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교보환경대상 수상
반핵 비판여론 의식한 한국정부, 반 히데유키 대표 입국거부
고노 다이스케 편집위원
CNIC 실무자에게 묻는 후쿠시마의 현황
세계적인 반핵전문가인 다카기 진자부로 박사 등이 1975년 설립한 이후, 핵발전에 관한 정보를 수집 데이터화 분석해서 탈핵운동에 제공해 온 민간단체인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CNIC, Citizens’ Nuclear Information Center). 후쿠시마 사고 때 정부와 도쿄전력, 그리고 언론이 정보를 제한하는 가운데 유스트림(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을 통한 그들의 기자회견은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런 활동들이 높게 평가 받아, 원자력자료정보실은 올해 교보환경대상(교보생명 교육문화재단 주최)을 받았다. 그런데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4월 19일 한국에 입국하려던 반 히데유키 CNIC 공동대표는 당일 공항 출입국사무소에서 입국거부를 당해 그 다음 날 귀국했다. 시상식 당일인 4월 22일, 원자력자료정보실 실무자 네 분을 만나보았다.
입국거부 때 상황은?
반 대표는 사고 직후에도 한국에 온 적이 있어 입국거부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소식지 등 선물들이 모두 반 대표 가방에 들어 있었다. 우리들의 가방은 모두 가득차고 반 대표가 자신의 가방에 넣을 수 있다고 해서 그랬던 것이다. 그만큼 예상 못했다. 입국절차를 밟기 전에 반 대표가 방한 일정 중 통역해 주실 분에게 스스로 ‘나 왔어’라고 전화를 했다. 우리 실무자 네 사람이 입국절차를 마치고 뒤돌아봤더니 대표가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전화해 봤더니 어떤 방에 갇혀 있다고 했다. 교보재단 쪽에서 출입국사무소 측과 협상해 줬는데, “정치적 이유로 이 분을 입국시킬 수 없다”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다음 날 9시 비행기로 강제귀국 당했다. 입국심사 전에 농담 삼아 “대표님, 입국할 수 있어요?” 했더니, 본인은 “당연하지” 그랬다. 이번엔 집회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상을 받으러 왔을 뿐이니까.
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나?
반 대표는 이전에 러시아에 가려고 했을 때 비자를 받지 못해 못 갔던 적은 있지만, 실제로 왔는데도 입국거부 당한 적은 처음일 것이다. 반 대표는 주일한국대사관에 가서 입국거부 당한 이유와 블랙리스트에서의 이름 삭제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한국정부는 한미원자력협정 재검토를 앞두고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권위있는 상을 받고, 플루토늄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을 하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또한 탈핵운동이 일본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서 그랬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작년 12월 고리야마시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의가 열렸는데, 탈핵운동 측은 대안행사로 탈핵세계회의를 개최했다. 그때 외국 참가자 몇 사람이 입국심사 때 나리타공항 출입국사무소에서 장시간 구속당했다. 우리와 변호사들이 협상해 석방시켰다.
한국과 일본의 공안 당국은 독재정권 시대부터 교류해 왔다. 이번에도 일본 공안에서 정보제공이 있었을 수 있다. 그런데 반 대표는 일본정부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한편에서는 위원을 시키고 또 한편에서 블랙리스트에 실었다는 의미인데…, 반 대표가 참여하는 정부 위원회의 최근 움직임은 어떠한가?
3·11 이전인 지난 자민당정권 때부터 반 대표는 원자력위원회(내각부의 심의위원회 중 하나) 신대강책정회의(이하 책정회의) 위원이었다. 이 회의는 일본의 핵정책을 5년마다 입안·결정하는 단위이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책정회의는 멤버를 바꿔 반대파를 약간 증원해 다시 출범했고, 반 대표도 계속 위원으로 있었지만, 결국 새로운 대강(정책기조)을 만들지 못했다.
