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배포 알림장? 핵발전소 홍보 리플렛!…울산 학부모들 뿔났다!

알림장 외피를 쓰고 학생들 손에 전달된, 일방적인 홍보용 리플렛

지난 3월 30일 저녁, 울산시 울주 아이쿱 생협활동가로부터 문자가 왔다. 조합원의 제보를 받고서 보낸 문자였다. 울주지역 학교에 다니는 조합원의 아이가 선생님이 알림장을 무료로 나눠줘서 받아왔는데, 그 알림장이라는 게 핵발전소를 홍보하는 알림장이라는 것이었다.

문자로 받은 알림장 표지사진을 보니 기가 막혔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느낌의 만화캐릭터, 핵발전소가 태양력, 풍력, 수력발전소와 나란히 숲과 자연 속에 어우러진 모습, 바람을 타고 핵에너지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듯한 그림 등을 묘사하며 ‘핵발전소는 자연친화적인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표지의 안쪽 두 페이지에는 ‘원자력에너지가 필요한 이유’, ‘원자력이 전기를 만드는 과정’, ‘원자력은 친환경에너지’, ‘원자력은 경제적인 에너지’라는 타이틀 아래 자세하게 설명을 해놓았다. 그러나 핵발전의 사고위험성과 파괴성, 막대한 폐쇄 비용, 핵발전이 자연과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일방적인 홍보용 리플렛이었다. 게다가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한 후 끄집어낸 ‘사용후핵연료’는 다시 원자력발전소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처리한다면 재활용된다’는 얼토당토않은 거짓정보까지 게재되어있었다.

 

‘이거 학교에서 이런 걸 나눠줘도 되나요? 세뇌시키는것도 아니고!’라는 활동가의 문자에 완전 공감이 되었다. 이건 완전히 세뇌였다.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아이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왜곡된 메시지를 세뇌시키고 있었다. 발전소에서 바로 학교로 협찬이 들어와서 학교에서 개념없이 배포한 것인지, 학교가 요청한 것인지,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일방적인 홍보용 리플렛이 알림장의 외피를 쓰고 학생의 손에까지 전달되었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해당 학교·교육청·관련단체로 항의전화·방문…‘자료 회수, 관련 탈핵교육’ 진행키로!

다음날 바로 학교로 전화를 했다. 해당 학교 교장과의 통화에서, 학교 학부모로부터 제보를 받았고, “핵발전소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서 핵발전소를 끌어안고 살고 있는 울주군 지역민으로서 불안감이 날로 커 가는데, 핵발전이 안전하다는 식의 이런 일방적인 홍보물을 어떻게 우리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느냐?”는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 그리고 어떤 경위로 알림장이 배포되었는지 확인했다.

 

학교 측의 답변은 ‘평화운동연합’이라는 단체에서 3박스, 총 4백 권의 알림장이 택배로 학교에 일방적으로 배달돼왔고, 학교에서는 알림장 협찬이므로 크게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서 주로 알림장을 사용하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배포를 하기로 해서, 19개 반 중에 11개 반에 배포가 된 상황이었다. 우리는 학교에 알림장수거를 요청했고, 나머지는 모두 폐기처분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알림장 배포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왜곡된 교육이 되었으니, 학생들의 수업에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줄 것과 학부모들에게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학교측에서는 우리의 요청사항을 받아들였다. “남은 알림장은 폐기하겠으며, 이미 뿌려진 반에는 알림장과 재량수업으로 핵발전소의 위험도 교육하겠고, 4월에 있는 학부모공개의 날에 이번 일을 밝히고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 측에 탈핵교육자료를 제공할테니 참고하시라고 제안했고, 전북교육청 탈핵교재를 메일로 보내드렸다.

다음으로 알림장을 택배로 학교에 보낸 평화운동연합에 전화를 했다. 울산만이 아니라 전국의 발전소 주변지역 중심으로 알림장을 배포했다는 사실만을 확인했고, 우리가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할 것을 알린 후, 다시 울산교육청에 연락을 했다. 울산교육청에서는 이에 대한 현황파악조차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상황을 개략적으로 설명했고, 학부모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을 전달했으며, 정확하게 실태를 조사해줄 것과 아직 배포하지 않은 학교가 있을테니 시급하게 학교에 연락해서 배포하지 말고 폐기처분해 줄 것을 지도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알림장 사진을 첨부한 공문을 일선학교에 내려보낼 것을 약속받았다.

