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1월 9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신규핵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에너지 자립을 보장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핵발전 설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진행 중인 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6), 최근 기상 이변 등으로 악화된 유럽의 재생에너지 공급, 그리고 5개월 앞둔 총선을 배경으로 나온 발언이다. 동시에 핵발전을 국가 에너지 공급의 중심으로 활용하려는 마크롱 대통령의 의사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전 올랑드 대통령은 80% 수준이던 프랑스의 핵발전 전기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2017년 포기했고, 시점을 10년 정도 늦춘 바 있다. 현재 프랑스의 전기 중 70% 이상이 56개의 원자로에서 생산된다.
마크롱 대통령이 세부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가 언급한 핵발전소 건설은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인 EDF와 망 운영자인 RTE가 제안하는 핵발전소 프로젝트 일부를 승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이는 마크롱이 2022년 대선에 도전하면서 프랑스의 혁신과 국가적 자긍심을 새로운 핵발전 추진과 연결시키는 정치적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핵발전 증설이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처럼 가능할지는 의문이며 많은 논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핵발전 시설 대부분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건설된 것이다. 노르망디 지역 플라망빌에 2007년에 유럽형 가압경수로(EPR)는 건설이 시작되었지만 예정보다 10년 이상 지연되면서 비용도 초기 34억 유로에서 191억 유로로 증가했다. 여러 곳의 용접 불량과 서류 위조도 드러났다. 그린피스 프랑스에서는 보도 자료를 내고, 플라망빌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핵발전 건설을 말하는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했다.
프랑스 뿐 아니라 영국 등 핵발전소를 건설 중인 거의 모든 유럽 나라들은 이러한 공기 지연과 비용 증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린피스는 핵발전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기에는 "너무 비싸고 너무 느리고 너무 위험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유럽연합의 택소노미에 핵발전과 가스발전을 포함시킬지의 여부와 더불어 유럽에서 기후위기와 핵발전 사이의 갈등을 새로운 차원으로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