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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핵 없는 세상을 만드는 충북사람들, 정호선 씨

불안·공포, 오래 못 간다탈핵운동, 함께하는 사람들과 더 재미있게!

 

충청북도 청주에서 소박하지만 알찬 탈핵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그 하나의 결실로 충북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가 곧 제정될 예정이다. 탈핵신문은 지난 527() 충북도청 앞 커피숍에서 핵 없는 세상을 만드는 충북사람들정호선 씨를 만났다.

 

 탈핵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청주에서 사는 초등학생 두 아이의 엄마이다. 그 동안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최근 6~7년은 특히 에너지전환 문제에 관심이 많아, 서울 등 여러 곳을 다니며 공부를 했다. 그 와중에 2011년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가 났다. 이 사고를 계기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탈핵이라고 느꼈다.

서울에서 진행하는 탈핵학교(2012) 1기생으로 참여했고, 같은 해 11월 청주에서 네 강좌로 구성된 탈핵학교를 열었다. 그 수강생들과 함께 2013핵 없는 세상을 만드는 충북사람들모임을 만들었다. 현재는 그 모임 카페지기이자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을 위한 충북사람들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동안 어떻게 탈핵 활동을 전개해왔나?

대중 강좌, 영화제,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에게 탈핵을 홍보해왔다. 스스로 강사가 되어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함께하는 분들과 매주 목요일마다 거리에 나가 탈핵캠페인을 진행했고 2014년 여름까지 계속했다. 이런 과정에서 서로 알게 된 사람들이 100명이 넘었다. 연락처를 받고, 또 다음 행사에 안내하곤 하면서 함께 활동할 사람들이 넓어져갔다.

 

방사능 안전급식 조례 제정 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2013년부터 전국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방사능 급식 관련 조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화제가 되었다. 청주에서도 그 해 3월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던 전선경씨(방사능안전급식실현 서울연대 대표)를 불러 방사능식재료 문제를 다루는 강의를 했다. 4월에는 충북교육청은 방사능식재료를 넣지 말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오히려 불필요한 불안과 공포를 조장했다는 식으로 지역 여론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이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핵발전소에서 떨어져 있는 이 지역에서 탈핵 여론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방사능 안전 급식은 분명히 중요한 이슈였다. 그래서 9월에 지역 시민사회단체에 제안하여 연대단체를 만들었다. 16개 단체와 함께 5개월 동안 준비하여 20142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급식을 위한 충북사람들을 출범했다.

 

출범 후 조례 제정까지의 과정은?

먼저 방사능 관련 먹을거리에 관한 대중 강좌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단체들 뿐만 아니라 개별 학부모를 조직하기 위해 방사능없는 안전한 급식을 위한 충북 학부모 선언을 조직했다. 출범 이후 여러 활동을 만들어갔다. 6·4 지방선거 대응 활동도 하고, 토론회, 매주 캠페인, 탈핵영화 상영회 등도 했다. 201410월부터 매월 뉴스레터도 만들어 배포했다. 출범 이후 1년반이 지났는데 사실 이 활동이 처음엔 조례만 제정되면 되는 줄 알았고, 이렇게 오래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래 걸린 만큼 나름의 수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작년 10월 방사능측정기가 충북보건환경연구원에 배치되어 11월부터 검사가 시작되었다. 그 현장을 모니터링하러 간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다. 약처 식품공전(식품위생법에 의한 식품·식품첨가물 등에 대한 규정을 고시한 기준서, 편집자 주)의 방사능검사법에 규정돼 있는 ‘1만초 검사가 아닌, 후쿠시마사고 후 식약처가 권장하는 간이식 신속검사법(1800)으로 검사하고 있었다.

지난 42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진행했는데, 그 자리에서 이 부분이 다시 쟁점이 되었다. 기조발제를 한 이윤근 소장(시민방사능감시센터)1만초 검사법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충북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결국 수긍했다. 당일 토론회는 충북도교육청, 충북도청 식품안전팀, 이광희 충북도의원, 충북학교급식운동본부 등이 함께 해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다. 100명 이상이 참여했는데,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지역에서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의 활동을 집대성한 느낌이었다.

 

조례 제정은 언제쯤 되는지?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현재 초안을 검토 중이다. 중요한 것은 만들어진 이후이다. 지역의 대중적 힘으로 검수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조례 내용이 시행될 수 있는 분위기와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향후 주민들의 관심과 힘에 달려 있다.

그래서 앞으로 대중적 힘을 키워 나가야 한다. 탈핵의 대중적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선 먹을거리가 중요한 이슈이지만, 근본적인 핵문제를 등한시해서는 그 힘이 키워지지 않는다. 방사능 안전급식 문제를 제대로 성공시키려면 근본적인 핵발전·탈핵 의제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

 

향후 계획은?

지역에서 탈핵을 의제로 하는 하나의 연대체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동안 청주지역에서 탈핵에 대한 사안별 연대 흐름이 형성되어 왔지만 보다 더 상설적으로 지역에서 탈핵운동이 전개되려면 하나의 연대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오는 65() 환경의 날, 충북 탈핵 거리 퍼레이드를 진행할 계획이고, 613()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6·13 탈핵시민 행동의 날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 참가단체와 개인들을 중심으로 향후 탈핵 연대체를 구성하자고 의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탈핵운동은 재미있게 해야 한다. 핵발전이 주는 불안과 공포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동력이 되지 못한다.

탈핵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과 다채로운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탈핵은 이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지 등 폭넓은 관심과 고민으로부터 시작하고, 그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시민들이 핵발전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문제를 벗어날 수 있는 용기와 가치관을 갖는다면, 그 힘으로 사회를 전환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오하라 츠나키·윤종호 편집위원

2015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