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율 작은촛불교회 목사
길 위의 목사, 천막농성·길거리 투쟁 10년
그는 골프장 반대 싸움을 10여 년 했다. 이후 토지난민연대를 만들고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를 이어오는데 4월 2일은 토지강제수용 철폐 1인 시위 1122일째다.
그는 하루 전날에는 강원도 홍천군 꽃뫼공원에서 농민회가 주최한 투쟁선포식에 참여하고 농민기본법을 제정하라며 거리 행진을 하고, 저녁에는 30년 동안 장사했던 상인들이 점포를 강제철거 당한 것에 항의하는 동서울터미널로 달려갔다.
‘길 위의 목사’로 불리는 박성율 목사를 4월 2일 그의 고향인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에 있는 카페 ‘동키’에서 만났다. 투쟁 현장과 함께 하는 박성율 목사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박성율 목사가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해 거리에서 시작한 기도회는 골프장 싸움이 끝난 뒤에도 생태와 환경 문제를 다루는 '강원생명평화기도회'로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기도회가 벌써 449회. 기도회는 홍천 양수발전소 반대투쟁 현장, 강원도 송전탑 반대투쟁 현장,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 투쟁 현장, 설악산케이블카 반대투쟁 현장 등 길 위에서 연다.
- ‘길 위의 목사’가 된 계기는?
내가 82학번 386 세대다. 신학교에 다녔고, 졸업 후 농촌에서 목회를 시작했고 농촌목회자협의회 활동도 했다. 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근무하다가 농업과 농촌활동을 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내려오자마자 2008년에 강원도에 40개 골프장을 짓겠다는 계획이 알려져 골프장 반대 싸움을 하게 되었다. 귀향하자마자 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장을 맡았고, 두촌면 골프장반대대책위를 만들어서 싸웠다.
10년 동안 홍천군에서만 8개 골프장 막는 싸움을 했다. 생계 내려놓고 싸우다가 신용불량자까지 되었는데 작년에 채권시효가 지나 소멸되었다. 적당히 해서는 안 되겠더라. 노숙하고 길거리에서 골프장 문제로 478일, 473일, 464일, 406일, 설악산케이블카 문제로 원주지방환경청에서 364일과 강원도청앞에서 404일, 일일이 열거하기에 너무 많다. 214일 농성도 있고 30일, 15일, 3일짜리 농성 등 날짜를 더하면 한 10년은 된다.
- 골프장 반대 투쟁 이야기를 해달라
그 이야기 다 하려면 끝이 없다. 1988년부터 진행된 골프진흥정책이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지나면서 전체 임야의 5% 이내로 제한했던 골프장 면적 제한 기준을 폐지했다. 2008년부터는 춘천-양양 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강원도까지 접근성이 좋아지고, 경기도 쪽 골프장이 포화되면서 강원도에 골프장 건설 붐이 일었다.
고향 홍천에서는 2008년부터 골프장 인허가가 이뤄지고 있었다. 환경영향평가나 절차는 엉망이고, 그때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이 골프장을 공공·문화체육시설로 규정해 민간 건설업자도 토지 소유자 80%의 동의를 받으면 나머지 소유자의 집과 땅을 강제수용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최재홍 변호사가 2011년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위헌 또는 합헌이어야 하는데 헌법불합치라는 게 그 중간이다.
법을 바꾸라고 하니까 국민권익위와 국토부가 법 바꾸지 않고 2014년까지 끌다가 골프장만 토지강제수용 안 되게끔 지침을 내렸다. 그런데 토지강제수용 가능한 법이 109개나 있다. 어떤 법률을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수용이 달라진다. 기존 국토계획법상 강제수용이 안 되는데 관광진흥법에 관련된 다른 법률도 토지강제수용이 가능하다.
관광단지 안에 ‘골프장’을 짓는 경우 ‘리조트’라는 이름으로 복합시설을 만들면 이는 골프장 건설허가가 아니라 체육시설이라서 골프장을 지을 수 있다. 도로, 항만, 철도 등은 국가주도 사업인데 민간주도 사업은 도시환경과 공공주택특별법에 근거해 재개발지역의 토지를 강제로 수용할 수 있다.
- 재개발과 골프장 문제는 다를 것 같은데?
재개발의 경우 공익성을 담보로 토지를 수용하고는 주택을 공급한다. 예를 들어 10원에 토지를 수용하고 100원에 주택을 분양한다. 재개발과 재건축 현장은 국가가 개인재산권을 수탈하고 그 결과는 투기로 끝나는데 수탈 과정이 합법적이다. 행정 진행 과정에 109개 법률이 그 근거다. 철거민들도 마찬가지다. 도로도 우리나라처럼 촘촘한 나라가 없다. 한번은 국회의원(정의당 이정미) 면담을 했는데 국토부 기준 30만 명이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했다는 자료가 나왔다. 그런데 이건 지방자치단체는 더해진 것이 아니다. 국토부에 물어보니 전산화가 안 되어 있어서 정보를 줄 수 없다고 하더라. 이거 밝혀지면 나라가 뒤집힐 것이다.
골프장 싸움을 했던 강원도 8개 마을 가운데 홍천의 경우 월운리와 갈마곡리 2개는 취소되었다. 구만리 싸움은 비참하게 끝났다. 골프장 관련 전과가 6개, 설악산 관련해서도 전과가 2개나 생겼다. 도청 페인트칠했더니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기물파손이라고 걸고, 상추 던졌더니 폭행이 추가되고, 소리 크게 질렀더니 공무집행방해가 되더라(웃음).
