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암발병과 선천장애의 책임을 묻는다.
이진섭 (균도아빠)
균도엄마와 저는 1990년부터 경남 양산군 장안읍 좌천리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대학졸업후 직장이 인근이라 자연스럽게 시작한 신접살림이었습니다. 그 마을은 고리핵발전소에서 불과 3km의 마을입니다. 고리핵발전소가 들어오면서 마을 전체는 신축이 중지된 그런 마을이라, 저희같이 박봉의 월급생활자에게는 환경을 떠나 조용한 마을이었습니다.
저의 고향은 부산 해운대입니다. 태아나서 그곳을 떠나본 적은 군대생활을 제외하고 한번도 없습니다. 균도 엄마는 다른 곳 태생이지만 핵발전소 5km이내 지역에서 1988년부터 살고 있었습니다. 해운대 역시 핵발전소와의 거리는 불과 10km 남짓밖에 되지 않습니다.
조용한 마을, 밤이면 인적마저 없는곳입니다. 읍사무소가 있어도 교통은 불편합니다. 1997년3월 부산시에 편입되면서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개발의 때가 덜 묻은 곳입니다, 이유는 핵발전소 인근이라, 개발이 덜 된 것 같습니다.
그것에서 생활한지 1년정도가 지난 1992년 6월 6일 균도가 태어났습니다. 다른 아이와 달리 균도는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아직 자폐성 장애는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사랑으로 키우니까 별탈없이 자랐습니다. 균도의 장애가 우리에게 타지 생활을 하게 했습니다. 균도가 두 살무렵 서울대학교 병원을 다니기 위해 경기도 성남에서 22개월간의 생활을 했습니다. 균도 인생에서 핵발전소 5km를 벗어난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다시 내려와서 생활한 것은 처갓집이 있는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입니다
우리 가족의 불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2007년 일광에서 사시는 장모님이 위암 판정을 받고 위를 70%이상 절제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제가 직장암코드를 부여받고 내시경 절제시술, 2012년 균도 엄마가 갑상샘암(임파선에 일부전이)으로 시술했고, 요오드 방사선시술을 하였습니다.
저희 부부가 암을 진단 받은곳이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입니다. 위치는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동리, 균도가 태어난 곳의 바로 옆마을입니다. 신고리핵발전소 3~4호기가 들어오는 조건으로 병원이 건설되었습니다. 이 병원 개원기념으로 기장군에서 일부금액은 충원하고, 원자력의학원에서 일부를 내어 핵발전소 인근 주민에게 암검진권을 무료로 주었습니다.
지금 고리핵발전소에서 이야기하는 5km 인근 마을의 원주민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기장군에서는 장안읍과 일광면이 속하게 되는데, 그 두읍면의 총주민수는 1만5000명 정도입니다. 병원에서 무료검진을 받는 동안 많은 지역사람을 봤습니다. 그리고 적지않은 암발생 수도 간접적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동네 장레식장에서 듣는 이야기, 물론 모든 것이 신빙성의 문제는 있지만 암으로 돌아가시는 분이 많다는데 저는 지역 주민으로 혹시나 해서 핵발전소를 겨냥하게 되었습니다.
얼마전 고리핵발전소 비상발전기 정지 및 은폐 사건에,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데 저는 분개하였습니다. 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기장군과 의회가 있습니다. 인근 자치구는 의회차원에서 반대 서언을 하는데, 기장군은 안전을 외칠 뿐, 언제나 순서가 북치고 장구치는 수준이라 지역민으로서 분노스럽습니다.
핵발전소는 지역주민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많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것은 전기료 감면혜택 한 가구당 5000원이 거의 전부입니다. 그것도 발전소 이익금 1%를 그 지역민에게 쓰라고 하는 법적 이유 때문인데, 군의회는 당연히 우리에게 해주어야할 것도 핵발전소가 우리에게 주는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 나를 분개하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결과들이 몇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한수원사장이라는 작자가 하는 말 "경기도 이상에는 사람이 많이 살아서 가지 못한다" 그럼 우리는 무엇이 되나요? 고리원전 30km이내에는 인구 400만정도가 삽니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고 마루타입니까? 이 말이 결정적으로 저를 소송으로 이끌었습니다.
둘째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전해들었던 내용. 갑상선암 발병률이 핵발전소 인근 주민에게서 2.5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균도 엄마가 암에 걸린 것이 핵발전소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래 물어보자 소송이 아니라 주민의 건강권. 핵발전소와 얼마나 관게가 있는지 법적으로 이야기 한번 해보자. 개인적으로 물어본다고 과연 정부와 한수원은 이야기를 할까요? 제가 유일하게 이야기할 곳이 법원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소송은 단순 건강소송으로 1달러 소송을 준비했습니다.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식적 입장이 필요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손배소송은 1억이상이 되어야만 합의부 판결이 있다고 해서 1억5천을 산청하였습니다. 우리가족의 불행, 돈으로 바꿀 수 없으니깐요.
사실 균도와 저는 발달장애인의 문제로 세상을 향해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 균도와 세상걷기” 라는 주제. 기초법 부양의무제폐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기치로 전국도보투쟁을 하는 부자입니다. 작년과 올해 13개월간 부산~서울, 부산~목포~광주~서울 이렇게 3차례 1,700km를 균도와 함께 국토도보투쟁을 했습니다. 몇차레의 언론보도로 우리 이야기가 이슈는 되었습니다. 이번 가을에도 다시 감행을 합니다. 원래 이번 소송과 무관하게 정해둔 길을 걸어가지만, 그 가는 길에는 많은 핵발전소가 있습니다. 고리, 월성, 영덕, 울진, 삼척 아마 재앙이 될 곳을 우리가 걸어갑니다. 후쿠시마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이야기할 수 있나요?
지금 고리는 35년 이상된 1호기를 연장을 시도하려 합니다. 지역민으로 안전이 답보되지 않는 것에 반대합니다. 이 소송은 지역민으로의 자존심입니다. 제 가족의 싸움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사람의 당연한 권리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균도와 세상걷기'는 장애인의 문제를 결코 우리끼리의 문제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문제는 환경의 문제입니다. 방사선이 우리 인체에 얼마나 위험한지 공식적으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앵무새의 언론 획책이 아니라 정확한 근거로 우리를 설득해 주세요.
이번소송은 진보신당, 녹색당, 부산사회복지연대, 부산장애인부모회, 탈핵부산시민대책위, 탈핵 법률가모임 해바라기 ,탈핵의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영철변호사등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10월에 시작하는 '균도와 세상걷기' 시즌4를 많이 알려주세요.
핵발전소 없는 세상만들기에 '균도와 세상걷기'는 같이 합니다. 이동경로는 부산기장 출발~고리~월성~영덕~울진~삼척~강릉~평창~횡성~구리~서울 이렇게 이동하고, 이동거리는 800km입니다. 페이스북 '이진섭', 페이스북 그룹 '발달장애인 균도와 세상걷기'에 우리 소식이 알려져 있습니다. 연락처 051-723-2006 해운대기장장애인부모회입니다.
발행일 : 20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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