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민관합동워킹그룹은 권고안을 통해 핵발전 비중(전력설비 기준)을 22~29% 범위(2012년 기준, 26%)에서 정부가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 11월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진행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에서 배석한 김준동 에너지자원실장(산업통상자원부)은 ‘가급적 높은 수치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주류 언론들은 앞장서 ‘29%’를 기정사실화하며 보도했다.
조만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정부안이 발표될 예정이며, 2차 공청회 등을 거쳐 확정될 것이다. 본지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해당 지역민의 시각(8면, 박혜령 인터뷰)과 민·관합동워킹그룹 참여위원의 최근 흐름에 대한 의견(9면 이상훈), 2.5% 과도한 수요전망(10면, 이진우), 전기화 및 전기요금(10면, 이헌석) 문제, 탈핵운동의 대응 방안(11면, 이헌석) 등의 꼭지를 8~11면에 걸쳐 기획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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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결정을 반대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지만, 영덕군민들의 걱정은 매우 심각하다.
인터뷰 – 박혜령 집행위원장(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삼척시와 영덕군 등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핵발전 비중이 어떤 ‘수치’로 결정되냐에 따라, 해당 지역 신규핵발전소 건설여부가 확정된다. 이번 정부 발표 결과로 지역의 미래가 좌우됨에 따라, 찬핵·반핵 모든 세력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정부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영덕은 영덕군수를 비롯해 지자체가 핵발전소 유치에 앞장서며, 반핵대책위 등의 활동을 억누르고 지역분위기를 휘어잡고 있는 곳이다.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박혜령 집행위원장을 12월 1일(월) 인터뷰했다.
<인터뷰 : 박혜령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 투재우이원회 집행위원장>
영덕 입장에서는, 핵발전 비중 22%와 29%는 어떤 차이가 있나?
현재로서는 핵발전 비중이 22%가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그리고 비중에 따른 정확한 기수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예상치에 불과하다. 22%일 때 총 35기 정도로 예상하며, 현재 가동중인 23기에 건설 중이거나, 계획중인 11기를 더하면 총 34기이다. 신규부지에 1기가 추가된다는 계산이다. 이럴 경우, 예정된 신규부지는 철회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지난 국회공청회에서 산업부의 의견은 핵발전 비중을 28~29% 정도로 설정할 뜻을 내비쳤다. 총 약 41기 정도로 추측된다. 신규부지에 7기를 추가 건설한다는 계산이다. 삼척과 영덕 모두 신규부지로 지정된다는 계산이다.
영덕의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지난 2012년 한수원 이사회에서 신고리 7~8호기를 대신해, 영덕에 조기착공하겠다는 계획을 통과시켰다는 얘기이다. 굳이 신규부지가 아니더라도 영덕에는 신규핵발전소가 건설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리고 현재 영덕의 건설 예정지 물건조사가 거의 끝나, 매입절차만 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주변지역의 반대 여론을 막기 위해 핵발전소 예정 부지 인근에 화력발전단지를 유치하려 한다. 이미 3개 업체가 사업설명회를 마쳤고, 주민동의를 받고 있다. 내년도에 있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현재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어떻한가?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을 비롯해 지역전체에는 핵발전소 건설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핵발전소 건설 대신, 화력발전소를 유치한다고 알려져, 최악을 피한 차악의 선택을 생각하고 있다.
찬핵의 실체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유치 신청을 한 군수와 동의한 의회 이외에 드러내놓고 찬성하는 주민들은 없다. 그러나 예정부지에 투자한 사람들이 핵발전소 건설이 무산될 것을 염려해 문의를 많이 한다는 소문이다. 최근 핵발전 비중을 29%에 가깝게 정할 것이라는 내용과 그에 따른 핵발전소 건설 갯수가 언론에 보도되자, 대부분의 주민들은 건설은 변동없다는 것으로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같은 국가의 에너지정책이, 결국 이해관계가 밀접한 해당 지역주민들의 의사보다 정부의 판단과 결정으로 이루어지는데, 해당 지역주민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의 주민들은 고령인구라, 이곳은 죽으면 당대에서 끝나고 자손들이 이 땅에서 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피해는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이며, 일본과 같은 대형 사고는 당장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또 다른 일부는 환경피해가 있고 재산상 그리고 생명과 재산에 피해가 있지만, 반대급부로 주어지는 부가가치가 매우 클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다수의 주민들은 핵발전소 건설의 문제를 경제적 가치나 눈앞의 이득을 넘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발전소 자체가 매우 위험하고 인간을 포함한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다른 에너지원을 선택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당대를 비롯해 후대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지역과 주변환경이 깡그리 망가지기 때문이다.
국가의 결정을 일개 국민이 반대하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나서지 않고 있지만, 영덕군민들의 걱정은 사실 매우 심각하다.
조만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정부안이 발표될 예정인데, 향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또 정부,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에 요청하고 싶은 의견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정부의 에너지계획에서 핵발전 ‘비중’의 논리이다. 다른 변수에 의해서 비중이 현실화된 모습은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비중의 논리에 매몰되면 정확한 판단이 흐려진다는 말이다.
우리가 생각할 것은 정확한 핵발전소의 개수이며, 늘어날 핵발전소와 신규부지의 확정이다. 일단 핵발전소 부지로 확정되면 최소 10여기의 발전소를 건설하려 한다. 추가 신규부지의 확정은 곧 핵발전의 확대를 말한다. 정부가 핵발전 비중 축소의 진정성을 보이려면 최소한 신규부지를 철회해야 한다.
방사능은 국경이 없다는 것을 일본의 사례를 통해 절감하고 있지 않은가. 신분을 가리지 않고, 지역도 가리지 않는다. 무차별적이다. 여·야 구분없이 핵발전의 축소와 종국적인 핵발전소 폐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신규부지를 막는 것은 핵발전의 확대를 막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수십기의 핵발전소를 더 지을 것인가, 아니면 그 만큼의 대체 에너지원을 찾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에너지에 관한 정책은 일반인에게는 어렵고 낯설다.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비쳐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지만, 우리의 삶 전반을 지탱하는 부분이다.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정작 자신들의 삶을 가능케하는 이 에너지가 우리의 삶을 도리어 위협하는 에너지라면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국민의 인식전환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행정과 정책결정과정에 문을 개방하고, 문턱을 더 낮춰 여론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핵발전 폐기와 대안에너지원의 확보, 에너지의 지역화 등 이 모든 것들을 시도하고 온전히 실현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발행일 : 201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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