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정감사 핵발전 3대 주요쟁점
삼척 엉터리 유치 서명부, 국내사고 피해 반경 90km, 6천조베크렐 방사성물질 배출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흔히 국정감사는 국회의원 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국회 상임위 활동을 통해 소관 부처를 감시하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이지만, 국정감사 기간 동안 더욱 집중적으로 감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는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정부 활동을 견제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수단이다. 또한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를 공개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핵발전과 관련돼 제기된 3가지 주요 쟁점을 소개한다.
삼척 핵발전소 유치신청의 비밀…엉터리 유치 서명부 발견
삼척과 영덕 두 지역에선 2010년부터 신규 핵발전소 유치운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2011년 3월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충격은 너무나 컸다. 이후 이 지역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당시 삼척시와 삼척원자력산업유치협의회는 삼척시 유권자 96.9%인 5만 6551명의 핵발전소 유치찬성 서명을 국회와 청와대, 산업부 등에 제출했다. 당시는 핵발전소 유치에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던 때라 이 서명은 그 실체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삼척시민들 사이에선 서명한 적이 없다는 이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서명부를 확인할 수 없었기에 96.9%가 실제 누군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반면 삼척시는 이 찬성 비율을 바탕으로 주민투표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절대 다수가 서명을 했기에 주민투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이런 공방 속에 서명부를 둘러싼 의혹은 점점 커져갔다.
이후 산업부와 한수원은 서명부를 전달받지 않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서명부를 둘러싼 의혹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던 중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 김제남 의원이 국회에 제출됐던 유치 서명부를 발견·공개했다. ‘96.9%의 비밀‘이 드디어 밝혀졌다. 당시 삼척시는 모두 5개의 서명부 중 1부를 국회에 제출했는데, 이것이 국회도서관 문서고에 보관 중이었던 것이다.
총12권으로 구성된 유치서명부는 서명 대신 동그라미만 쳐 있거나, 같은 필체로 여러 사람의 이름을 적은 것, 주소와 생년월일 등이 빠져 있어 서명인을 확인할 수 없는 것 등 부실 투성이었다. 그간 96.9% 찬성의 실체가 없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이 서명부는 삼척 핵발전소 유치 철회 주민투표일(10월 9일) 하루 전 날 공개되면서 삼척 핵발전소 유치 철회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기상청 고리핵발전소 사고 피해 시뮬레이션 결과…반경 90km 주변지역까지 피해 확산
우리나라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나면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확산될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많은 이들이 비슷한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에 이런 연구 결과를 요구하면 그런 것은 예측해본 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규 핵발전소를 건설할 때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진행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평가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같은 중대 사고는 제외되어 있기에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할 수 없었다. 한편에선 정부가 관련 자료를 갖고 있음에도 비공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 실체는 여전히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국회 장하나 의원이 10월 10일(금) 공개한 ‘동아시아 방사능 물질 확산 예측 모델 개발’ 보고서에, 중대 사고 발생 시 우리나라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잘 드러나 있다.
국립기상연구소가 개발한 이 모델에 따르면 고리 핵발전소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그 인근 지역인 양산, 김해, 창원 뿐만 아니라, 밀양, 함안, 의령, 고성 등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서 방사능 오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은 남서풍을 타고 동해 쪽으로 퍼지다가 이후 북서풍의 영향으로 일본 규슈 지역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다양한 방향으로 방사성물질이 확산되면서 사고 19시간 이후 고리 핵발전소 서남서쪽으로 90km 떨어진 경남 고성군에서 가장 높은 농도의 세슘이 발견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 예측결과는 방사성 물질 확산이 단지 편서풍의 영향으로 동쪽으로만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 당일의 기상이나 지형조건에 따라 매우 복잡하게 방사능 확산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재설정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원자력안전위원회, 한수원간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개 자료는 이 협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리핵발전소 사고 시 19시간 경과한 시점에서, 90km 떨어진 경남 고성군이 세슘-137의 지상 최대 농도(1,079Bq/㎥)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예측됐다(자료 출처, 장하나 국회의원).
