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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신고리 5·6호기 부지선정·내진설계 등 위법성 명확하다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 소송 김석연 변호사 인터뷰

 

지역주민 내팽개친 원전소송사정판결

 

“특등급 건물의 경우 역사지진 최대 4800년을 적용하고 있는데

원전시설에 대해 재현주기 1000년을 평가 기준으로 하는 것은

도저히 허용될 수 없는 것”

 

 

김석연 변호사

 

 

울산 울주군에 건설 중인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 건설허가처분 취소소송 법정 공방은 2016년에 시작했으나 거슬러 올라가면 20122월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작성 고시에 대한 헌법소원, 2014년 신고리 5·6호기 부지승인 취소소송이 먼저 있었다. 그리고 올해 429일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처분 취소소송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최종 기각되었다.

 

 

이 소송 1심 재판부는 원안위원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이 건설허가 심사에 참여한 점과 중대사고를 반영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심사하지 않았음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건설허가를 취소할 경우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며 이례적으로 사정판결을 했다.

 

 

1심 법원의 사정판결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핵발전소 주변지역 주민과 국민안전은 도외시되는 문제가 있다. 그린피스와 599명의 국민소송단과 소송을 맡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김영희·김석연 변호사는 즉각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다. 그러나 202112심 재판부는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원고 측은 이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 부지선정과 주민대피계획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그 내용을 지속해서 사회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재판부가 사정판결 했으나 건설허가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소송에서 주요하게 쟁점을 준비한 김석연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대법원 상고 기각을 예상했었나

 

 

상고 당시 큰 기대는 안 했다. 왜냐면 신고리 5·6호기를 거의 다 지어가는 마당에 취소판결을 한다면 결국 5·6호기의 건설이 어려워지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재판부가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우리가 주장한 위법사유들에는 신고리 5,6호기만이 아니라 고리와 월성부지 전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위법사유들이 있다 보니 재판부로서는 더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팩트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법령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리적 문제였데도 불구하고 하급심에서 대법원으로 책임을 떠넘기자 대법원은 판결이유조차 쓰지 않고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이 통상 70% 정도 상고사건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하는데. 신고리 5·6호기 사건은 심리불속행을 할 사안에 해당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하면 기각 이유를 안 써도 되기 때문에 판결 이유를 쓰기 곤란함을 이유로 그렇게 처리한 것 같다. 재판부가 법리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성격의 문제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것은 법원이 핵발전소가 입지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안전을 무시한 채 추상적인 국가적 이익을 대변한 것이고, 이는 소수자 인권 보호를 최고의 원칙으로 삼아야 할 법원이 스스로 그 임무를 저버린 것이다.

 

 

부지선정 등 위법사항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핵발전소는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저인구지대에 입지하도록 하는 법적 기준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에 관해 미국 연방규칙인 ‘10 CFR 100.11’을 준용하고 있다. 이 규칙은 가상의 설계기준 최대사고를 가정하여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피폭선량을 충족하는 지점을 저인구지대 경계로 산정하고, 그 저인구지대 경계의 4/3 이내에 인구 25천 명 이상의 인구중심지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스리마일 사고 전까지 중대사고를 법적 규제에 고려하지 않던 시절에 보수적인 기준으로 설계기준 최대사고를 정의하여 가급적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원전이 들어설 수 없게 한 규정이다.

 

 

신고리 5·6호기는 위 규정의 참조기준(TID 14844)을 적용할 경우 저인구지대 경계가 30km 정도나 된다. 부산이나 울산이 30km 안에 대부분 들어있기 때문에 25천 명 이상의 인구중심지가 없어야 하는 법적 기준을 위반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수원은 저인구지대 경계를 산정하는데 TID 14844가 아니라 미국 NRC(핵규제위원회) 규제지침인 RG 1.195를 갖다 사용했다. 이 지침은 우리나라에서 준용한 기준이 아니고, 미국에서도 적용된 적이 없는 시험적인 성격의 규정이다.

