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송전탑 문제, 독립적인 공론화 기구와 TV 토론회를 제안한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김준한 공동대표 인터뷰
정리 : 윤종호 편집위원
지난 5월말~6월초 밀양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사투 끝에, 밀양송전탑 문제는 국회의 중재로 40일간 공사를 중지하며 전문가협의체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7월초 이 역시 파행 끝에 합의도출은 실패했고, 국회는 한전과 정부, 주민들에게 신뢰회복과 소통을 권고한 바 있다.
밀양송전탑을 둘러싼 최근의 상황을, 현지의 김준한 공동대표에게 들어보았다.
1. 지난 7월 초 파행으로 끝나버린 40일간의 전문가협의체에 대한 평가?
전문가협의체(이하 협의체)는 밀양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속앓이를 해오면서도, 지금껏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기술적인 검토를 해본다는 측면에서 한 번은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던 바였습니다.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매번 어르신들의 주장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고 그래서 보상을 제외한 그 어떤 방법도 고려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번에 협의체 과정을 통해 미흡하나마 그간의 한전 주장에 대해 기술적으로 반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전은 기술적인 검토를 위한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하지 않았고, 협의체 지원단을 파견한 산업부는 월권적으로 회의에 개입하고, 한전과 여당측 위원은 대필의혹이 있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한전과 산업부로부터 자유로운 논의와 독립적인 갈등조정을 할 수 있는 공론화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 전문가협의체 결렬 이후 3주가 흘렀다. 그간 밀양 주민들과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어떤 활동을 진행했나?
협의체가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최종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서, 결국 국회는 정부가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권고안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한전과 산업부는 이런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장관과 한전 사장이 밀양을 수시 방문하여 밀양시와 더불어 보상협의체를 구성하고, 여론을 호도하며 마을 주민들을 분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어르신과 우리 대책위는 제대로 된 검토를 위한 독립적인 공론화 기구 구성을 국무총리실에 요청하고, 협의체 보고서 대필 의혹에 대한 중앙방송 차원의 TV 토론회를 요구하고, 이에 대한 각 마을별 주민교육도 수차례 실시했습니다.
3. 정부·한전은 8월~9월경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언질을 흘리고 있다. 향후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이제 밀양 송전탑 문제는 밀양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사안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밀양의 문제를 제대로 풀지 않고서는 또 다른 지역에서 이와 같은 문제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말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송전탑 문제로 고통받고 계신 분들은 저희에게 전화로 문의를 하거나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에 저희는 이미 미국에서 765kV 송전선로 사업이 공론화 기구를 통해 합리적으로 논의되고 최종 폐기된 사례를 참조하여, 그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고, 동시에 전국의 송전탑 피해지역을 하나의 연대틀로 묶어 공동대응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또다시 이 무더위에 공사를 강행한다면, 어쩔 수 없이 어르신들은 자신이 살던 마을을 지키기 위해 보상을 거부하고 끝까지 싸워나갈 것입니다.
4. 밀양을 지켜보는 응원하는 많은 분들이 있다. 하고픈 이야기?
먼저 오랜 시간 외롭게 싸워오셨던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밀양을 찾아오시고, 또 각자의 자리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의 부당함을 널리 알려주시고 공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또 다시 공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여의치가 않네요.
우리 대책위 입장에서도 이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 지 가늠하기가 참 힘듭니다. 하지만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큰 아픔이 이 밀양에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단호하십니다. 결코 물러설 수 없다고, 몇 푼돈에 고향을 팔 수는 없다고 부르짖습니다. 마침 영남권의 많은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공사가 벌어진다면 직접 같이 막아내겠다고 연락을 주고 기자회견을 해 주셨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 밀양의 참상을 널리 알려주시고 꼭 한 번은 밀양을 방문하여 밀양의 아픔이 결코 자신의 아픔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직접 보고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어르신들이 외롭게 싸우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발행일 : 20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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