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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19대 국회 탈핵 활동, ‘왕성한 활동, 성과는 아직…’ -- 19대 국회 평가와 20대 국회 탈핵활동의 과제

 

후쿠시마사고 영향 받은, 19대 국회

20113,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의 영향으로 온 국민이 핵발전소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핵발전소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기까지 한 발전소로 소개되었고, 소수의 탈핵활동가와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을 제외하고 핵발전소에 대한 믿음은 강고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이 모든 믿음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계기를 마련했고, 이는 국회 또한 마찬가지였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 1년여가 지난 20126월 출범한 19대 국회에는 탈핵이 새로운 정치 의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탈핵을 주제로 한 국회의원 모임이 2개나 만들어졌고, 개별 국회의원들의 탈핵 발언이 이어졌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였던 2011, 핵발전소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던 18대 국회의 모습과 확연히 대비되는 것이었다. 당시 국회는 정당별로 특별위원회같은 비상설 기구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들은 큰 활동이나 성과 없이 우리도 위원회를 만들었다는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여러 가지 측면에서 19대 국회의 모습은 달랐다.

 

다양하고 왕성했던, 19대 국회 탈핵활동

19대 국회 임기동안 11건의 노후핵발전소 폐쇄·밀양송전탑·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결의안, 267건에 이르는 핵·에너지 관련 법개정안, 8개의 상임위 공식 공청회와 간담회 등이 이뤄졌다. 그리고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탈핵 관련 토론회·간담회·강연회가 국회에서 진행되었고, 국회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 각 의원실에선 다양한 탈핵관련 연구용역과 자료 발표가 이어졌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은 역대 국회 사상 최대 규모이다. 민주노동당이 처음 원내 진출했던 200417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탈핵과 대안적 전력정책 국회의원 연구모임이 만들어지고, 국회의원들이 전국 순회를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18대 국회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실상 끊어졌다.

19대 국회는 끊어진 원내 탈핵흐름을 복원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활동 양상을 보여주었다. 산업위와 미래위 등 핵발전소 문제를 주관하는 상임위에서는 탈핵의원 뿐만 아니라, 많은 야당 의원들이 핵발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고, 이는 대선 공약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등 노후 핵발전소 문제, 삼척과 영덕 신규핵발전소 문제, 한수원 비리사건, 밀양송전탑 문제는 긴급현안질의와 매년 국정감사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주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 문제 해결을 위해 밀양송전탑 전문가 협의체같은 기구가 국회 산업위원회에 설치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시민사회단체 활동 경험이 있는 이들이 원내 진출에 성공한 것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이외에도 기존 정치권 인사들조차 핵발전의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반대 목소리와 활동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19대 국회의 의미는 더욱 클 것이다.

 

19대 국회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아직

하지만 19대 국회의 이와 같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사회는 탈핵사회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핵발전소 증설 계획이 담긴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확정됐고, 국회에서 발의된 11건의 탈핵관련 결의안은 단 한건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법개정과 관련해서도 방사선비상계획구역 확대, 노후 핵발전소 폐로 계획 확충, 주민의견 수렴 규정 강화 등 일부 성과는 있었으나, ‘탈핵이라고 할만한 성과는 아직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여·야 합의가 없이는 실제 어떠한 일도 하기 힘든 국회의 상황에 기인한다. 즉 아직 탈핵은 야당 내부의 주장인 것일 뿐, 여야를 넘나드는 보편적인 주제로 자리잡지 못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19대 국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다양한 탈핵활동은, 향후 탈핵한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의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야당 내부에서조차 탈핵이라는 주장에 대해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을 생각할 때, 지난 4년간의 활동은 핵없는 사회를 위한 동의 기반을 넓혀가는 시도로 의미를 가질 것이다.

 

20대 국회 탈핵활동의 과제

올해 4, 우리는 새로운 국회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이후 출범할 20대 국회는 19대 국회만큼 열심히 탈핵활동을 하게 될까? 아직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개정된 선거법 협상에 따라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는 줄어들게 되었고, 혼탁한 정치권의 이합집산 속에 보수 진영의 강세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20대 국회의 탈핵과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20대 국회 임기동안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고, 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각종 전력계획을 수립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고준위 방폐장) 지정을 계획하고 있고, 영덕 핵발전소 건설이 본격화 될 것이다. 오히려 탈핵 이슈는 더 많아지고 세분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 역할은 당연히 더욱 커질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원외에서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만 외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19대 국회 임기동안에도 탈핵진영과 국회의 협력은 매우 제한적이거나 개인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국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활용하기 위한 탈핵진영의 활동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19대 국회보다 나은 20대 국회의 탈핵활동을 다시한번 기대해 본다.

 

2016년 3월호

이헌석(에너지정의행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