민주당정권은 이 회의 대신 에너지환경회의를 출범시켰고, 경제산업성에 기본문제위원회라는 자문기구를 만들었다. 여기에 또 반 대표가 위원으로 들어갔다. 기본문제위원회는 새 에너지·환경정책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30년에 핵발전 비율을 0%로 한다는 시나리오, 15% 시나리오, 20~25% 시나리오였다. 결국 0%가 선택됐는데 작년 말 정권교체 이후 자민당정권이 이것을 백지화시킨다고 했다. 그 영향으로 기본문제위원회도 해체됐다. 경제산업성은 기존의 총합에너지조사회를 재출범시켜 거기서 향후 에너지정책을 논의하도록 했다. 거기엔 핵발전 반대파가 두 명 들어갔는데 이전보다 축소된 것이다.
원자력자료정보실이 후쿠시마 주변의 토양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들었다.
사고 후 식품 속 방사성물질 규제가 시작됐다. 기준치는 500베크렐(Bq/kg, 2012년부터 100베크렐로 변경)였는데, 소비자들은 실제로 499베크렐인지 0베크렐인지 알 길이 없다. 당연히 생산자들도 그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오염된 농지에서 작물을 지속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가,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작물이 얼마나 오염돼 있는가를 두 농가와 함께 조사하고 있다.
한 가구는 후쿠시마현 남부 이와키시에 있고 또 한 가구는 도치기현 나수시오바라시(후쿠시마현 남쪽에 인접)에 있다. 이와키시가 사고현장에 더 가깝지만 나수시오바라가 오염이 더 심하다. 농산물에서 나오는 오염 수치는 의외로 낮고, 평균 10베크렐 이하다. 감자나 고구마의 경우 2~3베크렐이며, 잎채소의 경우 사고 직후 방사성물질이 하늘에서 떨어졌으므로 높았지만, 이제는 시금치처럼 구깃구깃한 것 말고는 그리 높지 않고 10베크렐 정도이다. 지금도 높은 것은 버섯, 쌀, 메밀, 과일 등이다. 식품 방사성물질 데이터는 일본정부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정부가 조사하지 않고 있는 작물이 안전한가, 정부 데이터가 믿을 수 있는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조사하여 발표하는 데이터를 통해 시민들이 현황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오염됐다고 해서 일본 농지를 다 포기하고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구조는, 자원을 수입하고 어느 한 곳에 핵발전을 강요하는 구조와 가깝다. 정부 측정치와 우리 측정치 간에 큰 차이는 없다. 일본정부가 발표하는 데이터에는 거짓말이 없을 것이다.
이와키시와 나수시오바라시 농가들의 현황은?
이농하는 농가들이 많다. 일반시장에 출하하는 농가의 경우 농산물 값이 터무니없이 깎인다. 특정 소비자들을 상대로 해오던 농가들은, 사고 직후엔 불안감을 샀지만 방사능측정치를 발표하면서 소비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방사능측정은 농가들과 관계를 맺은 소비자단체가 구입해 실시하기도 하고, 사고 이후에 수없이 생긴 시민측정소에 유료로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비용도 원칙적으로는 도쿄전력이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난지시구역의 농가에는 어느 정도 배상금이 나오지만, 그 외 농가들에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어떤 생협이 많은 노력을 해서 겨우 나온 적이 있기는 하다. 한 농가가 개별적으로 요구해서 배상을 받기는 어렵다. 아직까지 전국규모의 배상소송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역단위 등으로 수많은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에 식품 오염기준치를 100베클렐(Bq/kg)까지 내리면서 앞으로 해마다 기준을 강화할 줄 알았는데, 이후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연간피폭허용량 1밀리시버트(mSv)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로 계산됐다. 1밀리시버트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상, 그것을 내릴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정부는 몸 속에서 배설될 것도 고려한 수치라고 일단 주장하고 있지만, 배설되기 어려울 것이다.
후쿠시마제1핵발전소의 현황과 향후과제는?
