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만의 시한폭탄, 고리1호기 폐쇄하라”
IAEA ‘뻔한’ 결론…지역주민, 시민단체 강하게 반발
윤종호 편집위원
▲사진=6월 11일, IAEA 안전점검단을 태운 버스가 안전점검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고리핵발전소로 들어가려하자,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항의하며 버스 앞을 가로막자, 경찰들이 이들을 끌어내고 있다.
정부와 (주)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안전점검 결과와 여름철 전력부족 등을 ‘명분’으로 고리1호기를 재가동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기장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서울과 부산의 시민단체, 심지어 부산광역시조차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고리1호기 재가동 여부를 지켜보는 인근 340만 부산·울산·경남 지역주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30년 수명 고리1호기, 35년째 가동 중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핵발전소로, 1977년 6월경 시험발전 후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설계수명은 30년으로, 이미 2007년에 그 수명이 다했지만 수명을 10년 더 연장해, 현재 35년째 가동 중에 있다.
129회 사고, 혼자서 전체 사고의 20% 차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2012년 5월말 기준), 우리나라 핵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는 총658건이 있다. 이 수치는 드러나고 보고된 것만을 의미하고, 지난 2월 고리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사고 ‘은폐’에서처럼, 얼마만큼의 사건·사고가 감춰져왔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23기의 핵발전소 중 고리1호기, 단 1기가 일으킨 사고는 총129회로 전체 사고의 19.6%를 차지한다.
과연 안전한가…핵반응로(원자로)가 불안하다!
핵발전소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은, 핵분열이 일어나는 핵반응로(원자로) 압력용기인데, 이것은 교체할 수 없다. 현재 압력용기는 방사선과 중성자선 과다 피폭으로 극도로 약화된 상태로 깨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감시시편은, 압력용기와 같은 재질로 만든 조각으로 핵발전소 건설시 미리 압력용기 안에 여러 개를 넣어 둔 뒤, 주기적으로 압력용기 강도를 검사할 때 이용된다. 작년 4월 김영환 국회의원(민주당,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제출한 ‘고리 원전 1호기 계속운전(수명연장) 안전성 심사결과 보고서(2007)’를 검토한 결과, 고리1호기 압력용기 감시시편 충격시험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핵반응로 건전성 평가와 관련된 논란으로, 정부 고시에는 핵반응로 최대흡수에너지가 68J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고리1호기는 1978년 90.4J이었던 것이 1988년, 1999년 54.7J, 54.9J로 측정되었다. 이는 핵반응로의 연성(늘어나는 성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연성이 낮아질 경우 깨지거나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불어 내부 온도변화에 견딜 수 있는 강도를 의미하는 무연성 천이온도가 1979년 134.73℃, 1988년 138.06℃, 1999년 142.33℃로 기준치인 148.88℃에 근접해져 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헌석 대표(에너지정의행동)는 “고리1호기와 비슷한 시기에 가동을 시작한 일본 미하마3호기는 2004년 8월 가동중 발전소 배관이 파열돼 5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사고를 일으켰다. 사고조사 결과 오랜 가동으로 10mm배관이 4mm로 얇아져 있었다”는 사례를 통해 노후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중고부품 납품비리 사건 등은 고리1호기의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의구심을 더더욱 강하게 하고 있다.
▲사진=고리1호기 폐쇄와 IAEA 규탄 시민대회 및 탈핵문화제, 6월 5일 부산 서면 태화에서 진행.
IAEA 일주일간 전력계통만 조사…원자력안전위원회조차 그 결과를 부정
지난 6월 11일(월)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대강당에서 IAEA는 고리1호기 안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언론들은 IAEA의 결과발표를 ‘고리1호기 발전설비 양호’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며, 재가동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당일 발표장에서 미로슬라브 리파르 안전점검단장(IAEA 원자력시설안전국 과장)은 “이번 조사는 정전사고에 국한됐으며, 발전소 전체 안전에 대한 판단과 계속운전(수명연장) 또는 폐쇄 결정은 정부와 원자력감독기관이 내려야 한다”고 스스로 밝힌 것처럼, 고리1호기 전체적인 안전을 판단한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반핵운동단체로부터 핵산업계와 유착관계에 놓여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정부 측 핵심인사인 강창순 위원장(원자력안전위원회)조차 13일(수) 기장군수와 장안읍 주민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IAEA에 (점검을) 요구한 것도 없고, 신경도 안 쓴다. IAEA가 아무리 해봐야 저희보다 잘할 수가 없다”며 그 의미를 깎아내렸다.
강창순 위원장은 고리1호기 재가동 여부와 관련해, “안전규제 전문기간인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조직한)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고리1호기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두 점검단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말 고리1호기 재가동하는 것이 안전한지 판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1호기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재가동하기에 안전한지만 결론내리고, 실제 재가동 여부는 지식경제부나 한수원이 결정한다”며 향후 진행과정을 설명했다.
지역주민, 시민단체, 심지어 부산시도…“안전점검 결과 원천 무효, 고리1호기 폐쇄하라”
고리핵발전소 인근인 기장군 장안읍과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IAEA 조사결과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며, 당일 발표회장에서 일제히 퇴장했고, 계획된 주민설명회는 무산됐다. 조창국 위원장(장안읍 주민자치위원회) 등은 “일주일밖에 되지 않는 기간에 이런 광범위한 조사를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게다가 IAEA 조사단 8명 중 4명은 한수원과 같은 핵산업계 종사자로,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위험천만한 고리1호기 폐쇄를 요구했다.
이미 지난 4월 한달 동안 기장군청 앞에서 고리1호기 폐쇄를 주장하며 농성했던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와 탈핵울산시민행동 등의 시민단체들은, IAEA 안전점검단을 태운 버스가 고리핵발전소로 들어가기 직전 ‘고리1호기 IAEA 안전점검 원천 무효’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뒤, 버스를 가로막고 출입을 저지하는 행동에 돌입하며 경찰들에 의해 끌려나오기도 했다. 또한 서울에서도 지난 6월 18일(월)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에 이어, 70여 시민사회단체, 생협, 종교계 등이 연대한 ‘핵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행동’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고리1호기 폐쇄를 위한 집중행동’에 돌입했다.
한편 부산시는 12일(화) “이번 IAEA 안전점검 결과발표는 부산시민들의 불신과 불안을 해소하는 데 미흡하고 충분하지 못했다. 고리1호기는 시민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대책 없이 재가동해서는 안된다”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민주통합당 부산시당도 14일(목) “고리1호기 즉각 폐쇄를 비롯해, 추가 핵발전소 건설 등의 재검토를 당국에 촉구하며, 당리당략이 아닌 거국적 결단으로 새누리당을 비롯해 제정당, 부울경 광역시도,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이 참여하는 범시민대책위 결성을 제안”하는 등 각계각층의 반대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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