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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국감 통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난 핵발전소 안전

핵마피아와 결탁한 전문가, 규제의지 없는 규제기관, 일말의 도덕성도 없는 한수원

 

경주지역 강진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핵발전소 관련 현안들이 국감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국감을 통해 자본과 결탁한 전문가들과 규제의지 없는 규제기관, 순간의 어려움만 모면하고자하는 한수원의 비윤리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2016년 국감을 통해 드러난 핵발전소 안전의 총체적 부실 민낯을 살펴본다.

 

2016년 5월 17일 환경운동연합에서는 '활성단층과 지진 위험성'을 지적하며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의

문제점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 환경운동연합

 

경주 강진으로 활성단층 공식적으로 첫 인정

신고리5·6호기 건설 심사과정에서부터 경주와 울산, 부산 지역의 활성단층의 존재여부는 주요한 논쟁거리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심사가 시작되기 전인 올 517, 환경운동연합은 신고리5·6호기 내진설계 20~30배 낮게 적용되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기자회견에서 경주 월성핵발전소와 신고리5·6호기가 위치해있는 부산과 울산에 60여개 이상의 활성단층이 존재하지만, 심사보고서에서는 이를 축소하여 검토하였다는 문제제기를 하였다. 그러나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최종 승인한 623일까지 원안위는 이를 신중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75일과 912, 919일 잇따른 강진이 발생하였다. 75일에 발생한 지진은 신고리(울산) 앞바다 52해상에서 발생한 진도 5.0 규모의 지진이었다. 추석 연휴 직전인 912일에는 경주 월성핵발전소에서 98떨어진 지점에서 각각 규모 5.15.8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리고 919, 경주에서 다시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잇따른 지진의 발생은 그간 활성단층의 존재를 애써 외면해왔던 한수원과 규제기관, 관련 전문가들에게 큰 도덕적 타격을 주었다. 이들은 한반도 내 활성단층의 존재를 부정해왔을 뿐만 아니라 해양 단층에 대해서는 애초에 검토를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간 은폐됐던 보고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09년 국민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로부터 20억원을 지원받아 3년 동안 연구용역을 수행하여 2012년에 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170km의 양산단층대가 활성단층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정부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한수원은 신고리5·6호기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이 인근의 활성단층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감에서는 한수원과 규제기관이 활성단층의 존재를 알고도 은폐했는가가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한수원은 소방방재청의 2012년 보고서를 몰랐다고 발뺌을 했지만 신고리5·6호기 건설 허가 과정에서 기술자문보고서에는 기록되어 있던 제4기 단층(활성단층으로 분류)이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에서는 누락된 점이 밝혀지면서, 한수원이 활성단층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은폐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에 더해 한수원은 신고리5·6호기 심사 보고 자료 작성 과정에서 최대 지진 조사 보고서를 조작하고, 15년 전 지질조사 보고서를 그대로 베껴 사용하고, 40년 전 미국의 낡은 부지선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등 핵발전소 부지 내 지진발생 가능성을 낮춰 보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국감을 통해 정부 및 관련 연구 기관은 핵발전소 부지 인근 활성단층의 존재를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그간 학계는 1983년부터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임을 지적해 왔지만, 정부 및 핵산업계는 이를 반복적으로 외면해 왔다. 국감에서 한수원 조석 사장은 활성단층이 있더라도 내진설계만 하면 핵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주 지진 발생으로 이들 지역의 활성단층 유무가 집중적으로 추궁되지 않았다면, 높은 비용과 사회적 저항을 유발하는 활성단층의 존재를 정부와 한수원이 절대 먼저 밝히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눈속임과 변명으로 점철된 월성 핵발전소 국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주 지진 발생 직후 한수원은 바로 즉시 월성 및 고리핵발전소의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지진이 발생한지 4시간이 지난 후에야 경주 핵발전소의 가동을 수동정지 하였다. 당시 한수원은 안전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경주 월성핵발전소의 가동을 멈추었다고 수동정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국감을 통해 드러난 사실은 이와 달랐다.

 

규정에 따르면 핵발전소 인근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핵반응로(=원자로) 격납건물 밖에 위치한 자유장 지진계를 통해 지진을 관측하고 수동정지 등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월성 핵발전소의 경우 이 자유장 지진계가 평소 이상 증폭 증상을 보여 2015년부터 사용을 중단하고, 규정을 바꾸어 보조건물에 부착된 대표 지진계로 지진을 관측해 왔다고 한다.

 

