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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5호> 원폭피해자특별법 제정 추진위 출범

원폭피해자특별법 제정 추진위 출범

합천평화의집 운영위원 전은옥


 

탈핵사회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며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이는 현재, 67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못한 채 핵과 방사선이 남긴 큰 상처와 후유증으로 고통받아온 국내 원폭피해자와 2․3세 ‘환우’들도 그 피해실태 전모를 규명하고 생명과 인간됨의 권리를 되찾고자 범시민사회단체 및 종교계와 함께 ‘원폭피해자특별법제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결성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첫 출발을 내딛은 추진위는 그 이름처럼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희생된 한국인 피폭자 및 피폭 2세, 3세 환우들의 실태조사 및 의료, 생계, 복지지원대책 시행과 평화기념사업 등을 법제화하여 67년이란 긴 세월동안 한국 사회에서 철저하게 버림받아 온 원폭피해자의 인권을 회복하고자 하는 목표로 한국원폭2세환우회 등 1,2세 원폭피해자단체와 시민사회, 환경, 평화, 종교계 등 13개 단체 및 다양한 개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57년 원폭의료법을 제정하여 피폭자건강수첩발급과 건강진단, 의료급부를 실시하였으며 1968년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피폭자에게 특별수당, 건강관리수당, 간호수당, 의료수당, 장례비 지급을 비롯해 수차례 개정을 통하여 복지정책을 강화했고 1994년 ‘국가의 책임으로’ 피폭자에 대한 보건, 의료 및 복지에 걸친 종합적인 원호대책을 강구하는 원호법을 제정하여 시행하여 왔다. 뿐만 아니라 후생성과 히로시마시, 나가사키 등의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방사선영향연구소가 원폭 피폭자와 피폭2세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1회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서 조사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원폭 투하로부터 67년이 흐르는 동안 정부가 나서서 피해 전모를 규명한 일이 전혀 없고, 2005년과 2008년 각각 17대 국회(조승수 의원 대표발의), 18대 국회(조진래 의원 대표발의)에서 원폭피해자와 피해자 자녀의 지원을 위한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다가 폐기된 것을 제외하고는 원폭피해자에 대한 법률도 활발히 논의되거나 제정된 역사가 없다.

그 사이 고령화한 피폭자들의 사망이 가속화되고, 원폭 피해 2세대마저도 고령화하거나 가난과 질병, 사회적 소외와 차별 속에 내던져진 채, 전쟁과 핵 방사선으로 인한 피해를 오롯이 개인이 감당해야 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원폭피폭 당사자는 한일 정부에서 뒤늦게 의료지원과 건강관리수당 지급 및 요양시설건립 등 복지정책도 실시하고 있으나, 피폭2세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추진위는 19대 국회에서의 입법활동과 동시에 원폭피해자와 그 후손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맞게 당장 시급한 복지지원책 마련 및 민간차원의 실태조사와 역학조사, 증언집 발간, 다큐 상영회, 토론회와 공청회, 대국민 여론화를 위한 캠페인 등 다각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 추진위 참여단체도 더욱 확대하여 특별법제정과 원폭피해 2,3세 환우들의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에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2012년 현재 국내에 생존해 있는 원폭피해자 1세대의 숫자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등록자 기준으로 약 2,671명이며, 피폭자의 자녀인 2세의 숫자는 정확히 파악된 적이 없지만 대략 7천5백명에서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국가인권위원회:2004)되고 있으며 이중 3분의 1 가량이 건강에 대한 불안을 호소(보건사회연구원:1991)하고 있고, 실제로 다양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숫자도 적지 않다. 일제강점기하 강제동원 등으로 군사도시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휩쓸려 갔다가 원자폭탄에 의해 피폭된 ‘조선인’의 수는 7만명에서 최대 10만 명으로 추정(일본내무성경보국:1945, 한국원폭피해자협회․이치바준코 외:1972,2003)되고 있으나, 이중 약 4만 명이 피폭 직후 또는 그해 연말까지 사망에 이르렀다. 또 목숨을 건져 귀국한 생존자들도 그후 병사 또는 한국전쟁으로 다수가 사망했다.

원폭 피폭으로부터 67년이 경과하였다. 피폭 1세대가 살아있는 동안, 더 늦기 전에 원폭피해자들의 실태를 규명하고 피해자 후손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발행일 : 201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