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에 탈핵을 위한 시민단체 연대모임인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순천시민연대’(이하, 순천시민연대)가 활동 중이다. 순천은 영광핵발전소에서도 부산 고리핵발전소에서도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인구 28만명의 규모의 중소도시이다. 탈핵신문은 어떤 계기로 순천에 탈핵모임이 구성됐고, 그 동안 어떤 활동을 진행해왔는지, 4월 24일(금) 오후, 박종택 공동대표를 찾아가 순천 아이쿱 자연드림 연향점에서 이야기를 나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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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곡성에서 태어나 초·중학교 시절까지 다니다가 광주로 올라가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 후 다시 전라남도 여수로 내려와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1989년 전교조가 결성되는 과정에서 전국 1627명의 교사들이 해직 당했는데,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4년 반의 투쟁 끝에 복직되어 2009년 2월에 명예 퇴직할 때까지 교사로 근무했다.
퇴직 후에는 인간답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시간적, 정신적 여유도 생겼고, 교육운동 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시민운동을 접할 기회도 생겼다.
순천시민연대가 만들어진 계기는?
모태는 녹색평론 독자모임이다. 독자모임이 2005년쯤 순천에 생겼고, 나도 창간호부터 구독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함께했다. 격주로 만나면서 사회적, 정치적, 환경생태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왔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우리끼리 공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탈핵모임을 만들어 더 집중적으로 논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순천은 영광과 고리 핵발전소에서 거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은 아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온다는 것을 후쿠시마 사태를 통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순천에 있는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16개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해 2012년 초에 순천시민연대를 결성했다. 순천광장신문 기자이자, 현재 순천아이쿱생협 이사장인 박경숙 씨가 사무국장이 되어 그 일에 주력했다.
그간 어떤 활동을 진행했는지?
먼저 핵에 대한 시민교육, 홍보활동을 시작했다. 핵발전의 문제점에 대해 순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2년 집중적으로 강연회를 개최했고, 대략 10회 정도 전국의 탈핵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고 효과가 컸다.
두 번째로 ‘생태수도’를 표방하고 있는 순천시에 걸맞는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2012년 11월 순천시장과 면담하면서, 탈핵도시선언을 하도록 촉구했다. 이미 그 해 2월에 전국 45개 지방자치단체가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도시선언’을 한 상태였지만, 지금이라도 순천시가 선언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순천시장에게 권유했다. 그 결과 바로 11월 21일 순천시도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시를 선언했다. 우리의 노력으로 순천시는 전국에서 46번째로 탈핵도시가 된 셈이었다. 보람이 컸다.
그냥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제도적 정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조례 제정을 제안했다. 워크숍, 토론회 등을 거쳐 결국 2013년 7월 15일 ‘순천시 지속가능한 에너지 조례’가 제정되었다.
그 동안 순천시와는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긴장도 있었다.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에 맞춰 개최된 순천하늘빛축제 때 일이다.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사업이었지만, 빛 공해, 전력낭비, 예산낭비 등 에너지조례를 제정한 순천시에 적절하지 않은 사업이었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순천시민연대를 비롯해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문제제기했고, 결국 주말에만 개최하는 것으로 시와 타협했다.
작년에는 탈핵강사단 양성을 위한 사업도 진행했다. 유명인사들의 탈핵강연도 좋지만, 지역에서 필요한 강사단을 육성하고 교육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명의 강사단이 격주로 만나 탈핵에 관한 공부를 했다. 마침 전남환경운동연합이 전남도교육청과 교섭해 도내 초·중학교에서 ‘에너지, 탈핵교육’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졌고, 작년 하반기에 40여개 학교에서 현장 탈핵교육을 진행하며 활동했다.
향후 활동 계획은?
순천시장은 올해 중점 시정으로 ‘에너지 전환도시, 에너지 자립도시’를 선정하고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대단히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주어, 2014년 12월부터 3개월 동안 연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순천시 지역에너지 계획수립 보고서’가 올 초 완성되었다. 이를 토대로 4월11일에 ‘순천시 에너지기본기획’이 수립되기도 했다.
순천시민연대도 이 계획에 적극 참여해 대시민교육과 홍보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탈핵 강사단 확대도 앞으로 더욱 중요한 사업이 될 것 같다. 작년에 진행한 전남도교육청 ‘탈핵에너지교육’이 올해도 계속된다면 강사단의 역량을 더욱 강화시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탈핵에 대한 순천 시민들의 반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핵발전소가 가지는 문제가 크다는 점에서 많은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각 가지 사건·사고들이 연속적으로 터지고 있는 현실에서, 시민들이 면역이 생기는 것 같다. 핵문제도 마찬가지다. 계속 생각하면 사는 재미도 없고 심리적으로 너무나 힘들어서 자꾸 회피하고 싶은 방어의식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 시민들의 마음을 누군가가 꾸준히 환기시켜줄 필요가 있다. 모임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단체 활동가들이 개별 분야 활동에 매몰되다보니 지속적으로 탈핵문제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꾸준한 노력과 동시에 학습의 공유가 필요하다. 공부모임은 내부의 결속과 열성을 지속시키는데 유효한 수단이라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년 세월호 사고 때 대처할 방법도 없이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무능한 모습을 보고 모든 국민이 통탄했다. ‘만약 이것이 핵발전소 사고였다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핵발전소 사고는 절대로 나면 안 된다. 한번 나버리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국회 차원에서 ‘핵발전안전특별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가, 학계, 재야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전국 24개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점검 등의 암행을 수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 암행어사처럼 말이다. 핵발전소가 있는 한 우리는 안심하고 살 수가 없다. 국회차원의 움직임과 함께 시민들이 참여하는 운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하라 츠나키·윤종호 편집위원
2015년 5월호 (제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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