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를 끊기 위해 고리를 넘어 간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간사)
지난 3월 고리1호기 전원상실사고 은폐 사건 이후, 4개월이 지났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고리1호기 문제는 여전히 수많은 의혹과 걱정, 불신을 확산시킬 뿐이다. 7월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1호기 재가동을 승인했지만, 고리1호기는 가동이 미뤄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을 포함해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그 결과를 인정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도 이제 고리1호기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부터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단체와 시민들을 중심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고리1호기폐쇄를 위한 1시간 행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6월 18일부터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고닥폐(고리1호기닥치고폐쇄) 카페로 확대하여 운영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은 이제 탈핵운동의 상징 거점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직장인들과 시민들에게 이 건물에 뭐가 있냐고 많은 질문을 받았다. 그동안의 성과인지 이제는 그런 질문보다는 스스로 와서 서명하는 시민들이 많아졌고, 고리1호기폐쇄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묻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공동행동) 소속 단체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찾아 고리1호기의 문제점에 대해 캠페인, 집회, 공연, 선전전, 서명운동, 탈핵파티 등을 진행했다. 특히 생협과 종교계 등이 고닥폐 카페에 많은 참여를 했다. 처음에 카페를 차리기 위해 물품 들였던 비용의 몇 배 이상의 후원금이 고닥폐 카페로 모아졌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의 탈핵운동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의 문제로 머물러 있던, 원전 문제가 이제 전국의 이슈와 운동이 되고 있다. 전력을 소비만 하던 서울시민들이 이제 목소리를 내고, 탈핵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고닥폐 카페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작은 운동이지만, 탈핵운동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고리1호기를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공동행동은 울산부산의 고리1호기 폐쇄 운동과 고닥폐 카페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서울에서 대규모 탈핵집회를 개최해 강력 대응할 예정이다. 후쿠시마가 한국의 탈핵운동을 깨웠다면, 이번의 고리1호기 폐쇄운동이 한국의 탈핵운동에 실질적인 성과를 만드는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발행일 : 20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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