23기 국내핵발전소, 일상적으로 방사성 물질 끊임없이 배출…10년간 6000조베크렐
그간 탈핵운동 진영에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같은 중대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핵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끊임없이 방출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고체 상태의 방사성 폐기물은 드럼통에 넣어 방폐장으로 이송되지만, 기체나 액체 상태의 방사성 폐기물은 핵발전소 외부로 방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핵발전소 내부에서 일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항상 피폭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방사성 물질의 방출 유무와 그 양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사고 등으로 어쩔수 없이 유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양은 유출당시 측정할 수 없어 이후 그 값을 대략 추정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경우에는 그 종류와 양을 미리 측정한 이후 방출하기 때문에 방출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정호준 의원은 10월 24일 국정감사를 통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23기 핵발전소에서 방출된 기체 방사능이 3,515조베크렐(TBq)이었다는 것을 공개했다.
이를 발전소로 보면, 지난 10년간 배출된 기체 핵폐기물 양은 월성핵발전소가 2,997조베크렐로 가장 많고, 영광핵발전소가 181.8조베크렐로 다음을 잇고 있다. 전체 기체 핵폐기물 배출량의 85%를 월성 핵발전소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삼중수소가 많이 발생하는 중수로의 특성에 의한 것이다.
액체 핵폐기물은 지난 10년간 전체 배출량이 2400조베크렐이다. 이를 각 발전소별로 보면 월성핵발전소에서 1027.2조베크렐을 배출하여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고, 이후 영광핵발전소 607.4조 베크렐, 울진핵발전소 471조 베크렐)이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한수원은 법적 규정에 따라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 물질만 배출했으며, 주변 주민을 비롯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간 한수원은 핵발전소 가동 정지 등 주요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방사능이 유출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이번 공개의 파장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번 자료 공개과정에서 한수원이 기체 핵폐기물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삼중수소 양을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되어 더욱 철저한 감시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표1>지난 10년간 기체폐기물 방류량
(단위 : 조Bq=TBq)
발전소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합계 |
고리·신고리 |
31.2 |
32.6 |
50 |
31.7 |
17.6 |
14.8 |
13.71 |
14.88 |
17.4 |
21.4 |
245.209 |
영광(=한빛) |
12.2 |
12.8 |
13.8 |
27.5 |
46.4 |
17.1 |
12.4 |
11 |
10.7 |
17.9 |
181.8 |
울진(=한울) |
8.8 |
6.6 |
6 |
6.6 |
5.6 |
8.8 |
10.3 |
11 |
12.7 |
13 |
89.4 |
월성 |
437.3 |
391.7 |
400.9 |
386.8 |
363.8 |
288.8 |
215.9 |
192.9 |
169.4 |
150.7 |
2998.2 |
합계 |
489.5 |
443.7 |
470.7 |
452.6 |
433.4 |
329.5 |
252.3 |
229.7 |
210.2 |
203 |
3514.6 |
<표2>지난 10년간 액체폐기물 방류량
(단위 :조Bq=TBq)
발전소 |
2004 |
2005 |
2006 |
2007 |
2008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합계 |
고리·신고리 |
6.4 |
7.4 |
15.5 |
17.7 |
28.1 |
31.9 |
32.7 |
49.6 |
61.9 |
38.7 |
289.9 |
영광(=한빛) |
55 |
42.8 |
53.7 |
50.9 |
89.5 |
75.6 |
70.3 |
57 |
78 |
34.6 |
607.4 |
울진(=한울) |
56.9 |
41.8 |
46.3 |
55.9 |
29.2 |
44.9 |
49.1 |
58.3 |
44.5 |
34.1 |
47.1 |
월성 |
64.6 |
76.4 |
77.4 |
137.5 |
115.2 |
163.7 |
143 |
92.1 |
92.7 |
69.2 |
1031.8 |
합계 |
182.9 |
168.4 |
192.9 |
262 |
272 |
316.1 |
295.1 |
257 |
277.1 |
176.6 |
2400.1 |
발행일 : 201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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