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의 50.7%, 울산시민의 70.5% 신고리5·6호기 건설 반대
20대 총선이 시작되기 직전인 올해 3월, 그린피스에서는 부산시민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조사기관 Gallup)를 진행하였다. 설문조사는 현재 고리 핵발전소에서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8기의 핵발전소 외에 추가로 2기의 핵발전소가 건설 추진 중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여부와 추가건설에 대한 찬반 의견, 그리고 그 이유를 묻는 내용들로 진행되었다.
설문조사 결과, 부산시민의 15.7%만이 신규핵발전소 건설(신고리5·6호기)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하였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 중 20.7%가 신규핵발전소 건설에 찬성한다고 응답했고, 50.7%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한다고 응답한 시민들은 신규핵발전소 건설이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49%)’에 도움이 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고, 반대한다고 응답한 시민들은 ‘안전 및 사고 위험성(75%)’을 이유로 밝혔다.
20대 총선 전 까지만 하더라도 신고리5·6호기 문제는 부산시민들에게 큰 이슈가 아니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신고리5·6호기 건설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람의 다섯 배가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핵발전소 건설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했다. 건설 반대가 50.7%였고 찬성이 27.4%였다. 이는 고리1호기 폐쇄 결정을 이끌어낸 시민들이 보인 당연한 결과였다.
이는 울산도 마찬가지다.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올 1월에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조사기관 울산사회조사연구)에 따르면, 울산시민의 70.5%가 안전성을 이유로 신고리5·6호기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과 울산 시민들은 안전성을 이유로 더 이상 핵발전소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지난 6월 23일(목), 부산과 울산 시민들의 의사는 상관없이 신고리5·6호기 건설을 표결로 결정했다.
7명의 위원이, 800만 부·울·경 시민의 삶을 결정?!
원안위 회의가 있던 바로 그 날에도 부산과 울산, 경남 시민들은 원안위 방청과 기자회견, 캠페인, 울산시청 인간띠잇기 등으로 ‘신고리5·6호기 심사중단’을 요구했다. 당시 원안위 회의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승인을 안건으로 세 번째 진행되는 회의였지만, 부·울·경 시민들은 이날 원안위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는 크게 예상하지 않았다. 이날 원안위 회의에서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아주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800만 부·울·경 시민의 안전이 달린 문제를 그렇게 쉽게 결정내릴 것이라고는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원안위는 신고리5·6호기 건설 승인을 표결로 결정했다. 가장 많이 논란이 되었던 핵발전소 밀집에 따른 문제, 즉 다수호기 안전성 평가와 관련해서는 기준도 없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평가도 하지 않은 채 표결을 강행한 것이다.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작정이라도 한 듯 표결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일부 원안위원은 준비해온 문서를 읽는 것으로 최종의사를 밝혔다. 방청을 하고 있던 시민들이 표결에 항의하며, 회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였지만 회의장에서 끌려 나가야만했다.
부산·울산·경남 시민사회 원안위 결정, 일제히 반발
원안위 결정이 있은 바로 다음날(24일, 금), 부산과 울산에서는 일제히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경남 역시 27일(월) 기자회견을 열어 원안위 결정에 불복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부산에서는 원안위원들이 무책임하게 표결을 강행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고, 원안위 결정 불복종과 재검토를 요구했다. 울산에서는 찬성에 표를 던진 원안위원 7명을 ‘핵 재앙 7적’으로 규정하고, 결정 철회와 원안위와 한수원의 유착관계 수사를 촉구했다. 경남 역시 기자회견에서 이번 원안위 결정을 부실·졸속·불법 승인으로 규정하고, 신고리5·6호기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신고리5·6호기 건설승인과 관련한 이번 원안위의 검토 과정은 단 5주에 불과했다. 비공개 보고까지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원안위원들이 신고리5·6호기를 검토할 시간은 7주 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전문가라 하더라도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설계수명 60년, 세계 최대 규모 급의 핵발전소 2기, 이미 8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핵밀집 지역’에 대한 검증과 평가를 제대로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현재 9명의 원안위원 가운데 상임은 단 2명에 불과하다. 부·울·경 시민들이 원안위의 표결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다.
부·울·경탈핵시민연대, 신고리5·6호기 백지화 목표로 내년 대선까지 중장기 전략 마련
울산 지역신문인 《울산저널》은 6월 29일(수)자 신문에서 신고리5·6호기 건설 승인에 대한 부·울·경 시민들의 분노를 1면 백지 발행으로 대신 표현했다. 이는 단순히 한 지역 언론사의 패기가 아니다. 신고리5·6호기 건설 승인에 따른 부·울·경 시민들의 분노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탈핵부산시민대책위를 중심으로 규탄대회(7월 9일(토))를 준비 중에 있다. 이는 신고리5·6호기 졸속 승인에 따른 부산지역 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부·울·경지역이 ‘신고리5·6호기 저지 부·울·경탈핵시민연대’를 통해 신고리5·6 백지화를 위한 공동보조를 맞춰갈 예정이다. 부·울·경탈핵시민연대는 조만간 대표단 회의와 실무단 워크샵을 열어 연말에 진행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내년 ‘대선’ 대응까지 이어지는 중장기전략을 수립하고 공동행동을 제안해 나갈 방침이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단체들은, 지난 6월 23일(목) 원자력안전위원회 신고리5·6호기 건설심의 3차 회의를 앞두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실 맞은 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신고리5·6호기 심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정수희
©정수희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신고리5·6호기 건설승인 표결 바로 다음날인 6월 24일(금), 부산과 울산에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 결정을 불복하고 무효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탈핵신문 2016년 7월호 (제43호)
정수희 통신원(부산에너지정의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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