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신문은 탈핵현안을 안고 있는 지역의 과제와 향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탈핵 지역 좌담회를 기획했다. 올해는 특히 신고리5·6호기 건설 계획을 중심으로 한 울산, 부산 등을 중심으로 한 연속좌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 첫 시작으로 지난 6월 30일(목) 울산아이쿱생협 사무실에서 울산지역 탈핵운동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2시간 남짓 좌담회를 진행했고, 지면 관계상 주요내용을 요약·정리해 전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울산지역 탈핵운동 평가
김준한(사회, 탈핵신문 발행인): 신고리핵발전소5·6호기 건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승인이 났다. 신고리5·6호기 문제는 무엇보다 울산지역의 문제이기에 울산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참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신고리5·6호기 문제와 함께 울산지역 탈핵운동에 평가와 과제, 그리고 탈핵운동 전반에 대한 의견이나 제안들에 대해서도 논의해보면 좋겠다.
서민태(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대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하, 울산공동행동)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가 일어난 그 다음 해인 2012년 총선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되었다. 그리고 약 2년 전부터 탈핵골목순례를 하면서 더욱 활발히 활동했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울산지역 탈핵진영이 최대로 힘을 합치기 위해 힘썼고 2명의 울산탈핵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었다.
신고리5·6호기 관련 여론 조사결과 울산시민의 약 70%가 ‘핵발전소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렇게 시민들의 핵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
김준한: 울산에서는 전형적이지 않고 약간 독득한 방식으로 탈핵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울산 탈핵운동의 특징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진영(녹색당 울산 당원모임): 울산에선 탈핵학교를 계속해서 진행했다. 노동조합에서도 탈핵교육을 계속한다. 핵에 대한 인식 변화가 조금씩 보인다. 처음에는 정정당당하게 탈핵에 반박했던 사람들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핵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김화정(평화캠프 울산지부): 밀양송전탑 투쟁이 큰 의미가 있었다. 당시 울산에서 대단히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울산의 운동이 노동운동 중심이라고 한다면,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은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했다. 밀양투쟁을 통해 탈핵의 감수성, 연대의 기쁨을 배웠다. 그 때 함께했던 분들이 향후 울산지역 탈핵운동을 주도하게 되었다. 늘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고, 아기자기하게 보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김향희(울산환경운동연합): 누군가가 잘 이끌어주면 사람들이 더욱 잘 모이는 것 같고, 힘을 잘 합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그런 기획을 잘 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박진영현재 진행하고 있는 차량 캠페인 방식도 너무 좋다. 차량 캠페인은 탈핵과 좀 반대되는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효과적인 것 같다. 조금 더 고민해서 방법에 대한 계획을 잘 짜면 좋겠다.
이창숙(어린이책시민연대 울산지회): 지역에서 계속하려고 했던 다양한 시도들, 아기자기한 방법들을 도입해서 조금씩 알리려고 했던 것이 좋았다. 역시 여성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긴 하다.
김화정: 울산 안에서도 지역마다 탈핵에 대한 인식의 온도차가 크다. 그리고 20대 청년들이 이 문제에 정말 무관심하다는 것을 느낀다. 20대는 이 문제를 자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소통이 더 필요하다.
서민태: 탈핵이라는 주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폭넓은 연대를 아우르는 방법이 필요하다. 울산에서도 모색해 가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김준한: 부산에서 고리핵발전소1호기 폐쇄운동 때도 모두가 보편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가치로 ‘탈핵’이 아닌 ‘안전’이라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고리1호기의 심각성에 대해 오랫동안 운동했던 경험들의 성과로, 안전성만큼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시민들 사이에 확산된 것이다. 기장군 해수 담수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물 문제’라는 생활과 밀접한 문제였기에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이향희(노동당 울산시당) : 울산에서도 맨 처음 연대체 명칭을 정할 때 논란과 갈등이 있었다. 좀 더 광범위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명칭을 지었으면 하는 고민이었다. 울산에서도 1990년대 말부터 주민들과 함께 현장 반핵 활동을 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의 꾸준한 활동이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와 밀양 문제 이후 자발적인 활동과 잘 연계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이 일에만 집중해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생기는 한계가 있기는 하다. 각자 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비약적으로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다. 현안에 닥쳐서 일하게 되다 보니 생기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재 수준에서 자발성과 집중력이 계속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신고리5·6호기 원안위 결정이 난 현재 국면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다시 고민이 필요하다. 지난주까지는 긴급하게 대응했는데 이제부터는 장기전이다.
신고리5·6호기 건설 반대운동, 대중적 확산을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
김화정: 핵 찬성파들의 ‘핵발전의 3대 거짓말’과 같은 내용에 대해 그 동안 탈핵학교에서도 다뤘고, 이미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많아졌다. 그리고 노후핵발전소 안전성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시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규핵발전소 건설 문제는 안전성 보다는 경제성 문제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안전성에 관련된 부분도 기저에 깔고 가야 하지만, 시민들에게 설득력 있는 논리를 만들 때 저는 경제성에 대한 부분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핵 추진파들이 말하는 지역경제 발전, 고용 창출과 같은 논리에 대응하기 위한 논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향희: “조선소 해고 노동자를 신고리5·6호기 건설 현장으로 돌리면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그런 논리가 상당히 시민들에게 먹혀 들어가는 것 같다.
박진영: 그렇다. 플랜트(설비산업)에서 그 동안 너무나 일이 없었기 때문에, “핵발전소만큼 보수가 좋은 것이 없다. 몇 달 일하고 1년 동안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다”와 같은 이야기가 벌써 돌고 있는 것 같다.
