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탈핵인가?
핵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10가지 이유’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탈핵이란 문자 그대로 ‘핵발전이 있는 사회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탈핵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 수많은 답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시민과학자이며 세계적인 반핵운동가였던 고(故) 다카기 진자부로 박사가 설립한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의 허락을 구해, 원자력자료정보실이 특별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탈핵의 10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1. 방사능재해의 위험성이 있다
원자핵의 핵분열반응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드는 핵발전에서는 반응 조절을 실패하면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폭발사고가 발생한다. 또 원자로 냉각에 실패하면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일어난 것처럼 멜트다운이 일어난다. 이러한 핵발전소 사고는 수명이 긴 방사능을 대량 방출하기 때문에 영향이 오래동안 지속돼 극심한 방사능재해를 초래한다. 지금처럼 핵발전소 가동을 계속하면 지진과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나 관리자의 잘못 등 갖가지 원인으로 인해 언제든 또다시 대형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2. 방사성폐기물이 생긴다
설사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 하더라도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한 갖가지의 대량 방사능쓰레기가 계속 발생한다. 그 방사성폐기물 중에는 10만 년 이상이나 격리가 필요한 것들도 있어, 이대로 가면 후세에게 떠맡기는 크나큰 부채를 늘여가기만 한다.
3. 핵이 확산될 위험성이 있다
핵발전이나 핵폭탄이나 연료는 모두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이다. 핵발전 연료인 저농축우라늄을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면, 핵폭탄 재료인 고농축우라늄을 쉽게 얻을 수 있으며, 핵발전의 사용후핵연료에 함유된 플루토늄은 재처리공장에서 추출할 수 있다. 따라서 핵발전을 계속하는 한 새로 핵보유국이 되려고 하는 국가와, 고농축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탈취해서 핵폭탄을 만들려고 하는 집단이 나타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막아낸다는 명목으로 ‘핵관리사회’가 만들어지면, 인권이 제한되고 위험을 알 수 있는 정보도 은폐돼서, 충분한 대비 없이 핵사고를 맞이해야 할 위험성도 부정할 수 없다.
4. 사고가 없어도 노동자는 피폭된다
핵발전소 안에서는 1차하청―2차하청―3차―4차―…… 이런 식으로 차별의 다중구조 속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체 피폭 중 95% 이상이 전력회사 직원이 아닌 하청 노동자들에게서 일어나고 있다(평상운전 시).
핵발전소뿐만 아니라 우라늄광산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방사선을 쐬면서 일하고 있다. 노동자의 피폭 없이 핵발전소는 돌아가지 않는다.
5. 관련시설에도 큰 위험과 문제가 있다
핵발전소에서는 우라늄광석을 캐내어 연료를 제조하는 시설과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 등 소위 핵연료사이클 관련시설이 많이 필요하다.
이들 시설 또한 핵발전소와 마찬가지로 갖가지 사고 위험성이 있고, 노동자들이 피폭당하며, 방사능 쓰레기를 대량 발생시키고 있다.
6. 지역의 자립과 평화를 해친다
핵발전소 입지 지자체에서는 전원3법 교부금 등으로 재정이 일시적으로 윤택해지기 때문에, 이에 의존하게 되어 지역의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진다. 또한 지역주민 간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찬·반 대립을 가져온다는 점도 큰 문제다.
7. 늘 정보은폐와 왜곡이 따라다닌다
핵발전에 관계된 산·관·학의 특정 관계자 사이에서 ‘핵마피아’라 부르는 분위기가 조성돼 열린 토론을 못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과학과 기술 분야에는 비판적 정신이 불가결하지만, 연구비와 인사를 통해 그것들이 이미 깨져 버렸고, 핵에너지 연구에 관련된 대학과 연구자들에게는 이익상충된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8. 에너지절약에 역행한다
핵자동차나 핵난방이 없는 것처럼 핵에너지는 다른 에너지원과 달리 전기라는 형태로만 비로소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발전 시에 손실이 매우 많으며 발생한 열의 65% 이상을 온배수로 바다에 버려야 할 정도다. 또 핵발전은 전력수요 변화에 따라 출력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출력조절용 발전소(예, 양수발전소)가 따로 필요하다. 즉 핵발전소를 돌리기 위해서는 화력과 수력 등 발전소를 더 만들어야 한다. 이렇듯 핵에너지에는 오히려 낭비가 많아 에너지절약에 역행하는 존재다.
9. 온난화를 진행시킨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핵발전소가 늘어나면 다른 발전소 또한 늘어난다. 따라서 핵발전소 자체가 화력발전소보다도 CO2 배출량이 적다하더라도 핵발전소가 있는 사회에는 화력발전소도 필요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CO2를 줄이지 못해 온난화를 막을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CO2 삭감에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절약’에 역행하는 핵발전은 오히려 온난화를 진행시키는 존재다. 핵발전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됨으로써 우리 사회는 보다 효과적인 온난화대책에 써야 할 돈을 잃고 있다.
10. 대규모 정전을 일으킬 수 있다
큰 지진이 발생하는 등 많은 핵발전소가 동시에 가동을 중단할 경우가 있다. 일단 멈춰 버린 핵발전소는 재가동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또 전력소비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지어야 하는 핵발전소는 장거리 송전이 필요하다. 이때 전압과 주파수 등의 유지가 어려워 송전이 중단될 경우도 있다. 이러한 핵발전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은커녕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요인이 수없이 많다. 핵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면 클수록 대규모 정전 위험성은 커진다.
발행일 : 20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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