 

평화운동연합과 통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평화운동연합 측에서 첫 번째 전화가 왔다. “한수원서 인쇄 재정을 후원받아 핵발전소 주변학교에 발송한 것이 맞고, 울산도 원전 인근에 위치한 울주군 지역에만 알림장을 보냈다”고 했다. “좋은 일 한다고 알림장을 보냈으며 학교가 안 받겠다면 반송도 되고, 대체 뭐가 문제인지” 묻길래, “핵발전소 주변 주민으로서 화약고를 안고 살면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게 지역정서인데 알림장으로 핵발전소 홍보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했다. 전화를 끊고 바로 다시 걸려온 전화는 담당자에게서 왔다. 그는 앞서의 통화에 대한 사과와 알림장 배포에 대한 사과를 했고, 알림장은 월성원전을 비롯해 고리, 한빛, 한울, 천지원전 등 주변지역 총 214개 학교에 5만여 부가 배포됐으며, 다시는 사업 안하겠다는 약속을 담아 이사장 직인을 찍은 공문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어 공문이 왔고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과 우리문제의식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점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면서 환경운동연합이나 그린피스 등 탈핵운동단체에 요청해서 핵발전소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보기를 권했다.

 

알림장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울주군 지역의 다른 학교에서 알림장을 받았다는 제보가 다시 들어왔다. 부랴부랴 울산교육청에 전화를 해서 확인해보니 처음에는 배부 중지 공문을 썼다가 내부회의를 통해 너무 한쪽으로 편향되게 하면 안되니까 “배부하더라도 균형교육을 수반하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처음 우리에게 이야기한 내용과 달라졌고 변경사실을 우리에게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했더니, 의논해서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다. 항의방문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다음날 울산탈핵공동행동의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울산교육청에 항의방문을 갔다. 미래인재과 과장과 담당 장학사와 마주앉은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알림장 회수에 대하여 “1)기 배포한 자료를 수거하여 (사)평화운동연합에 착불택배로 발송 2)이미 폐기한 학교는 원자력에 대한 균형있는 교육활동 진행요망”의 내용으로 공문 발송할 것을 약속받고 항의면담을 마무리하였다. 그 후 공문발송과 학교에서의 피드백을 통보받았다. 이렇게 핵발전소 홍보용 알림장 사건은 정리가 되었다.

 

울산 지속적인 탈핵활동으로 성장한 시민의식…공교육에서도 탈핵교육을!

울주군지역에 위치한 아이쿱생협 조합원의 첫 번째 제보가 학교와 교육청, 그리고 평화운동연합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그 제보는 작지만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그 제보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울산탈핵공동행동의 지속적인 탈핵골목순례, 탈핵캠페인 등의 탈핵운동, 그리고 탈핵학교, 탈핵영화제 등의 탈핵교육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소속단체인 생협이 조합원에게 끊임없이 참여형 탈핵교육과 행동을 실천하게 함으로써 그 소중한 제보가 시작되었다. 이번 알림장 사건에서 핵발전소에 대해 변화하고 성장한 시민의식, 학부모의식을 확인했다. 일상적인 탈핵교육과 탈핵행동의 중요성, 필요성을 느낀 과정이었다.

그리고 평화운동연합이 한수원의 후원을 받아 학교로 홍보용 알림장을 보낸 것은 그만큼 공교육기관의 공신력과 교육파급력에 기댄 것이 아닌가, 공교육은 그만큼 힘이 세다. 핵발전소가 하나도 없는 덴마크는 학교에서 탈핵교육을 실시한다. 우리의 공교육에서도 탈핵교육과 재생에너지 교육이 전면으로 실시될 날을 간절히 기다린다.

 

 

나연정(참교육학부모회울산지부 지부장)

탈핵신문 2016년 5월호 (제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