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너지기본계획 무엇이 담겨야 하나
이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선택권을 배제한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지난 2008년 발표된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하 1차 국기본)은 2030년까지 장기 에너지 수요 전망과 함께 정부의 수급 목표, 이를 위한 대책들이 200페이지 가까이 자세하게 나열돼 있다.
얼핏 보면 필요한 내용이 다 들어있는 듯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최종 확정 전에 제시된 시나리오가 그대로 확정됐던 것이다. 즉 정부는 사회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진행하면서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친 단 하나의 시나리오만 제시했고, 국민들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채 해당 시나리오에 대해서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해당 시나리오가 어떻게 도출된 것인지는 여전히 정부 기밀이다.
시민단체 등은 정부 시나리오의 근거는 얻지도 못한 채, 계산되어 나온 결과만 가지고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그 결과 2030년 핵발전 비중은 59%로 확정됐고, 신고리·신월성 등 새로운 핵발전소 건설의 토대가 마련됐다. 그 프레임이 현 밀양 송전탑 폭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시나리오 제시가 필요하다
에너지 문제는 탈핵문제와 기후변화대응 양쪽과 긴밀하게 연동돼 있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와 함께 파국적 결말을 막기 위한 규범 수준이 상존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사회 갈등 관리 차원과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최종 확정 전에 복수의 시나리오가 제시돼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탈핵을 염두에 둔 규범적 방식(backcasting)의 시나리오와 우리 사회의 에너지·온실가스 저감능력 및 상황을 고려한 예측방식(forecasting) 시나리오가 나온 후 국민 의견 수렴을 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에너지원 계획이 아니라 에너지 체계에 관한 내용이 필요
또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공급과 수요를 아우르는 에너지체계적 접근이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에 분산형 체계와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논의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는 에너지체계 중 극히 일부일 뿐이다.
에너지효율화 대책, 수요관리 대책, 전력의 통제 단위 등 에너지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 체계 전반에 관한 논의가 이뤄져야 에너지원 전환 계획도 효과가 높아진다. 현재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에너지원 전환 논의로 집중되는 이유는 에너지 체계의 3요소(사회성-형평성, 환경성-지속가능성, 효율성-경제성) 중 경제성에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아닌 에너지기본계획
또한 농촌에너지와 수송부문 에너지 등 비전력 에너지에 관한 검토도 심도 있게 검토해 포함시켜야 한다. 전력부문이 에너지원 전환부터 공급기반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는 반면, 가스·석유 등 여타 1차 에너지와 부문별 최종 소비 계획은 단 몇 줄로 요약되어 있는 등 계획수립 의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 십수년간 전력과 가스의 소비 교환 효과가 급증했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다른 에너지 계획을 포괄하는 최상위 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포괄성과 정책간 정합성이 담보돼야 한다.
사회적 정의를 고려해야
마지막으로 사회적 약자의 에너지 접근성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매년 겨울이면 단전·단가스로 인한 사고 소식이 끊이질 않고, 저소득층은 생활에 필요한 필수적 에너지양을 얻지 못하고 소외받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 관점에서 사회적 약자의 에너지 문제 역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포함돼야 하위 대책이 실행 근거를 가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발행일 : 20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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