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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탈핵한국, 2016년 어떻게 맞이할까

운영 중 핵발전소 25, 건설·계획 중 핵발전소 11

올해 연말 가동이 승인된 신고리 3호기가 2016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현재 시험 가동 중이다. 신고리 3호기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우리나라 가동 중인 핵발전소는 25기가 된다. 신고리 4호기가 20172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고, 폐쇄 예정인 고리 1호기의 가동 중지도 20176월이기 때문에 2016년 핵발전소 숫자는 25기가 된다.

또한 2016년 현재 신고리 4~6호기, 신울진 1~4호기, 영덕 1~2호기와 아직 장소가 확정되지 않은 핵발전소 2기 등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핵발전소 숫자는 모두 11기가 된다. 우리 역사상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핵발전소가 추진된 적은 없다. 이런 가운데 당장 신고리 5~6호기 건설 저지를 선언한 부산의 시민사회단체, 주민투표 이후 계속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영덕 탈핵진영이 2016년 내내 정부의 핵발전 정책에 맞서,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5주기와 체르노빌 30주기, 그리고 4·13 총선

한편 2016년은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5주기와 30주기를 맞는 해이다. 보통 5년이나 10년 단위마다 사고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 많기 때문에, 각 사고가 일어난 3월과 4월 사이엔 탈핵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특히 내년 413일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계획되어 있어 핵에너지를 둘러싼 다양한 현안들이 지역정치와 어떻게 맞물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신규 핵발전소 건설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한 바 있는 삼척과 영덕, 민간환경감시기구 설치를 위한 조례 제정에 성공한 대전 유성, 해수담수 수돗물 문제로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는 부산 기장 지역의 경우, 4월 총선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춰진 이슈, 사용후핵연료와 송·변전설비계획, 전력수요 문제

2016년 쟁점 이슈 중 아직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감춰진 정책 이슈들이 참 많다. 대표적으로 공론화위원회 활동을 끝낸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미처 담기지 못한 송·변전설비계획이 2016년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당장 월성 핵발전소의 저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 사용후핵연료 저장고 추가 증설문제가 2016년 새로운 현안이 될 것이다. 이는 다른 핵발전소 지역도 마찬가지여서 이미 추가 핵시설 반대를 표명한 영광이나 부산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이다. 또한 2016년 말부터 실제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인 대전 유성에서도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로, 건식 재처리를 뜻함) 연구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부지를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신울진~신경기 765kV 송전선로 문제 역시 감춰진 이슈 중 하나이다. 현재 경기도 광주, 여주 등 5개 지역이 765kV 변전소 후보지로 지정되어 있고, 강원도 횡성엔 개폐소가 예정되어 있다. 이들 계획은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었으나, 2016년 총선 이후엔 정부가 사업 추진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2015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논의 과정에서 가장 크게 쟁점이 되었던 전력수요 문제는 2016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다. 계속되는 경기 둔화와 에너지효율 향상, 지역별 에너지자급정책 추진으로 전력수요 증가율 감소는 이제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이 급증함에 따라 한쪽에서는 신규 건설을 둘러싼 반대운동이, 다른 한편에선 남아도는 전력설비 때문에 LNG 민간발전사업자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또한 잘못된 재생에너지 지원책으로 인한 태양광 등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의 항의도 2016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탈핵한국을 위해, 2016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2012년 한국의 탈핵진영은 나름의 역량으로 탈핵문제를 대통령 선거 의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설사 이를 통해 핵 없는 한국을 만드는데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탈핵문제가 의제가 된 것은 한국 대통령 선거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탈핵진영의 역량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탈핵운동의 상황은 탈핵운동의 춘추전국시대같은 형국이다. 각 지역에서 너도나도 자신의 이슈를 들고 탈핵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이 짧은 칼럼에 다 담기 힘들 정도로 많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밀양 송전탑 투쟁, 삼척과 영덕의 주민투표, 부산의 고리1호기 폐쇄운동, 유성의 조례 제정 요구 등을 거치면서 탈핵 운동은 매우 광범위한 지지 기반을 갖게 되었다. 이런 면에서 2016년은 탈핵운동이 탄탄하게 영글어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각 지역의 현안은 이제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핵 없는 한국을 만들기 위한 보다 큰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은 2017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또다시 모일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탈핵운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중앙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맞서왔다. 그때마다 지역 풀뿌리의 위대한 힘을 확인해왔다. 하지만 풀뿌리의 힘이 모여 중앙 정부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또한 매번 확인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탈핵한국을 만들기 위한 큰 싸움은 2017년에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1년 전인 2016년은 큰 싸움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전국의 탈핵운동이 더 넓고 더 깊게 뿌리내리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한다.

 

탈핵신문 제38호 (2016년1월호)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