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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밀양 고답의 3인방 인터뷰, "우리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

우리 땅 지키는데, 죽음을 각오하고 있어예!

고답의 3인방, 김계옥·김용숙·이윤애’인터뷰

 

취재 : 박혜령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을 찾았다. 봄꽃이 만개하고 산중턱까지 수대에 걸쳐 조성한 과수원들이 한 해 농사를 준비하고 있는 밭 한가운데 송전탑 115번 건설을 위한 현장이 있고,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막사에서 김계옥, 김용숙, 이윤애 씨를 만났다.

 

 

<사진설명: 고답의 3인방, 김용숙, 김계옥, 이윤애(왼쪽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송전탑이랑 같이 살 수는 없습니더!”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 많은 주민들이 모여앉아 있었다. 대낮에도 꽤 어두웠고 벌써부터 후끈거려 땀이 흐를 정도로 더웠다. 사람들은 본인들을 고답의 3인방이라 부른다며 웃었다. 다른 곳보다 젊은 분들이 많아서인지 활기가 넘쳤다.

55가구 정도의 꽤 큰 마을에 속하는 고답마을은 한전이 송전탑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10년 동안 한결같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해 왔다. 공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공사를 막겠다는 의지는 그대로였다.

처음에는 송전탑 문제가 이리 심각한 줄 몰랐습니더. 주민설명회도 동네 유지들만 가서, 대다수 사람들은 내용도 몰랐어예. 그래도 10년 전부터 시청에서 강연도 듣고 하면서, 막연하나마 송전탑 피해가 많다는 걸 알게 됬지예. 처음부터 해마다 몇 번씩 국회 가서 항의도 했습니더.”

2008년 무렵 송전탑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2009년부터 간간이 이어지던 벌목작업에 줄기차게 항의해 왔다. 그리고 2011년 본격적으로 공사를 위한 작업이 시작되었고, 2013년부터는 공권력의 보호아래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

아무리 반대하고, 또 억울하다고 말해도 공사가 시작됬습니더. 다급한 마음에 산에 올라가서 막기 시작했지예. 옷이 벗겨지고 수치심이 가득할 정도로 온 몸으로 막아도, 경찰들은 눈도 꿈쩍안합니더.”

현재 전국의 송전탑 개수는 무려 41000개에 달하며, 현재 공사중이거나 계획된 것이 2000여개이다. 송전탑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고, 송전탑 위치 변경이나 건설반대의 민원이 최근 10년 사이에 300건이 넘었다. 송전탑 주변의 땅들이 심각한 재산상 손해를 보게 되지만, 현실은 법률상 잔여지(수용 또는 매수 이후 남겨진 토지, 편집자 주) 보상도 쉽지 않다.

더 많은 보상을 원하는게 아닙니더. 송전탑이 세워지면 어떤 피해를 받을지 매일 걱정하고 가슴졸여야 합니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눈앞에 보일 걸 생각하면 잠도 안옵니더. 왜 우리만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합니꺼.”

 

한전 공사 반대하면, 사람 취급 안 해도 되는 게 나라 법입니꺼!”

지난 2013101일 공사 재개에 반대하며, 주민 30명이 109번 공사현장을 올라 노숙을 자처했다. 비닐 한 장 덮고 밤을 새우는 중 이윤애 부녀회장은 저체온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산을 오른 주민들 중에는 구십이 된 노파도 있었다. 경찰은 차가운 주먹밥 반입도 허락하지 않았다. 김용숙 씨는 참담함에 목 놓아 울었다고 회고한다.

우리가 무슨 죄가 있어서 다 식은 주먹밥 한덩이도 못먹습니꺼. 젊은 사람들은 괜찮아예. 구십된 할매에게도 예외가 없어예.”

경찰은 공사를 위해 현장 주변을 통제구역으로 정해 놓았다. 내 땅을, 내 마음대로 밟고 지나갈 수도 없다. 반대하는 주민들을 개 끌듯 끌고 가고, 주민들을 조이며 가두고 조롱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국가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것은 범죄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우리나라가 민주국가라 하더니, 알고 보니 공산국가보다 더합니더. 송전탑 반대한다고 우리를 짐승 취급해도 되니. 이게 어디 민주국가입니꺼?”

2013년 공사재개에 따라 주민들과 공권력의 충돌 과정에서 인권침해의 사례들이 쏟아졌다. 지금도 매일 수차례 다니는 헬리콥터와 공사현장의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학업을 위해 객지에 나간 아이들이 집을 방문하기도 어렵다. 매일 벌어지는 전쟁같은 싸움에 아이들을 챙길 여유도 없다. 긴장과 스트레스로 집집마다 가족간 다툼도 잦아졌다. 이유없이 언성을 높이며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져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에서야 밀양을 방문했고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집단적인 국가폭력과 인권상실의 현장이지만, 보호받아야 할 이들의 인권과 권리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돈으로 해결 안되는 게 있습니더. 우리 땅 지키는데 죽음을 각오하고 있어예!”

한전은 현재 52기중 약 42기에 해당하는 철탑조립을 마쳤거나 공사중이다. 주민들과의 합의와 상관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전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 더 이상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주민들의 서명을 받고자 함이다.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합의하지 않으면 그나마 지금 준다는 돈도 못 받을 거라고 겁을 줍니더. 돈이 전부가 아닙니더. 이제까지 우리 능력껏 살아왔고, 조상이 물려준 땅으로 살 겁니더.”

밭 위로 거대한 송전탑과 송전선이 지나가지만, 70만원에서 340만원 남짓의 합의금으로 모든 권리를 내놓아야 한다. 가시적인 피해뿐 아니라 앞으로 겪을 정신적인 충격과 고통이 가장 힘들지만, 정부와 한전은 그나마 올랐다는 합의금과 공적자금 투입만으로 모든 책임을 면제받을 것이다.

합의과정과 내용에 사람과 생명이, 조상이 물려준 터전이 어떻게 파괴되고 훼손될 것인지에 대한 고려도 없다. 주민들은 정부와 한전이 저항과 반대만 없으면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에 분노한다.

무식한 우리도 아는 걸 밀어붙이는 정부가 납득이 안됩니더. 인자 원전 더 지으면 안됩니더. 그 해로운 걸 왜 더 짓습니꺼. 그라고 송전탑 피해도 이래 심각한데, 설사 정당한 보상을 해준다고 해도 망가질 이 땅은 어쩝니꺼. 이 밭이 송전탑 때문에 못쓰는 땅이 될 걸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서 참을 수 없어예. 모두 마음이 정상이 아닙니더.”

일부 주민들의 합의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은 더해지고 있다. 10년 동안 싸워 지치기도 했고, 반대를 이유로 아무런 댓가 없이 모든 책임을 떠안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대로 공사가 완료된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합의는, 합의가 아니라고 말한다. 합의란 쌍방이 원하는 결과를 위해 의견을 조율하는 것인데, 지금은 일방적으로 한전이 제시한 조건에 굴복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늦지 않았다. 멈추고 다시 재고하라!

나라의 살림이 선의의 사람들을 무릎 꿇리고 희생삼아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정의를 구현하는 국가가 아니라 옳지 못한 수단과 방법으로 이익을 꾀하는 모리배와 무엇이 다른가?

아무리 필요하고 다급해도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일의 과정에서 사람이 다치고 상처받는 것이라면 멈춰 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멈춰야 한다. 그리고 밀양의 대규모 공권력 투입과, 합의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공사의 불합리한 행위를 시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목숨을 걸고 땅과 사람을 살리고자 저항하는 밀양의 눈물에, 정의로운 결정으로 화답할 때이다.

 

발행일 : 2014.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