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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포퓰리즘?’, ‘핵발전 정책의 정치화!’ 한수원 <원자력 정책의 포퓰리즘화 가능성과 대응방안> 보고서, 비판!

원자력 정책의 포퓰리즘화 가능성과 대응방안보고서, 한수원과 제주대 산학협력단 공동작업

얼마전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 한수원) 홍보실과 제주대 산학협력단이 공동으로 진행한 한 보고서가 여론의 관심을 받았다. 201512월에 한수원에 제출된 <원자력 정책의 포퓰리즘화 가능성과 대응방안>. 이 보고서는 정합적이지 않고 서로 모순되는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학문적 엄밀성을 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찬핵진영이 핵발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과 갈등, 그리고 탈핵진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찬핵진영이 탈핵진영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하려는지도 가늠해볼 수 있는 귀중한자료다.

 

보고서 내용을 들여다보자. 제목에 쓰인 원자력 정책의 포퓰리즘화라는 말이 눈에 띈다. 보고서 저자들은 포퓰리즘이란 정치 또는 사회 세력이 대중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 대중의 단기적 이해에 부합되는 정책을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정치적 지지를 동원하려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실현가능성, 지속가능성, 재원조달 방안 등이 없는 정책을 추진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쟁점이 되었던 무상급식 정책과 2012년 대선에서 현 대통령이 주도한 누리과정 정책을 들고 있다. 이 정책들은 필요한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복지의 과잉이며, 복지 포퓰리즘이 가져한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다.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분석이다.

 

에너지전환 로드맵 등 탈핵정책,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대중적 공포를 이용했다?”

원자력 정책도 포퓰리즘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이후 치룬 19대 총선의 각 당 공약을 분석하면서, “반핵·탈핵의 입장을 지향하는 야당들은 대중들이 이해하기는 쉽지만 실제 정책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또는 불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2050년까지 2010년의 75%로 에너지수요 감축, 8.8%의 온실가스 감축, 100% 재생에너지 이용 등을 담은 에너지전환 로드맵 주장이 그렇다. 특히, 이러한 탈핵 정책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대중적 공포를 이용한 것이며 어느 정도 비용이 소요되는지도 제시하지 않아 실현가능성도 낮은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다행히 새누리당은 야당들과 탈핵정책을 두고 경쟁하고 있지 않지만, 잘못하면 새누리당도 원자력 포퓰리즘에 휩쓸릴지 모른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원자력정책이 포퓰리즘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하는 근거들이 이상하다. 첫 번째로 탈핵에너지전환교수모임, 탈핵법률가모임 그리고 반핵의사회 등 전문화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을 든다. 둘째로 재생에너지산업의 경제적 이해관계자와 환경운동세력이 연합을 추진하고 있고, 반핵·탈핵이 진보좌파의 전유 이슈에서 중도(좌파)민주당의 일부, 필자 덧붙임로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꼽고 있다. 셋째 과거 무조건적 반핵 대신 구체적인 시나리오와 논리를 표방하면서, “활동 내용의 구체화와 실현가능성을 주요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 단체들이 연대하여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있으며, 녹색당이 등장하여 제도정치에서 탈핵을 국가적 아젠다로 공론화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수원의 우려, ‘핵발전 정책의 정치쟁점화대안은, ‘쟁점을 경제성과 안전성 틀 안에 가둬라?’

이런 분석들이 원자력정책의 포퓰리즘화 가능성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포퓰리즘의 조건으로 스스로 제시하는 대중들의 합리적인 무지와 쉬운 이슈의 결합이나 그 정의에서 제시하는 인기영합적이지만 실현가능성이 낮은 정책의 남발 현상과 정반대되는 현상탈핵운동의 전문화 수준 현상, 주장의 현실가능성 증대 등을 분석해놓고, 결론은 엉뚱하게 내놓고 있다. 오히려 포퓰리즘화라는 분석 프레임 자체가 문제다. ‘포퓰리즘화사회·정치 쟁점화혹은 줄여서 정치화라고 바꿔 본다면, 분석한 현상들을 더욱 잘 설명할 수 있다. 한수원 등이 우려하는 것은 핵발전 정책이 정치쟁점화되는 것이고, 그것을 봉쇄하기 위해서 포퓰리즘화라는 프레임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보고서가 찬핵진영에게 제안하는 핵심적인 전략은 핵발전 정책의 비정치화라고 요약할 수 있다. 가능한 선거 쟁점화 가능성을 봉쇄하라!

 

이를 위해서 보고서는 여러 제안을 하고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한 가지는 겸손해지라는 제안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과도한 전문가주의를 경계하라 등등의 주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비수는 다른데 있다. 쟁점을 경제성안전성의 틀 안에 가두라는 제안이다. 즉 핵발전이 값싼 전기요금을 가능케 한다는 점을 강조해서 탈핵의 비용이 비싸다는 점을 부각시키라는 예상 가능한 전략에서부터, 핵발전소사고와 같은 국민적 우려 사항을 부각시켜 반원전 세력들이 이 프레임에 갇혀 새로운 반원전 이슈의 제기나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고단수의 전략까지 제시하고 있다. 오히려 이런 전략들은 찬핵 정책을 역으로 포퓰리즘화할 가능성이 있다. 즉 값싼 전기요금이라는 단기적 이익에 대한 호소가 지속가능성이라는 장기적 목표 추구를 가로막으며, 핵발전 안전과 같은 대단히 복잡한 기술공학적인 쟁점으로 대중들을 합리적 무지상태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포퓰리즘이라는 이름에 더 어울리는가.

 

한수원, 탈핵 정치쟁점화 대비 <국가별 탈핵운동 동향 분석 및 국내 탈핵 법령 연구> 새롭게 준비 중!

한수원은 올해(2016)<국가별 탈핵운동 동향 분석 및 국내 탈핵 법령 연구>라는 새로운 정책연구를 준비 중이다. 이 연구는 그들의 바람과 다르게 탈핵정책이 정치쟁점화 되었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 탈핵운동이 국회 내 지지세력과 함께 탈핵 법안을 입법화하려고 할 경우, 그것을 비현실적인 것즉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입법 저지 논리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탈핵진영은 이에 대한 역 대항논리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드러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과제로 탈핵운동의 정치화를 위한 정치전략을 가다듬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에너지정책연구소가 제안하고 있는 <탈핵 에너지전환을 위한 정치사회 시나리오> 연구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탈핵신문 2016년 10월호 (제46호)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