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특별법안
‘부지 내 저장시설’ 명시한 기본계획과 특별법안
기본계획과 특별법안 일맥상통
원자력진흥위원회(김부겸 국무총리가 위원장)는 12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졸속으로 수립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하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을 심의하고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지역과 시민단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으며, 12월 7일 행정예고 이후 의견제출 기간에 전국에서 제출한 의견서도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가 확정한 기본계획은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회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고준위 특별법안)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최소 37년간 ‘부지 내 저장’ 계획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의결한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에는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과 관련해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 마련 전까지 핵발전소 부지에 ‘건식 부지 내 저장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부지 내 저장시설’은 핵발전소 부지에 최소 37년간 운영하게 되며,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이 37년 뒤에도 마련되지 않는다면 37년 이후에도 고준위핵폐기물을 핵발전소 부지 안에 보관해야 한다. 이 내용은 김성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준위 특별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의견수렴 범위, 향후 논란과 혼란 내재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은 고준위핵폐기물 부지 내 저장시설 의견수렴 관련해 “시설 설치 시 원전 주변지역 주민 의견수렴, 원전소재지 지자체장 또는 주변지역 주민의 요구가 있는 경우 공청회 개최”라고 밝혔다. 이 기본계획 역시 김성환 의원이 발의한 고준위 특별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부지 내 저장시설 의견수렴’ 방안은 지난해 경주 월성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추가건설 찬반’ 지역공론화 당시 의견수렴 범위를 ‘원전소재지역’으로 할 것이냐,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갈등을 겪었으면서도 개선 방향 없이 핵발전소 소재지역으로 의견수렴 범위를 좁힌 내용이다.
핵발전소 지역은 기본적으로 ‘부지 내 저장’에 반대한다. 그러나 의견수렴 범위에 대해서는 ‘원전소재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5곳)는 ‘원전소재지역 의견수렴’을 주장하고, ‘원전인근지역 지자체 동맹’(16곳)이나 ‘원전소재 광역지자체 행정협의회’(4곳)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주장하는 등 향후에도 논란과 혼란이 크게 내재해 있다.
한편,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12월 28일 성명서를 통해 주민 의견수렴이 능사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경주-울산-부산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활성단층대가 밀집한 곳이며, 고리-신고리 핵발전소의 경우 반경 30km 이내에 부산-울산-경남 시민이 380만 명이나 거주하는 인구 밀집 지역이기에, 이런 지역은 애초부터 고준위핵폐기물 보관시설 건설 입지로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25개 기초·광역자치단체가 반대의견 제출
울산, 부산, 영광, 고창 등 의회와 의원도 반대
부산은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반대 표명
산업부가 지난해 12월 7일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안을 행정예고한 뒤부터 12월 27일 기본계획이 확정되기까지 전국에서 기본계획에 반대하는 의견서와 요구서를 산업부와 국무총리실에 전달했다.
‘원전소재지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 5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원전 인근지역 지자체 동맹’ 1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원전 소재 광역지방자치단체’ 4개 광역자치단체 등 25개 자치단체는 산업부의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에 반대하거나, 기본계획 수립 과정의 절차적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공동성명서나 공동건의서 등을 산업부와 국무총리실에 보냈다.
부산에서는 12월 21일 국민의힘 부산시당과 탈핵부산시민연대가 각각 산업부 기본계획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12월 23일 더불어민주당 부신시당이 기본계획 반대 의견서를 제출, 12월 24일 부산광역시와 부산시의회가 기본계획안에 반대하는 규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울산에서는 12월 20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21일 울산시와 울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울산북구의회 일부 의원, 울산건강연대가 각각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22일에는 울산중구의회가 만장일치로 산업부 기본계획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산업부와 국무총리실에 보냈다.
호남권에서는 12월 24일 한빛핵발전소 호남권공동행동이 기본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심의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이에 앞서 12월 8일 ‘고준위핵폐기물 영광군공동대책위’가 고준위 특별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했고, 12월 9일 고창군의회는 고준위 특별법안 철회 촉구 성명서를 채택했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에 대응하자고 만든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 역시 12월 2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진흥위가 산업부의 고준위 방폐물 기본계획 심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나, 원자력진흥위는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제1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이 시민사회 의견수렴 등이 없었으며 졸속으로 마련되었다고 판단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계획 재검토’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이후 산업부는 문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2018년부터 재검토를 시작했다. 그러나 재검토(공론화) 과정은 졸속·엉터리·밀실·불공정으로 얼룩졌다. 산업부는 그 결과로 나온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안’을 바탕으로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2년 1월(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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