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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온화한 일상


∥ 영화로 만나는 탈핵

  온화한 일상



△ <온화한 일상> (우치다 노부테루 감독, 일본, 2012, 102)



<온화한 일상>은 후쿠시마 핵사고 다음 해에 제작되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시 생각나는 영화다. 주인공은 사에코와 유카코라는 두 기혼 여성이다. 대지진 이후 극심한 긴장감에 사로잡힌 일본 사회,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의연하고 그야말로 온화한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과연 정상적인지 의문을 품는 감독은 자신의 질문을 그들을 통해 대신 던진다.


핵발전소와 방사능의 상태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는 주인공들은 스스로 정보를 찾아 나간다. 사에코는 혼자 키우는 딸의 건강이 걱정되고, 슈퍼에서 파는 수산물과 급식 식재료가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았을까 불안해한다. 그러나 핵사고 이후의 평범한 일본 사회에서는 마스크를 쓰거나 권하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에코를 향해 주변 사람들은 공연히 공포를 퍼트리는 민폐녀라고 손가락질받는다. 급식 담당 선생님은 방사능이 검출된 시금치만 빼면 되지 않느냐, 자신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유카코는 처음에는 남편에게 염려를 토로하지만, 사에코를 구하면서 변화를 겪게 된다.


제작자이자 배우이기도 한 스기토 키키는 한국 상영 당시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영화에 관한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이 영화가 투자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이 많았고, 제작을 지원한 이들의 이름조차 밝힐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제 영화제에 초대되고 있지만, 일본에서 상영관을 잡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영화는 방사능의 위험과 거짓 홍보 속에서도 집단적인 침묵과 질서를 강요당하는 일본 사회의 문제를 그려내고자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주인공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예전과 같은 일상을 잃어버린, 그러나 공포와 긴장 속에서도 어딘가에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된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의 모습과 제법 닮아 있는 것 같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의 사람들과 코로나-19시대의 사람들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적 지식과 정보뿐 아니라 공감과 배려가 아니었을까?


이 영화는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고 2013년 서울 환경영화제에서 한국의 관객들을 만났고, 2017년 제7회 부산반핵영화제에서도 회고전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6월(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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