경주 지진 발생 당시, 대표 지진계는 수동정지 기준보다 낮은 0.0981g(, 중력가속도)의 계측값을 보였다. 이는 수동정지 기준인 0.1g보다 낮다. 당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킨스)의 계측 값은 0.12g로 나타났는데, 한수원은 자체 지진 측정값은 기준치보다 낮으나 킨스의 측정값을 참고하여 선제적으로 발전소를 가동 중단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대표 지진계에 비해 자유장 지진계의 계측값은 평균 20~30%가량 높게 나타난다. 즉 자유장 지진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이를 사용하여 당시 지진을 측정하였다면, 지진 발생 즉시 발전소를 멈춰야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수원은 고장 난 계측기를 올해 말에 교체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계측기 고장 사실도 숨긴 채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며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이와 더불어 핵발전소 내 지진계들이 영점 조정을 받은 적이 없고, 몇몇 지진계들은 1990년 말 설치 이후 가속도계 등 주요센서 교체도 없이 사용되어 왔다는 사실이 국감에서 밝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주 지진 발생 직후 월성핵발전소 인근에는 며칠 동안 삼중수소의 농도가 최대 18배 이상 증가했다. 핵발전소가 가동 정지할 때 원자로건물 공기조화 계통도 함께 멈추는데, 대체 보조증기계통을 작동해야 했으나 밸브가 고장이나 이를 적시에 하지 못했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었다. , 모든 발전소가 일시에 멈춘 적이 없어 관련 보조장치의 밸브가 고장이 난 줄도 모른 채 20년간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이 보조장치 투입이 3일이나 지체되면서 월성 핵발전소 인근에 삼중수소의 농도가 18배 이상 치솟았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처음 겪는 일이라 미처 대처하지 못했다는 무책임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외에도 지진 발생 직후 원안위가 중수로 규제지침이 아닌 경수로 규제지침을 근거로 월성핵발전소의 안전점검을 실시한 점, 국내 핵발전소 중 13기가 내진검증 문서도 없이 발전을 해 왔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다.

 

엉터리 허위보고로 국민 우롱한 후쿠시마 후속조치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핵발전소 안전을 높인다고 정부와 한수원은 11천억을 들인 후쿠시마 후속조치를 내 놓았다.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의 스트레스테스트를 시작으로 수소제거기 장착, 고성능 방수문 설치, 내진설계 강화 등이 안전조치의 내용이다.

 

경주 월성핵발전소 전경. 경주 지진발생 직후 월성 핵발전소 인근의 삼중수소 농도는 최대 18배까지

증가하였다.    사진 출처, 환경운동연합

 

그러나 이것이 허위보고로 점철된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는 것이 국감을 통해 확인되었다. 월성1호기와 고리1호기를 제외한 다른 핵발전소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는 저예산을 이유로 관련 기관들이 용역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소폭발을 막아 줄 596개의 피동형수소제거장치는 486(81.5%)가 성능 검사도 거치지 않은 채 설치되었다.

 

설치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수소제거기를 핵반응로 격납건물 외부에 고정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격납건물 외부에 구멍을 뚫고 볼트가 제대로 박히지 않은 구멍들을 되메움도 하지 않고 방치를 한 것이다. 이 구멍으로 일상적으로 바닷가의 습기와 비가 침투하면 격납건물 자체가 약해질 수 있고 또한 강진이 발생할 경우 이 홈을 중심으로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쓰나미 대책으로 고리1호기 주변으로 해안방벽 증축 공사를 실시하였는데, 설계단계에서 92억원이던 공사비가 별도의 견적서도 없이 시행계획 수립단계에서 164억 원으로 뻥튀기 되었다. 그 사이 원안위가 권고한 고성능 방수문 설치는 단 한곳도 설치되지 않은 채 설치 기한만 2번이나 연장되었다.

 

또한 발전소 기기별로 내진성능을 강화했다는 주장 역시 이행률이 저조해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내진성능 강화 진행률>

부산·울산

경주

울진

영광

고리1

완료

월성1

완료

한울1·2

대상기기 미확정

한빛1~6

완료

고리2

35%

월성2~4

0%

한울3·4

20%

 

고리3·4

0%

신월성1·2

9%

한울5·6

0%

신고리1·2

9%

 

 

 

 

이 밖에도 후쿠시마 후속조치 사항 중 이행되지 않은 것이 6건이나 되고, 이행 과정에서도 완료 보고 후 관련 기자재 구매 계약이 이뤄지는 등 국민들을 기만한 허위보고들이 어러건 지적되었다.

 

·저준위 및 고준위 방폐물 대량 보유가 뒤늦게 확인돼, 핵위험 지역으로 부상한 대전

이번 국감으로 가장 황당한 경험을 한 지역이 대전 시민들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번 국감에서 대전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29728드럼 보유하고 있어, 고리 핵발전소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방사성폐기물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주(6000여 드럼)보다 5배 많은 양이다. 또한 연구 등을 위해 반입된 사용후핵연료는 폐연료봉 1390개와 손상 핵연료 309개 등 1699개가 대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핵폐기물들은 지난 30년간 대전 주민들에게는 쉬쉬한 채로 대전으로 밀반입되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전은 명실상부 전국 2번째 규모의 방폐장이 되어버렸다.

 

올해 국감, ‘한수원 눈속임으로 국민들 우롱, 전문가들 뒷받침, 규제기관 눈감아주고 있다는 사실 확인

이 외에도 핵발전소 보안이 취약하고, 한수원의 법률위반이 잦고, 정비 핵심 실무자의 2/3가 미숙련자이고, 사고사망자의 100%가 하청업체 직원일 뿐만 아니라, 비정규 하청 노동자들의 피폭량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8배 이상 된다는 점이 국감에서 지적되었다. 이는 한수원의 낮은 안전 의식과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번 국감에서 다뤄진 사실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 새로운 사실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감에서 명확해진 사실은 한수원이 눈속임으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를 전문가들이 뒷받침하고, 규제기관이 눈감아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어떠한 데이터나 객관적 사실이라고 말해지는 것들로 핵발전소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탈핵을 향한 국민적 선택밖에 없다.

 

탈핵신문 2016년 11월호 (제47호)

정수희 통신원(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