40년 후에 폐로(원자로 해체)를 완료시킨다고 하지만 사고를 일으킨 원자로의 폐로는 아무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아무도 방법을 모른다. 지금은 계획만 일단 세운 상태다. 아직 개발이 안 돼 있는 기술도 많다. 원자로에서 연료를 꺼낸다는데, 그 연료를 어디로 가져가는가도 큰 문제다. 체르노빌의 경우, 원자로를 석관으로 덮어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데, 후쿠시마도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경우 물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방치할 수도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40년은 순식간이다. 아무도 못하는 사이에 지나갈 수도 있다. 도쿄전력은 물이 새고 있는데도 새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원자로 안을 카메라로 확인해 보니 있을 수 없는 배관이 있기도 하다는 식으로 아무것도 파악 못하고 있어 그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상태로 40년 만에 수습될 거라는 것을 믿는 일본국민은 없다.
무엇보다도 수습작업을 도쿄전력에 맡기고 있는 것이 잘못이다. 그들은 비용을 중요시한다. 3월에 일어난 정전사고도 사고가 일어난 당시에 설치한 배전반을 그대로 사용해 쥐가 침입했기 때문이다. 돈을 아끼니까 이 꼴이다. 4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에서 올해 안에 연료를 꺼내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연료봉에 흠집이 있으면 곤란해지므로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이 계획에서는 우선 공용저장조에 있는 연료를 건식저장통(dry cask)에 옮기고 나서 4호기 연료저장조에 있는 연료를 공용저장조에 옮기는 것으로 돼 있는데, 아직 건식저장통 사용 승인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계획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차질이 생기면 전체가 멈춰 버린다.
최근에 또 큰 지진이 잇달았다. 일본 시민들의 위기감은 어떠한가?
그렇다고 할 순 없다. 원래 반대했던 사람들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일반시민들도 불안하기는 하겠지만 그것보다 핵발전이 없으면 경제가 멈춰버린다는 정부의 선전을 곧이듣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올해 2월의 아사히신문 설문조사에서는 언제 그만둘지는 별개로 하되 약 70%가 핵발전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이 가동 중단되어 있어서 그런지,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다. 그리고 곧 없애라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지금 아베정권 하에서 경제가 상승세에 있어, 언론은 제조업을 위해 전력증산을 주장하고 비싼 화력을 돌려서 외화가 떨어질 것을 걱정한다는 추진파에 편드는 논조가 많다.
핵발전소 재가동과 관련해, 후쿠시마사고 수습에 노동력을 빼앗겨 실질적으로 다른 핵발전소를 돌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후쿠시마사고 현장에선 하청 노동자의 봉급을 빼돌리는 등 비리가 만연하고 있고, 피폭선량도 높기 때문에 노동자에게는 장점이 없다. 만약 어디 다른 곳에서 재가동하게 되면 노동자들은 그 쪽을 선택해서 후쿠시마 사고처리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 다중하청 비리구조를 방치하고 있다. 즉 정부는 장기적 사고수습전략이 없는 것이다. 전력회사들도 핵발전소를 돌릴 수 없어 적자가 쌓여 있기 때문에 빨리 돌리고 싶어하고 있다. 간사이전력은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새 안전기준에 비춰 오오이핵발전소(현재 일본에서 유일하게 가동중인 핵발전소-편집자주)가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했고, 오사카지방재판소는 오오이핵발전소 가동중단소송을 기각했다. 전력회사들은 후쿠시마사고 교훈을 전혀 살리지 않고 있고 재판소도 여전하다.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
한국에선 전기요금이 싸서 모두가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이대로라면 후쿠시마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의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겪고 나서는 손쓰려고 해도 돌이킬 수 없다. 핵발전소가 있는 한 사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핵발전에 의지할 순 없다. 영광 원자력전시관에 갔더니, 직원이 영광핵발전소는 후쿠시마와 원자로 형태가 다르니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더라. 체르노빌사고 때, 일본 핵발전소는 체르노빌과 원자로 형태가 다르니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던 것이랑 똑같다.
발행일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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