이창숙: 그런 논리에 반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에 민감하다.
이향희: 지난주에 열린 조선업 대책 마련 토론회에서 울산시청 공무원이 나와서 하는 말이 ‘이 사태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면서, 신고리5·6호기 건설로 생기는 일자리에 대해 “울산시는 어떻게 지원하겠다… 일자리 연계를 꼭 할 것이다…”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이후 이런 흐름이 더욱 강화될 것이 예상된다.
박혜령(탈핵신문 공동대표): 잠깐 영덕의 사례를 말씀 드리자면, 영덕이 2012년 초에 여론조사를 했다. 안전성과 위험성, 그리고 경제성에 대해 나눠 진행했는데, 90%가 안전하지 않다, 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70~80%가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에 된다고 답변했다.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넣고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김준한: 경제성의 문제는 불편한 현실이다. 또한 대단히 중요한 관점이기도 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부산·울산·경남에서 대응 방법을 모색하고 이끌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충분히 부각시킬 수 있는 논점이라고 생각한다.
김화정: 두 가지 착시 현상을 이용하고 있다. 핵발전소 건설이 되면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경제 부양효과도 의심스럽다. 게다가 그 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측면에서도, 핵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보통의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양질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것인가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
김형근(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장): 그런 의미에서 노동조합 단위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다”라는 입장이 나왔으면 좋겠다.
김화정: 그렇다. 하지만 현재는 단위 노조 또는 노동조합 전체가 그렇게 행동을 조직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향후, 울산지역 탈핵운동의 전망과 과제
김준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핵발전소 진흥에 관한 논리는 아주 고전적인 논리다. 핵발전소가 위험한 줄 알지만 경제문제와 결합되면서 ‘어쩔 수 없다’며 지역주민들에게 수용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제 이 경제성 논리 이외에는 안전성 등의 문제에서 지역주민들이 설득되지 않는다는 측면도 있다.
울산에서는 지금까지 해 왔던 방법들과 함께 앞으로 새롭게 승부해야 할 의제들이 있을 것 한다. 향후 전망과 과제에 대해 말씀해달라.
서민태: 울산에서 탈핵으로 가는 길을 크게 2가지로 생각한다. 하나는 20대 국회의원 중심으로 한 법 개정 등의 움직임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실질적으로 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대통령 선거에서 탈핵후보가 나와야 한다. 이것은 중앙권력의 차원이지만, 지방선거도 2018년에 있다. 탈핵후보를 단일화시키면 안 되는 일은 없다. 우리는 힘을 모아 나가기만 하면 빠른 시일 내에 탈핵이 될 거라고 믿는다.
용석록(탈핵신문 울산통신원): 물론 정치적인 세력화가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을 주요 의제로 삼고 가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여론이 형성되면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힘에 의해서 바뀔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진영: 독일은 핵발전소를 멈추는데, 700회 이상 토론회를 했다고 한다. 그런 문화가 있다. 그런 유럽 나라들의 기본 정서와 대한민국의 정서가 너무나 다르다. 현재 우리는 교육도 해야 하고, 캠페인도 해야 하고, 또 토론회나 시장에게 질의하는 것도 해야 하고 굉장히 여러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붙어서 다양한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용석록: 우리에게 지금 핵발전소를 멈추겠다는 확신이 없으면 정말 멈추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멈춘다고 생각하고서 진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화정: 고리1호기나 월성1호기처럼 누가 봐도 안전성 자체가 문제이고, 경제성이 더 이상 없는 것들은 논리를 펼치기도 쉽다. 신규핵발전소 같은 경우에는 논리로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정치적 판단일지, 여론으로 막아내는 것이 핵심일지…, 어떤 것이 핵심적일지 고민이 된다.
김형근: 어디로 가자라고 논의를 해서 힘이 되는 수준이라면 행복한 고민이지만, 아직은 회의에서 주로 던져보는 정도인 것 같다. 현재 시점에서 무엇을 할지에 대해 주로 나온 내용들이 시민들에게 홍보·선전하는 안들은 계속 나오는데 실제로 해 보면 그런 기획들이 집중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안은 괜찮은데 어떻게 힘을 집중해서 끌어올리고 성과를 낼 것이냐는 고민이 필요하다.
박진영: 탈핵은 끝이 없다. 정리가 안 되고 끝이 안 보여 참 피곤한 것 같다. 그래서 집행부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 같다. 장기전이고 서로 피로도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용석록 : 신고리5·6호기 건설 승인이 났을 때 별로 화가 많이 나지 않았다. 너무나 뻔한 결과였다. 앞으로 막아내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마음을 모으는 수련회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김화정: 여기에 계시는 분들은 확신도 높고 오랫동안 활동해왔던 분들이다. 오랫동안 이 문제로 활동했던 사람들은 현실이 답답하고 끝이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작년과 올해 우리지역에 아이쿱이나 한살림 등 다양한 단위에서 탈핵 소모임이 생기기도 했다. 자발적으로 해당 활동 공간에서 탈핵을 고민하고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이 확실히 늘어난 것 같다. 시간이 걸리기는 해도 인내심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박진영: 계속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아이디어마다 계속 실천해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탈핵이 대세이며, 나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김형근: 울산지역에서 탈핵운동이 더욱 대중적으로 확대하고 운동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집행부를 구성했다. 앞으로 신고리5·6호기 건설을 저지하는 활동이 부·울·경 연대를 통한 탈핵운동의 발전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다.
울산환경운동연합 김향희 제공
오하라 츠나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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