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의 일방통행 핵폐기물 관리 계획
핵폐기물 기존부지 보관 계획…전국서 일제히 반발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원자력진흥위원회가 12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졸속으로 마련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이하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할 계획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국에서 반발이 매우 거세다.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전국 5개 원전소재지역 행정협의회’, ‘전국 16개 원전인근지역 지자체 동맹’, 울산시의회, 울산중구의회, 울산북구의회, 영광군의회, 기장군의회, 국민의힘부산시당, 전국 시민사회 등은 산업부의 기본계획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부보다 앞서 추진한 고준위 특별법안
“산업부와 협의 마쳤다”, 24명 공동발의
산업부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 행정예고에 앞서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구)이 대표발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고준위 특별법안)도 지역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 법안은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을 명문화하는 독소조항을 담고 있으며, 김성환 의원은 9월 초에 이 법안이 “산업부와 협의를 마친 법안”이라고 밝히며 공동발의자를 모집했다.
현재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24명의 국회의원 이름으로 9월 15일 공동발의 되었고, 11월 23일 국회 산자위 회의에 안건을 상정하였으며, 향후 산자위 법안심사소위 여야간사 합의 절차와 심사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해서도 부산시와 기장군, 영광군, 울주군 등 자치단체와 시민사회 반발이 거세다.
이해 당사자 배제하고 기본계획 수립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 명시
산업부는 핵발전소 지역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사회 등의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은 채 12월 7일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어 산업부는 12월 17일 ‘기본계획안 국민의견수렴 토론회’를 열었으나 이 사실을 최소한 핵발전소 지역 지방자치단체에도 알리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행했다.
그리고는 12월 21일까지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서를 받겠다고 공고한 것과는 달리 이미 12월 21일 원자력진흥위원회 전문위원회에 해당 기본계획안 검토와 심의를 받고, 의견수렴 기간이 끝나기 전에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12월 27일 심의·의결할 계획을 세웠다.
핵발전소 소재지역 5개 지자체 반대의견 제출
핵발전소 인근지역 16개 지자체도 강력 반발
산업부의 일방적인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에 대해 핵발전소 인근지역 기초지방자차단체 연합인 ‘전국 원전 인근지역 동맹’(회장 박태완 울산 중구청장, 부회장 권익현 전북 부안군수, 정미영 부산 금정구청장)은 12월 21일 기본계획안에 대한 의견서를 산업부에 공식 제출했다.
이들은 산업부의 기본계획안에 포함된 관리원칙에 ▲고준위 방폐물의 관리책임은 원전을 이용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있음 ▲중간저장시설·최종처분시설 건설과 광역별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동시에 진행 ▲고준위 방폐물의 원전 내 임시저장은 최대 15년을 원칙으로 하며, 현재 15년을 경과해 저장되고 있는 고준위 방폐물은 광역별 임시저장시설 건립과 동시에 이동 등의 항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원전인근지역 지자체 동맹은 산업부의 관리정책 이행안(로드맵)에 ‘광역별 고준위 방폐물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포함시켜 광역별로 인구수에 따라 임시저장시설 용량을 결정하고 3년 내 저장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광역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설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현재 핵발전소 운전으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포함된 8개 광역지자체와 21개 기초지자체는 고준위 방폐장 부적합 지역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핵발전소 소재지역인 영광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주시, 울진군 등 ‘원전소재지역 행정협의회’는 12월 24일 산업부와 국무총리실(원자력진흥위 위원장), 원자력진흥위원회 등에 기본계획안의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시설 건립 계획’ 등을 비판하는 내용과 이해당사자 의견 미수렴 등을 비판하는 의견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울산, 광역단체와 5개 기초단체 모두 반대 의견
울산시의회, 중구의회, 북구의회 반대 의견 제출
탈핵울산공동행동, 울산건강연대 반대 의견 제출
울산에서는 가장 먼저 울산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정당·보건의료계·여성계·교육계 등 55개 단체로 구성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핵발전소 지역에 무한희생을 강요하는 산업부의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안을 반대하며, 기본계획안 철회를 요구한다”며 12월 20일 산업부에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
이어 12월 23일에는 국무총리실에 ‘의견서 및 진정서’를 공식 접수하고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산업부의 졸속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안 안건 상정을 배척하고 반려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11월 19일에는 김성환 의원의 고준위 특별법안에는 반대하는 의견서를 국회에 공식 접수하고, 공동발의한 국회의원 24명에게도 반대 의견서를 보냈다.
울산지역 보건의료계 등의 연대단체인 울산건강연대는 12월 20일 산업부의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안이 공론화를 파행적으로 진행하는 등 절차적으로 근거와 정당성이 부족하며, ‘부지 내 저장시설’은 영구처분시설이 마련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고 하였으나 지난 40년 동안 마련하지 못한 것을 보면 사실상 영구처분시설이 될 가능성, 기본계획 수립에 있어 이해당사자인 주민 의견을 배제한 점 등이 문제가 있다며 기본계획안 폐기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산업부에 보냈다.
