쉽고 얇은 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며 만들어서인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교재가 된 듯합니다. 저희들의 이런 작은 노력이 우리가 탈핵 세상으로 가는 데 디딤돌 하나 놓는 일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탈핵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공부하지 않나요?

=체르노빌을 경험하고도 후쿠시마를 보고도 대한민국 교실에서는 을 공부하지 않습니다. ‘핵발전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저런 디스토피아를 보고 어떻게 침묵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지요. 이렇게 학교는 현실에서 너무 멉니다. 우리 교육이 짙은 무채색을 띠고 있는 이유는 학교가 아이들과 그들의 사회를 절연시키는 일에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거개의 교실에서 현실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부수적이거나 아예 공부목록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이 거세된 교실에서 을 위한 교육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험을 통해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후쿠시마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우리의 현실은 교육의 부재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언제 한번 제대로 자기가 사는 세상의 속살을 본 적이 없고, 또 배워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를 학교는 걱정해야 합니다. 이런 공부를 해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그 많은 세월 헛공부했다는 자괴감을 느낄 때, 가르치라는 대로 가르쳤다고 변명이나 해 대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최초 학교 교육용 탈핵 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가 닿으려는 노력의 소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재의 마지막 장 제목인 핵발전의 대안은 탈핵이다는 말이 인상적인데요.

=핵발전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핵발전에 찬성하는 이들은 핵발전은 안전하다며 그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터진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이후 핵발전의 안전성은 크게 의심받고 있습니다. 그토록 안전하다고 하던 핵발전소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핵발전의 대안이 없다며 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핵발전소의 개수는 더는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핵발전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말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인간의 과학기술로는 감당할 수 없는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대안 운운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일이지요. 우리 옆에 있는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일, 그 일이 바로 탈핵입니다. 에너지 수요를 줄여 나가야 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와 지역 분산형 에너지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을 통해 우리도 탈핵을 이룰 수 있습니다. 탈핵은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과 인류 전체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에 살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입니다. 핵발전은 안전할 때 멈추어야 합니다. 사고가 난 뒤에는 늦습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난 뒤 핵발전을 멈추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늦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핵발전, 지금 멈추어야 합니다. 탈핵, 지금이어야 합니다.

 

이 교재를 이용할 교사들에게 부탁할 말씀은?

=학교 현장에서 이 탈핵 교재를 매개로 체계적인 탈핵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 우리 교사들이 앞장섰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319일에 도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탈핵 교재 활용 방안 연수를 하게 됩니다. 거기서도 이런 부탁을 드릴 예정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해 주지 못하면서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운운하며 교단에 서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잖아요.

 

우리나라 최초의 학교 교육용 탈핵 교재 집필자로서 더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 주시지요.

=탈핵을 말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탈핵이 가능해집니다. 이 교재를 다른 시도교육청들이 가져다 썼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학교들이 이 교재를 이용해 아이들에게 탈핵을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탈핵을 말하지 않는 교육은 공허합니다. 지금 탈핵을 말하지 않는 모든 지식은 거짓입니다. 개혁을 하고 혁신을 하면 뭐하겠습니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만들면 뭐하겠습니까? 복지사회를 만들고 사람 사는 세상 만들면 또 뭐하겠습니까? 핵발전소 하나 터지면 그 모든 것 잃어버리는데요. 그 어떤 아름다운 가치도 그 어떤 화려한 미래도 핵발전소 대형사고 하나 나면 끝납니다. 그래서입니다. 지금 탈핵을 말하지 않는 교육은 장식품입니다. 지금 탈핵을 말하지 않는 모든 지식은 장식품입니다.

 

발행일 : 20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