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영 교수(수원대 국토미래연구소장)
50년 동안 6기가 터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의 탈핵정책을 지켜본 교수들이,
핵의 위험성과 탈핵사회에 대한 전망을
전문지식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모였다.
2011년 11월 11일‘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이 출범했다. 후쿠시마 핵사고가 터진 지 8개월만이다. 원자력 추진파 일방의 선전에 세뇌되어 온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대학교수들이 탈핵에너지를 위해 함께 모였다. 어떤 이유로 교수집단이 이렇게 탈핵을 위해 나서게 되었을까.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원영 교수(수원대 국토미래연구소장)를 지난 12월 30일 만나보았다.
교수모임 출범 배경과 탈핵운동에 참여하게 된 개인적 동기는?
2008년부터 약 2500명의 교수가 모여 운하반대모임을 진행했는데, 4년째 접어든 작년 3월 후쿠시마 사고가 터졌지요. 이건 4대강보다 더 엄청난 사건이며, 이 땅과 민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교적 건전한 상식을 가진 동료교수와 핵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그 분께서 “대안이 없다. 그래도 핵발전은 안전하다”는 말을 하시더라. 순간 가슴에 불이 났죠.
제 전공이 국토계획과 도시계획인데, 대형 핵발전소 사고가 터지면 모든 계획이 다 무의미해집니다. 인류의 존망이 걸린 사안이죠. 스리마일과 체르노빌에서 사고가 났을 때도 원자력 추진파들은 “이건 우연이다. 원자력은 안전하다. 다시는 이런 일은 없다”고 주장해서 사람들도 다 믿었잖아요. 하지만 이번에 바로 옆나라에서 대참사가 벌어진 겁니다. 개수로는 지금까지 여섯 개(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4기―편집자 주)가 터진 거죠. 지금 전세계에 핵발전소가 440개 정도 되는데, 50년 동안 여섯 개가 터졌다면 확률적으로 향후 천년간 120개, 혹은 적어도 수십개는 터질 거 아닙니까. 그러면 지구가 전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다 죽게되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 독일이 올바른 탈핵정책으로 가는 걸 보게 되었어요. 관련 교수님 스무 분과 함께 직접 독일의 탈핵정책을 보고 돌아오면서, 우리도 독일처럼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국민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중대함때문에 교수들이 힘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교수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현재 회원수는 115명 정도이고, 인문사회 계통이 3분의 2, 자연계는 3분의 1 정도 됩니다. 자연계에서도 물리학, 전기전자학, 화학공학, 산업공학, 의학 등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분야 전공자가 20여 명 들어와 있습니다.
교수모임의 중점 활동은?
핵의 위험성과 탈핵 사회에 대한 비전 등을 전문지식과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하는 학술활동을 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강연회, 좌담회, 세미나, 책자 간행과 기타 홍보활동 등을 통해 시민운동과 종교계의 활동을 뒷받침하고, 일반 시민에게는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출판, 홍보활동도 신경쓰고 있습니다. 특히 <원자력의 종말-젊은 핵 공학도에게>라는 책을 비롯해, 올 3월부터 6월까지는 전국 대학 순회강연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한 기술적 문제점뿐 아니라, 사회적, 윤리적, 인권 차원의 문제와 먹거리 안전 문제 등 생활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서도 학문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연대를 통하여 지구촌에서 핵을 추방하는 것도 교수모임이하고자 하는 역할입니다.
현 단계 탈핵운동이 더욱더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만화, 그림책, 교양서적 등을 통해 일반 시민들과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매체와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주민과의 소통, 지속적으로 이슈를 만들어가고, 이벤트를 계획하는 등 시민운동의 역할도 중요하죠. 그리고 우리나라는 종교계가 사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요. 영성이 강한 민족이지요. 탈핵은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에 종교계가 함께 해준다면 탈핵 사회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1월 18일 수요일 5면 기사
인터뷰·정리=전은옥 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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