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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고리,신고리관련)

울산, 원전 14개 있는데 방사능 대책은 '구멍' -원전도시 울산, 방사능 막아줄 대피소와 주민용 방호복 없어

울산시 핵발전소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안에 113만 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방사능을 막아줄 대피소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5월 핵발전소 인근 지역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한 시점부터는 정부 지침에 따라 방사능 사고 시 대응요원에게 지급할 방호복만 갖췄고, 주민보호용 방호복은 구비하지 않았다.

 

울산은 핵발전소 고리 1~4호기, 신고리 1~4호기,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이미 가동 중이거나 가동 예정인 원전 14기에 둘러싸여 있다. 지난 6월에는 신고리 5~6호기 허가까지 났기 때문에 건설이 진행되면 울산은 16기의 핵발전소에 둘러싸인다. 울산광역시 120만 명 인구 가운데 방사선비상계획구역 30km 안에 1134296(20155월 기준, 울산시 자료)이 포함돼 있다.

 

울산시가 방사능 사고에 대비해 방사능방재 대책을 얼만큼 세우고 있는지 살펴봤다. 울산시의 방사능방재 대책은 핵발전소가 들어선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45'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이 개정된 뒤, 울산시는 고리와 월성핵발전소로부터 반경 30km까지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재설정, 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안위)20155월 이를 승인했다.

 

이후 울산시와 기초단체(5개 구군)는 방사능방재 대응 메뉴얼을 만들고, 방사능 방호약품과 방호장구 확보, 구호소 추가 지정 등을 진행했다. 지역 사회가 방사능 방재 대책을 자치단체에만 맡기지 말고 의견을 제시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 울산 울주군이 실시한 고리핵발전소 방사능방재 연합훈련 장면 ©용석록

 

 

원전 14기에 둘러싸인 울산, 주민용 방호복도 없다

 

고리나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핵발전소와 같은 7단계(심각한 사고) 사고가 일어날 시 방사선비상계획구역(30km 이내) 안에 거주하는 울산시민 113만 명의 방사능 피폭을 막아줄 지정대피소는 울산 관내에 단 한 곳도 없다.

 

또 울산시와 기초단체(5개 구군)는 갑상선 방호약품은 주민 수에 맞게 구비(264만정, 12)했지만 시민에게 나눠줄 방호복과 방진마스크는 갖추지 않았다. 다만 방호요원으로 투입될 인력에 한해서는 방호복을 4개 구군이 180세트씩 각각 구비해 놓았다.

 

지자체가 방호요원 외에 일반 주민 방호복을 구비하지 않는 이유는 원안위가 지난해 5월 관련 지침을 변경해 지자체에 내렸기 때문이다. 원안위 방재환경과장은 88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방호복 지급 지침을 바꾼 이유에 대해 "방사능 사고가 나면 주민은 일단 대피가 우선인데 방호복을 입으면 오히려 대피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판단했고, 방재요원은 현장업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방호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고가 나더라도 옥내대피가 우선이며 예방조치구역(3~5km) 주민 외에는 방송이나 안내 등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고 했다. 만에 하나 대형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해서 구호소로 이동할 여건조차 되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방사능방재 법상 방사능을 막아줄 대피소 개념은 없다. 대피할 시간조차 없는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했다.

 

고리와 신고리 핵발전소 최인접지역인 울주군은 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 전체 주민 대상으로 68910세트의 방호복을 구비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지침 이전의 방재대책을 따랐기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난 722"중앙에서 내려온 지침이 오염되기 전에 주민을 대피시키는 방향으로 방침이 바뀌었고, 굳이 주민 대상 방호복을 구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민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공동대표는 "지자체가 원안위 지침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울산시가 시민 안전을 고려해 방호복 추가 구입, 방사능을 막아줄 대피소 마련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대피할 시간조차 없는 사고 일어날 확률 낮다"는 원안위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대피소' 개념은 방사능 오염을 방지(차단)하고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대피소를 말한다. 울산시에는 '구호소'가 고리핵발전소 기준 114, 월성핵발전소 기준 205개 지정되어 있지만, 구호소는 방사능 오염을 방지할 수 없는 곳이다. 더구나 울산 4개 기초단체(, , , 중구)는 고리·월성핵발전소와 중복된 비상계획구역(30km 이내)에 속하지만 구호소를 모두 관내에 지정했다. 30km 밖으로 구호소를 지정하려면 타 지자체와 협조해야 한다.