 

 

신고리 5·6호기는 인구밀도 제한기준도 위반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수로형원전 규제기준 및 지침에서 부지 반경 50km 이내 인구밀도가 국가 평균 인구밀도(제곱킬로미터 당 50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신고리 5·6호기 부지의 경우 제곱킬로미터당 1400명 이상이 되어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

 

 

방사선비상계획의 실행 가능성도 원전부지 입지요건 중 하나이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중 긴급피난보호조치 계획구역이 2015년 방사능방재법 개정에 의해 20~30km로 확대되었다. 울산지역의 경우 비상계획구역의 범위가 30km로 확대되었는데 울산 방향으로 방사능구름이 이동한다고 가정할 경우 적색비상 발령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1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30km 밖으로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대피가 가능한지 여부가 검토되지 않은 채로 건설허가가 되었다.

 

 

지진 관련해서도 쟁점이 있더라

 

 

우리나라는 모든 원전을 표준설계에 맞추어 내진설계를 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10 CFR 100 부록 A’(부록 A)를 원전부지 지질 및 지진조사 기준으로 준용하고 있다.

 

 

부록 A에서는 원전 주변에 존재하는 단층 중 최근 35천년 이내 1회 이상 혹은 최근 50만 년 이내 2회 이상 지진이 발생한 단층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를 가정하여, 원전부지에서의 지진동(최대지반가속도)을 계산한 결과와 과거 2천 년 이내에 실제로 발생한 기록이 있는 역사지진이 원전부지가 속한 지체구조구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 지진이 발생한 단층을 특정할 수 없으면 해당 역사지진이 원전부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가정하고 최대지반가속도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원전부지 주변 단층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규모 지진을 가정한 최대지반가속도와 역사지진 중 최대지진을 가정한 최대지반가속도를 산정해서 그 중 큰 값을 원전부지 안전정지지진으로 결정하게 되어있다. 그리고 이렇게 결정된 안전정지지진(지진동)이 내진설계의 기준이 된다.

 

 

우리나라는 단층조사가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보니 과거 수십만 년 혹은 수만 년 이전에 원전부지 주변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한 사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그러면 역사지진이라도 안전정지지진 결정에 고려하였어야 하는데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원전 중 역사지진을 안전정지지진 결정에 고려한 원전은 하나도 없다. 모두 표준설계에 따라 최대지반가속도 0.2g 혹은 0.3g(신고리 3,4호기 이후)로 결정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지진 중 고리나 경주지역이 속한 지체구조구인 경상분지에서 과거에 발생한 가장 큰 역사지진은 그 규모가 7.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록 A에 의하면 규모 7.0의 지진이 원전부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최대지반가속도를 산정하여 이를 내진설계의 기준이 되는 안전정지지진으로 결정하였어야 한다.

 

 

역사지진을 안전정지지진 결정절차에서 배제한 근거가 되었던 것은 과거 신고리 1·2호기 건설허가 당시의 확률론적 지진재해도평가(‘확률론적 평가방법’)였다. 부록 A는 결정론적 방법으로 안전정지지진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확률론적 평가방법은 현행 법령상 적용되지 않는다.

 

 

더구나 과거 신고리 1·2호기 건설허가 당시의 확률론적 평가의 경우 재현주기 1000년을 평가 기준으로 사용을 했는데 미국 NRC는 확률론적 평가의 재현주기 기준이 10만 년이라는 차이가 있다. 재현주기가 짧을수록 규모가 작은 지진만이 평가의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지진위험지도 작성 시 재현주기도 특등급 건물의 경우 최대 4800년을 적용하고 있는데 원전시설에 대해 재현주기 1000년을 평가 기준으로 하는 것은 도저히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엉터리 평가를 통해 안전정지지진 0.2g의 표준설계로 내진설계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던 것이다. 그러나 재현주기 10만 년을 적용하면 안전정지지진이 1g가 넘게 나올 수 있으며, 규모 7.0의 지진이 원전부지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안전정지지진을 결정하더라도 0.8g 수준이 되어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사기록은 상당히 신뢰성 있는 기록이다. 지진을 관할하는 기상청이 역사학자와 지진학자 등 수십 명의 전문가를 구성해서 정리하였다. 한수원은 물론이고 원안위도 기상청이 정리한 역사지진 자료를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부지선정·내진설계 등 위법성 명확하다

 

헌법소원 기각됐지만

중대사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고시 개정

 

원전부지 산업부 승인 제도 폐지 성과

 

 

 

신고리 핵발전소 부지의 지진 가능성은?

