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불가능할 거라던 영덕핵발전소 유치찬반 주민투표가 치러졌습니다.
인구 4만이 채 되지 않는 바닷가 작고 아름다운 영덕. 11,209명의 투표참여와 10,274명의 반대투표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개표의 순간을 맞이한 것만으로 폭풍처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이 놀라운 결과를 함께 만들어준 영덕을 다녀가신 수천 명의 탈핵시민과 영덕에 살고 계신 군민들에게 온 마음으로 인사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영덕이 핵발전소 신규부지로 선정되었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수년간 들어야 했습니다. 주민들조차 행정의 보복이 두려워 숨죽이고 있던 수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영덕을 방문했습니다. 주민들도 언론도 보아주지 않았지만 ‘영덕핵발전소 반대’를 외치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개월 동안 서명을 다니면서, 주민투표가 끝나고 주민들과의 만남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았던 ‘영덕탈핵희망버스’와 크고 작은 집회들, 장날 선전전, 10여명으로 이어온 1인 시위 등 수년간 해온 일들이 영덕주민들에게는 하나 빠짐없이 기억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한수원이 맹비난을 해댔던 외부세력들, 낯선 이들의 장날 선전전과 서명전의 기억을 주민들은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데, 참 고마운 사람들 아이가. 저런 사람들이 저래 많은데 와 자꾸 핵발전소를 지을라 카노.”
원전이 아니라 핵발전소라는 이름이 더 낯익은 영덕주민들은 이제는 정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핵발전소 반대 활동하는 범군민연대의 이야기를 믿고 신뢰하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노란조끼’가 다가서면 경색되던 얼굴이, 이제는 손을 먼저 내밀며 인사를 건넵니다. “자들이 뭐라카데. 안 된다 카더나. 그래도 끝까지 반대해야지.” 주민들에게는 정부가 말하는 33.3%라는 법적 기준치가 중요하지도 의미 있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정부의 거짓논리라는 것을 주민투표과정을 통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주민투표를 시작하며 난관도 많았습니다. 핵발전소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되지 않을 일에 고집을 부린다는 외부 시선과 주민들의 의지를 힘 있게 결집시킬 수 없었던 내부의 역량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행정이 해주지 않으면 주민투표 성사는 어렵다는 일부 단체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도 민간주도의 주민투표 결의를 만드는 것을 어렵게 했습니다.
무릎이 꺾이는 순간마다 함께 가슴 졸이며 주민투표를 성사하기 위해 땀흘려준 많은 얼굴들,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더웠던 한여름 뙤약볕에 함께 서명에 동참해주신 분들의 안타까운 얼굴을 기억합니다. 이 한걸음의 끝이 설사 주민투표 성사가 아니더라도 함께 그 길을 가겠노라 걸어주시고, 지치고 힘든 순간에 어깨를 두드리며 “힘내라, 해내야 한다.”며 격려해 주신 마음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20개의 투표소를 가동하기 위해 전국에서 와주신 수백 명의 탈핵시민들과 밤을 새워 개표에 참여해 주신 선생님들께 영덕주민들이 뜨거운 감사를 전합니다. 오늘의 영덕을 함께 만들어주신 전국의 연대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영덕주민들은 정부의 유치강행에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희망과 의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단단한 연대와 희망으로 영덕을 지키고, 이 땅을 핵으로부터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느 현장보다 연대의 힘이 중요했던 영덕입니다.
앞으로도 연대의 힘으로 함께 영덕탈핵, 한국탈핵을 이루어 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보내는 사람 : 박혜령(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군민연대 대외협력위원장)
받는 사람 : 탈핵신문 독자와 영덕을 응원하는 전국의 탈핵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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