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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6호>반쪽으로 끝나버린,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쪽으로 끝나버린,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편집위원)

 


지난 225, 지식경제부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공표했다. 민간발전사업자들의 이전투구, 핵발전·화력·조력발전과 송전탑 등 전원시설 인근 주민들의 반대, 공청회 무산, 거기에 전력계획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례적인 환경부의 반발까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사상 유래없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원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해당업계 종사자나 지역주민들의 관심사여서 전문지들만 열심히 취재할 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논란이 확대되면서 지난 1,2월 내내 뉴스꺼리를 몰고 다녔다.

본격적인 민간발전사업자의 시장 진출

지난 전력계획들과 이번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가장 큰 차이는, 민간발전사들이 대거 발전시장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2002년 전력산업구조개편 시, 한전이외의 민간회사도 발전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 개방조치를 하였지만 이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민간발전비중은 20054.1%, 20108.3%를 거쳐 201110.8%를 넘는 등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발전공기업은 정산조정계수(발전원별 이윤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여 이익을 5%내외로 제한하고, 초과이익을 한전에 되돌려줌에 비해 민간회사들은 이런 규정을 받지 않아 엄청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SK E&S의 경우 작년 3분기 누적영업이익이 6135억원으로 2011년 대비 500%가 늘었는가하면, 같은 기간 포스코 2015(전년도 대비 80% 증가), GS EPS 1057억원(전년도대비 79.1% 증가)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건설의향을 제출한 민간업체와 발전소 개수만 23개사, 63기에 이른다. 발전소 용량으로 따지면 57,265MW, 핵발전소 57기 용량이다.

그 중에는 전북 김제의 내륙형 석탄화력발전소처럼 연료수송이 어려운 지역조차, 신청이 이뤄지는가하면, 삼척에만 모두 6개 민간업체가 각각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를 신청하는 말 그대로 묻지마 신청’, ‘민간발전 열풍이 불었다. 뒤늦게 정부가 민간기업에도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당분간 발전시장의 민간업체 진출과 전력요금인상, 지역주민과의 갈등 등 부작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보된 과제 : 핵발전, 송배전망,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또 한가지 특징은 매번 핵심 논쟁사안이었던 핵발전과 송배전망 계획을 아예 계획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 문제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핵심 쟁점이었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기에 더 많은 논의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립기한이 2012년이었고, 그 기한을 넘겨 올 2월에 계획을 발표하면서 핵발전, 송전탑 계획은 8월 이후 발표한다고 밝힌 것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다.

이처럼 복잡한 구성을 갖는 것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상위계획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올해 다시 수립되기 때문이다. 큰 틀이 확정되지 못했으니, 세부계획을 논의하기엔 너무 이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해는 각종 에너지 현안들이 복잡하게 얽혀 또다시 논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경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유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이 논쟁의 주요한 변수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자신의 주요한 국정운영 목표로 천명했으나,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었다. 최근 환경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68.8백만톤으로 전년대비 9.9%가 증가했다. 이는 20090.8%, 20082.3%의 증가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할 때 가히 급증한 수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무부서인 환경부는 석탄화력발전소 증가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전력소비가 선진국수준으로 떨어지지 못하고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화석연료와 핵발전, 그리고 송변전설비 증설을 둘러싼 갈등이 2013년을 가득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

발행일 : 20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