 

 

신고리 5·6호기가 2030년쯤 운영허가를 받아 가동된다고 가정하면 설계수명이 60년이니까 2090년까지 가동이 된다. 그런데 2090년으로 갈수록 원전설비는 노후화되면서 지진에 더 취약해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인 15~17세기가 지진활성기였다. 울산에서 1643년에 규모 7.0 수준의 큰 지진이 났다. 우리나라 역사지진을 토대로 한 지진활성주기가 대략 600년 내외라고 한다. 15세기에 지진활성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21세기부터 지진활성기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동일본지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는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지진은 외부송전선로를 파괴한다. 외부송전선로는 한국전력이 관리하는데 내진설계 수준이 낮은 수준이다.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이 정지하고, 원자로의 냉각을 위해 외부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데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듯이 외부송전선로가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면 비상디젤발전기와 대체교류발전기 등에 의존하여 원자로를 냉각시켜야 하는데 큰 지진은 이러한 내부의 비상전원 공급시설에도 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내진설계가 표준설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부지 인근에서 발생한다면 외부송전선로가 파괴된 상태에서 비상전원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원자로냉각에 실패하여 중대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소송의 한계와 의미를 말한다면?

 

 

소송을 시작할 당시에는 신고리 5·6호기 문제점에 대해서 정보가 약간 부족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다수호기 문제와 중대사고방사선환경영향평가 미실시, 주민의견수렴절차 등이 쟁점이었는데 소송 도중 10 CFR 규정 등에 대해 자세히 검토한 결과 쟁점이 추가되었고, 지진 역시 경주지진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면서 쟁점을 추가하였다.

 

 

법령을 가지고 주장을 했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판사가 위법성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심 판결에 이르러서는 판사들이 나라 걱정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말은 판사들이 애국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10조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이 들어가는 프로젝트 취소에 부담을 느낀 판사들의 알리바이라는 의미이다. 판사들이 법대로 하지 않으면서 핵발전소 지역주민들의 권리와 안전을 내팽개치기 위해서는 뭔가 핑계가 필요하다. 그 핑계가 바로 나라 걱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사정판결 제도도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밖에 없는 제도이고, 실제 행정사건 사안에서 위법을 인정하면서 사정판결한 케이스는 매우 적은 편이다. 원전의 안전이 걸린 사안에 대해 사정판결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판사들의 나라사랑이 지나치다 못해 역겹게 느껴진다.

 

 

 

언제부터 핵발전소 문제에 관심을 가졌나

 

 

2012년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만들 때부터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원전관련 제도를 바꾸었는데 해바라기가 2012년 초에 법령 개정된 것들을 검토하다가 중대사고를 제외하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규정을 찾아내서 헌법소원을 낸 것이 시작이었다. 도와주는 사람도 별로 없어서 김영희 변호사와 함께 책과 자료를 보면서 공부를 해서 소송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압력으로 원안위가 고시를 개정해서 중대사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제도가 개선되었다. 대신 우리 헌재소송은 기각하였다.

 

 

그 후 신고리 5·6호기 부지를 승인한 산업부의 전원개발실시계획인가처분 취소소송도 진행했는데, 그 소송의 쟁점은 원전부지 입지조건에 대한 규제능력이 없고 전문성도 없는 산업부가 아무런 조사도 없이 원전부지를 승인해주는 제도가 위헌이라는 것이었다.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하기까지 했는데 위헌이 아니라고 기각을 하였으나, 산업부가 문제점을 인정하고 원전부지를 산업부가 승인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성과는 있었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5월(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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