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사고와 시나리오, 그리고 방사능 방재계획’
영화 <판도라>처럼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와 사업자, 지방정부는 얼마나 대비하고 있을까. 우리는 그동안 여러 사고들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사고에 대한 대비를 잘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직감하고 있다. 그 불안감은 핵발전소를 비춰보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경주에서 열린 탈핵활동가대회에서 <핵발전소사고와 시나리오 그리고 방사능 방재계획>을 주제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 강연에는 한병섭 박사(원자력안전방재연구조합)가 나섰다. 한 박사는 “안전에 대해 논한다는 것 자체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 ‘안전성을 강화했다’ 등의 의미의 이면에 감춰져있는 위험성을 우리가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중대사고 등을 해석하는 데 있어 확률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확률이라는 것이 공학적·기술적으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없을 때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주지진 발생이후 내진설계를 강화한다했지만, 실제 설비를 개선하기보다 통계에 의한 안전성 강화를 추진하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병섭 박사는 방사능 방재계획 역시 실질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비판했다. 한 박사는 국가 방사능방재계획이 있지만, 이것을 지자체의 실정에 맞게 적용하고 있는가라는 점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예를 들면 사고 시 바람의 방향 등을 고려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지역이 동일한 매뉴얼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방사능 방재계획이 인명을 중시하는 개념조차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함께 발제에 나선 윤종호 운영위원장(핵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역시 실제 지역의 방사능 방재계획에 대한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방사능방재계획이 방사능재난의 사전적 방어·예방이란 측면보다 사후적 피해 최소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전담 부서 및 전문성을 갖춘 전담자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들어 “과연 사고 발생 시 제대로 된 대처가 가능하겠냐”고 비판했다.
영광·고창 지역의 경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확대 이후 대피소나 구호소를 정읍·부안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겨울의 북서풍, 여름의 남서풍을 고려했을 때 이 지역 또한 오염이 확산될 수 있는 방향이기 때문에 복수의 구호소, 대피소 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판도라>의 영화 속 장면을 돌이켜 보면 사람들이 대피하는 곳과 같은 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방사능이 퍼져 온다. 그리고 구호소로 피난을 시키지만, 체육관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통제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 또한 대피를 하려고 차를 타지만 길이 막혀 갈 수가 없다. 이러한 모든 현실이 지금 한국의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한병섭 박사는 현재 방사능 방재를 위한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하려면 12조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돈은 한국수력원자력의 1년 매출액과 맞먹는 금액이다. 그는 방재에 대한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물론 전기요금도 인상이 되겠지만, 사업자가 대책 없이 원전을 확대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0년 핵발전소를 25기까지 늘려오는 동안, 또 가까이에 수백 만 명이 살고 있지만 그저 사고가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기고만 있을 수 없다. 핵발전소의 사고 위험은 지역 주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기보다, 돈보다 생명을 존중한다면 방사능 방재계획부터 제대로 세워야 한다. 물론 핵발전소의 문을 닫는 것이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겠지만, 핵발전소와 매일 공존해야 하는 현실이라면 최소한 방사능 방재대책이라도 제대로 마련해야 할 것 아닌가.
안재훈(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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