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는 세상을 위한 동해시 기독교연대, 김현국·배윤숙 전도사, 이상호 목사
박혜령 통신원(영광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삼척 신규핵발전소, 삼척만의 문제 아니다
삼척에서 북쪽으로 해안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 동해가 있다. 삼척의 신규핵발전소 부지 선정 문제는 삼척을 넘어, 이 곳 동해에서도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하며 함께 하겠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있다.
삼척에서 30km 반경 내라고 하지만, 해안을 따라 이어진 도시의 풍경은 한 도시라 해도 무방하였다. 동해의 초록교회라는 작은 교회에서 2012년 3월 후쿠시마 1주기를 맞아 반핵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삼척의 핵발전소 건설이 삼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나누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이 후 2012년 12월 15일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동해시 기독교연대’를 공식 발족하며, 활동 중에 있다.
이들은 삼척·동해 모두 이미 많은 발전시설과 각종 산업시설로 자연환경이 훼손되었고,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의 세 교회는 지난 해 10월 ‘원전, 그 끔찍한 폐기물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시렵니까? 삼척원전 건설 계획을 철회해주십시오, 잊지 맙시다 후쿠시마의 눈물을’이라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사람들에게 핵발전소의 폐해에 대해 알려나갔다. 동해에서 약 3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사진전’과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초록교회 배윤숙 전도사는 “일본 사고를 보더라도 동해와 인접한 삼척에 위험한 핵발전소가 들어선다면, 동해도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 있기 때문에 결코 남의 일로 미룰 수 없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어려운 숙제이지만,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분들과 앞으로 지속적으로 핵에 대해 알리고, 더 이상 이 땅에 핵발전소가 건설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소수라고 해도, 지키고 이어가는 것이 중요”
함께 세우는 교회의 이상호 목사는 “동해에서도 한국의 탈핵과 삼척의 신규원전 백지화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탤 것이다. 그러나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다. 기독교에 대한 외부편견과 내부적인 오해 등도 있어,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핵에 반대하고 뜻에 동의하지만, 여전히 세 교회 외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더 많은 교회가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소수라 하더라도 그 뜻을 지키고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고민을 내놓았다.
그리고 “핵발전의 문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의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핵발전의 문제가 환경의 문제로 국한되어 인식될 것이 아니라, 자본이라는 사회의 근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단순히 발전소 하나 짓는 문제가 아니다. 자본의 이익에 의해 사람과 자연이 모두 파괴되어 공멸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핵발전이 가지는 파괴적인 폭력성에 대해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의식은 바꿀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핵발전을 반대하는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지는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형식보다는 내실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성과 위주의 보여주는 활동은 한계를 갖는다. 사람들의 인식과 활동의 변화를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며, 핵발전소 반대활동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토로한다.
“일부 지역주민들은 이것을 본질적인 사회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경제논리로 접근한다. 더불어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의 사람들도 각자의 이해를 떠나 하나의 사회 운동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또 핵발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직업화되고 관성화되어 나타나는 것이, 사람들과의 소통과 연대에 장애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탈핵을 위한 활동과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함께 인식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갈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사회문제 바로잡는 노력, 교회의 당연한 역할
이들은 올해 3월 후쿠시마 2주기를 맞아 탈핵주간을 정해 연합예배를 주관했고,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동해시민 공동행동’을 발족했다. 동해시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참여의사를 밝혔고, 시민단체보다 종교계에서 먼저 자신의 일로 받아 시작하면서, 현재는 동해시 탈핵운동의 중심에 있다.
이상호 목사는 두 전도사의 힘이 컸다고 말하고, 시민사회와의 연계에도 많은 힘을 쏟았다고 한다. 한백교회 김현국 전도사는 “교회도 지역 사회의 구성원이다. 사회의 문제에 소신을 밝히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중요하고 당연한 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이어갔다. “핵발전의 문제는 지역을 넘어서는 문제다. 일본의 사고가 보여주듯, 만약 사고가 나면 먼 거리의 지역에도 영향이 미친다. 핵발전소가 어디에 있던 이것은 나의 문제이고, 내 형제의 문제, 내 친구의 문제이다. 활동의 가장 어려운 점은 무관심이다.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있어도 이것을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내 문제가 아니므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삼척이나 영덕, 고리나 경주에 핵발전소가 있다고 해서 나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생각과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가 탈핵세상으로 가도록 힘을 모았으면 한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탈핵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을 보면서 동방박사가 떠올랐다. 베들레헴에서 예수가 탄생하였을 때에, 별을 보고 동쪽에서 찾아온 세 명의 점성술가 말이다. 핵발전의 문제를 인류문명의 문제 안에서 인식하고, 그 치명적인 위험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히 핵발전은 멈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느 곳이든 가야할 곳이 있다면 초대하지 않아도 갈 것이라며, 핵발전을 멈추기 위한 어떤 노력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의 뜻을 아는 지혜로운 사람, 세 분의 밝은 빛이 동해로부터 우리나라 구석마다 비추는 등불이 되어 한국의 탈핵에 단단한 힘이 될 것이다. 동해의 아름다운 걸음이 전국 곳곳에서 제2, 제3의 동해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발행일 : 20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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