- 토지난민연대는 어떻게 만들었나
처음에는 골프장 반대 운동으로 시작했는데,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을 바꾸지 않고서는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토지를 강제 수용당한 30여 개 피해 주민 대책위원회 등과 연대해 ‘토지난민연대’(이하 토란)를 구성했고, 돌아가면서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토란 1인시위를 3년이나 하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은 움직임이 전혀 없다.
-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도 했더라
2015년 8월 공원사업변경허가가 나면서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가 불거졌다. 국민행동이 만들어졌고, 강원도는 강원행동을 만들어서 강원도청과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천막농성을 했다. 오랜 농성 끝에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부동의 처리하면서 농성을 마무리했다. 문화재형상변경 승인이 취소되면서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양양군이 행정심판을 걸었다. 문화재청장이 재심의를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문화재청장이 직권으로 문화재형상변경허가를 승인했다. 이어 2020년 12월 29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양양군 신청에 대해 인용처리(동의)하면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서 다시 심의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현재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환경부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환경영향평가서 재보완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싸움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싸움하면서 원주환경청에서 농성하던 시기에 심근경색이 왔다. 4개월 비박 농성하던 때에 예배 마치고 월요일 농성장 가려고 나가다가 차 안에서 심근경색이 온 것이다. 스텐트를 박았다. 의사는 다른 삶을 살라고 한다. 그런데 원주 열병합발전소도 문제고, 끊임없이 현안이 터져 나온다. 홍천 양수발전소 문제, 울진-가평 송전탑 막는 싸움도 진행 중이다.
- 운동에서의 철학은?
내 바탕은 종교적인 것이다. 생명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거저거 다 하는 거 같겠지만, 생명과 생태 파괴하는 모든 행위는 따로 분리되는 게 아니다. 쓰레기 문제, 골프장 문제, 석탄화력, 송전탑, 탈핵 모두 다 연결되어 있다. 이런 사안을 같이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생태와 생명을 그림으로 그리면 피라미드형이 있고 원형이 있다. 다시 생산하는 구조가 되고 돌려줘야 하는데 피라미드형은 그렇지 않다. 분해되고 환원하여 다시 생산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생산과 소비를 조정하지 않으면서 신에너지 확대가 말이 되는가. 전기차 만들고 수소차 만들면 친환경이고, 에너지 전환이라서 긍정적인가? 생산과 소비를 조정해야 한다. 분해는 고난이다. 죽지 않으면 환형의 생명 고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삶과 지속 불가능한 삶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한계가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 생계는 어렵지 않나
(웃음) 그냥 산다. 예전에 서울 모 교회에 재직할 당시에 생활비가 나오기는 했으나 그러면 교회가 이해해주는 정도의 활동만 해야 한다. 그런데 투쟁 현장과 연관된 활동이 많아져서 자발적으로 생활비를 받지 않았다. 교회가 여러 성향의 사람이 있고 갈등요소가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작은촛불교회에서 활동한다. 소송 비용 때문에 빚을 냈고 결국 그 빚을 다 못 갚았다. 아들 한 명, 딸 2명이 있다. 아내가 이해해주지 않았으면 이처럼 살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집회 차량을 사주기도 했다. 전교조 교사가 주축이 되어서 성금을 모으고 집회 차량을 사준 것이다.
- 송전탑과 양수발전소 반대 활동도 하던데
송전탑 관련해 홍천군대책위는 마을마다 돌아가면서 농성장을 운영하고 잘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둥부구간(울진-삼척-봉화-영월-정선-평창) 중에서는 평창대책위가 간신히 움직이고 있다. 행정과 인허가권 가지고 싸워야 한다. 산업부가 송전탑건설실시계획을 고시하면 지자체가 토지강제수용, 산지와 농지협의 등을 해야만 일이 진행된다. 지자체장이 이걸 못하게 막자는 것이다.
풍천리 양수발전소 막는 싸움도 하고 있는데 홍천군수가 송전탑에 대해서는 최근에 건설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양수발전소는 오히려 유치하는 양상이다. 요즘 삼척 석탄화력과 맞서 싸우는 분들, 평창 안인화력에 맞서 싸우는 분들 등을 만나고 있다. 큰 틀로 싸움을 만들어 가보려고 한다. 송전탑-양수발전-열병합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산악관광 등 큰 이슈로 틀을 만들고 공동대응하자는 것이다. 여론화와 정치적 압박을 같이 해야 한다.
주민대책위는 강고한 투쟁을 이어가고, 연대 단위는 여론화와 이로 인한 정치적 압박을 가하고 행정을 움직여야 한다. 법으로는 어렵다. 법으로 되면 싸울 필요도 없지 않은가.
- 탈핵운동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고준위핵폐기물 싸움을 해야 한다고 본다. 탈핵운동은 여러 가지 방향이 많지만 고준위핵폐기물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핵발전소를 왜 건설하면 안되는지, 운영하면서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더 많이 알려야 한다. 한국사회는 이걸 정리하지 않았다. 핵발전이 마치 청정한 에너지인 양 선전하는데, 10만 년 걸린다는 고준위핵폐기물 아닌가. 분해된 것을 경험하지도 못한 것이 핵발전이다. 강력한 독성물질을 안전하고 깨끗하다고 속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4월(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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