 

울산시 방사능방재 대책 매뉴얼에는 초기에는 울산 관내 구호소, 방사능 환경평가 이후 필요시에 울산시민을 타 지자체(밀양, 청도, 경산, 경주 등)로 대피시킨다고 돼 있다.

 

고리나 신고리 핵발전소가 만약 7등급 사고를 일으키면 울산과 부산 380만 명이 대피해야 한다. 한꺼번에 차가 몰리는 교통대란을 막으면서 어떻게 순차적으로 대피시킬지에 대한 방안은 중요하다.

 

울산 지역 방사능방재 관계자는 72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실상 그 부분이 가장 어렵다""반드시 교통 통제와 수송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뮬레이션은 민방위훈련처럼 모든 주민이 참여하는 '대피 훈련' 형식이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지금도 인원을 동원해야 연합훈련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법제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지방경찰청과 광역시가 대피로에 경력(경찰)을 어떻게 배치하고 교통을 통제할 지 세부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방사능방재 대응매뉴얼에 그 부분은 빠져 있다. 핵발전소 건설 허가 시, 비상계획구역 거주자가 안정적으로 대피할 도로(통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건설허가를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울산·부산 380만 명 대피시 교통통제와 수송대책 시뮬레이션 필요

 

울산시 5개 구·, '2016년 방사능방재 관련 당초예산'은 남구 9585만 원, 북구 4860만 원, 동구 3485만 원, 울주군 28600만 원, 중구 0원이다.

 

울산 5개 기초단체 예산은 방사선 측정기, 개인피폭 선량계 구입 등과 함께 원전안전분야 현장조치 매뉴얼 제작, 구민행동요령 홍보물 제작비 등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주민 원자력안전 현장견학비'가 모든 기초단체에 책정돼 있다. '원전 현장견학'은 방사능방재 이해를 목표로 책정된 사업이다.

 

하지만 고리원자력본부 현장견학을 가보면 '원전은 안전하다'는 홍보성 교육이 포함돼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체 진행하는 홍보는 논외로 하더라도 '방사능 방재 교육'에 핵발전소를 홍보하는 사업은 '지자체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울주군은 올해 4월 공무원 80명을 대상으로 고리홍보관과 신고리전망대, 발전소 주 제어실을 견학했다.

 

                                    △ 울산 울주군이 실시한 고리핵발전소 방사능방재 연합훈련에서 시민들의 피폭상태를 측정하는 장면 ©용석록

 

사고 발생 후 약품 제공... 받으려다 피폭당하면 어쩌나

 

원안위 국가방사능방재 계획은 갑상선방호약품을 사고 전 미리 배포하지 말고, 사고가 난 뒤 나줘 주도록 정했다. 원안위는 갑상선방호약품 사전배포 시 약품분실에 따른 복용 불가능사태 발생, 유통기한 지난 약품 회수와 폐기 어려움, 적정 보관 등 관리의 어려움, 오용 가능성을 우려해 사전에 배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마을회관이나 보건소, 주민센터 등에서 배부하는 구호약품을 받으려고 줄 서다가 피폭될 가능성이 있다.

 

원안위원인 김익중 교수(동국대)7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고가 나면 100여 가지 방사능 물질이 나오는데, 갑상선방호약품은 방사성 요오드만 방지한다", "구호약품 받으려다가 오히려 (다른) 방사능에 더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방호약품은 반드시 평상시 배부돼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김혜정 원안위원(시민방사능감시센터)7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핵발전소 소재 지자체가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했지만, 구체적인 세부 계획과 예산, 방재인력 전문성 등이 부족한 상황이라서 시민사회가 적극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탈핵신문 2016년 8월호

용석록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