울산광역시는 12월 21일 ‘산업부 기본계획에 반대하며 기본계획을 재검토할 것’을 골자로 하는 의견서를 산업부에 보냈다. 같은 날 울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산업부가) 주변지역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무시하고 가장 큰 이해당사지인 울산시와 울산시민들의 의견수렴을 전혀 거치지 않고 진행했다”며, “더불어민주당 시의회 의원 일동은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에 대해 반대하며 방사능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울산 중구의회도 정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중구의회는 23일 열린 제240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철회 촉구 결의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중구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행정 예고한 고준위 방폐물 계획안에는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시설을 현재 핵발전소 지역에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는 사실상 고리원전이 있는 울산에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른 제3의 지역에 영구처분시설 부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번 정부 계획안이 통과되면 울산은 영원히 핵폐기물 처리 장소로 남게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고준위 방폐물 계획안을 22만 중구 주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즉각적인 철회 및 폐기, 공론화 과정을 거친 계획수립 등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중구의회는 결의문을 산업부에 보냈다.
울산북구의회 임채오 의장과 임수필, 이진복, 이주언, 정외경 의원은 12월 21일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이 울산 북구 주민의 생명권과 재산권을 위협하고 있어 이번 기본계획안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지난해 월성원전 맥스터 관련 방사선비상경계구역 주민 공론화 미이행 △이해당사자인 울산시와 울산시민의 의견 미수렴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 추구 권리 박탈 등을 이유로 들며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에 관한 공론화 전면 재검토를 주문했다.
부산, ‘국민의힘’까지 나서서 반대
부산에서는 부산지역 70여 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탈핵부산시민연대가 김성환 이원이 대표발의한 고준위 특별법안과 산업부의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에 반대하는 입장문과 의견서를 보냈다. 이들은 고준위 특별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도 두 차례 진행한 바 있다.
기장군과 부산시는 고준위 특별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국회에 보냈으며 산업부의 기본계획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기장군의회도 고준위 특별법안에 반대하는 항의서를 국회에 전달했으며, 정부가 특별법 추진을 강행할 경우 집단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장군을 지역구로 둔 정동만 국회의원은 KBS 부산방송을 통해 “고리원전에 핵폐기물을 저장하는 건 지역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특별법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해당 상임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법안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 개최부터 원천 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법안은 김성환 의원 대표발의한 고준위 특별법안을 말한다. 국회 산자위 소속의 부산 연제구 이주환 의원도 “특별법은 지역 여론이 무시된 데다 미비한 점이 많다”며, “특별법 강행 이전에 대체부지 확보 등 대안을 마련하고 국민적 합의부터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고준위 특별법안이 통과될 경우 고리핵발전소 부지 일대가 사실상 핵폐기장으로 굳어질 우려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 기본계획 재수립 요구
전국 시민사회 연대단체의 연대체인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12월 17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부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규탄했다.
이들은 산업부의 기본계획안이 고준위핵폐기물의 관리와 처분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길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산업부가 이번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 과정이 공정성, 숙의성,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채 엉터리로 진행되어 원점 재검토 말고는 답이 없다는 지적이다.
고준위핵폐기물 전국회의는 산업부가 논란의 핵심인 부지 내 저장시설을 제대로 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과정도 없이 당연히 건설해야 할 시설로 계획하고 있다며, 이는 “전국의 모든 핵발전소 부지를 고준위 핵폐기장화하는 것으로, 사회적 갈등과 지역 내 분쟁을 초래할 위험천만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다양한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직접 참여해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보장되는 공론화가 필요하며,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길은 제대로 된 공론화를 통해 기본계획부터 다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영광, 고준위 특별법안 즉각 철회 요구
한빛핵발전소가 있는 전남 영광군에서 군민과 군의회가 참여하는 ‘고준위핵폐기물 영광군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김병원 영광군의회 의원. 이하 영광공대위)가 국회의 고준위 특별법안 철회를 요구했으며, 산업부 기본계획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영광공대위는 지난 12월 8일 공대위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영광군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즉가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공대위는 “고준위 특별법안은 핵폐기물 관리와 처분 문제를 전담할 독립위원회를 설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법안 제32조는 원전 부지 내에 고준위 핵폐기물을 기한 없이 저장하게 하는 내용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고준위 특별법안에 동의한 김성환 국회의원을 비롯한 24명의 국회의원은 영광군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용후핵연료 영구저장 시설을 조속히 마련하고 한빛핵발전소에 임시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이동대책을 지역주민과 즉각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용석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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