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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삼척(신규예정지)

<3호> 삼척시장 주민소환, 탈핵과 민주주의의 기로

삼척시장 주민소환, 탈핵과 민주주의의 기로

하승수(변호사, 녹색당 사무처장)

 

삼척 주민들, 핵발전소 유치 앞장 선 삼척시장 주민소환 추진

정부가 신규핵발전소 후보지로 선정한 강원도 삼척에서 주민소환운동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신규핵발전소를 유치하려는 삼척시장을 해임하기 위해 삼척주민들이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신규핵발전소 문제로 주민소환이 추진되기는 처음이기에, 삼척은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주민소환을 방해하려는 세력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현행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민소환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넘어야 할 장벽들이 존재한다.

첫째,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숫자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주민소환 절차는 먼저 투표청구를 위한 서명을 받고, 서명요건을 채우면 투표를 실시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삼척시장과 같은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에는 유권자 15%의 서명을 받아야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이 정도의 서명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이다.

둘째, 서명을 채워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되더라도 투표율이 3분의1에 미달하면 개표를 하지 못한다. 이 조항은 현재의 주민소환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는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실제로 경기도 하남시나 제주도에서 주민소환투표까지 간 적이 있지만, 투표율이 모자라서 개표를 하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그리고 그동안 소환대상이 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이 조항을 악용해서 관권을 동원하여 투표불참을 유도해 왔다. 주민소환투표를 하게 되면 정정당당하게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 소환에 반대투표를 해 달라고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투표에 참여하지 말라고 투표불참을 유도하여 투표율 미달로 개표를 하지 못하게 하는 변칙이 통용되어 왔다.

이런 어려움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강원도 삼척에서 주민소환운동을 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핵발전소를 막는 것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삼척은 20여년 전에도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통해 핵발전소를 막았던 경험이 있는 지역이지만, 정부는 작년부터 경상북도 영덕과 강원도 삼척에 새로운 핵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주민들의 입장에 서야 할 삼척시장은 핵발전소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주민들을 호도하며 핵발전소 유치에 앞장서 왔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은 민주적으로 수렴되지 않았다.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와 삼척시장의 독단과 횡포에 맞선, 주민들의 마지막 선택 주민소환

작년 311일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늘어났지만, 그 목소리는 무시당했다. 작년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당시에 최문순 도지사가 핵발전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당선까지 되었지만, 투표를 통해 드러난 유권자들의 의사도 무시되었다. 남은 것은 핵발전소 건설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는 중앙정부와 삼척시장의 독단과 횡포뿐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된 것이 주민소환이다. 일방적으로 핵발전소 유치를 추진해 온 삼척시장을 해임시키고, 신규 핵발전소를 백지화하겠다는 것이 반대주민들의 뜻이다. 주민소환을 하기 위해 넘어서야 하는 서명요건(15%)과 투표율(3분의1)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마지막 수단으로 주민소환을 선택한 것이다.

공무원 등을 동원해, 주민소환 방해 하지만, 주민소환투표는 1024일 예정

그런데 주민소환운동이 시작되자 관권이 동원되어 주민소환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서명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많아지자, 서명을 철회하기 위해 공무원과 통이장들이 동원되었다. 그래서 서명을 한 주민들에게 압력을 가해 서명철회를 하게 만들었다.

이런 방해에도 불구하고 서명요건을 넘겨 주민소환투표 청구가 정식으로 이루어지자, 서명한 주민들을 확인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서명부를 열람했다. 그리고 서명 주민들 명단을 일일이 베껴적는 방법으로 누가 서명했는지를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누가 시장 소환에 서명했는지라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그런데도 이런 행위를 막아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수수방관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시장측은 11,725명의 서명인 중에서 11,020명이 서명한 건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서명 대다수를 유효하다고 판정했다. 유효한 서명이 8,517명이라고 확인했고, 466명의 서명만 보완하면 주민소환투표를 발의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466명의 서명을 보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삼척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가 1024일쯤 치러지게 될 예정이다. 핵발전소 문제로 주민소환투표를 치르는 역사적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에도 핵발전소를 추진하던 지방자치단체장이 소환운동에 의해 물러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1995년 니이가타현 마키정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소환운동에 의해 물러나기도 했다.

대표적인 직접민주주의제도인 주민소환제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부패나 독선, 전횡을 주민들이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삼척의 경우처럼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정책결정을 한다면 당연히 주민소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적법한 주민소환운동이 방해받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주민소환투표 날짜가 잡히게 되면 관권개입과 방해행위는 더욱 노골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척 주민소환운동, 민주주의와 신규핵발전소 건설 여부 판가름

그래서 삼척의 주민소환운동은 신규핵발전소 건설 여부를 판가름짓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민주와 반민주의 대립이기도 하다. 그래서 삼척시장 주민소환투표가 민주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전국의 양심적인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예상되는 관권개입, 투표불참 강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부정투표감시활동도 필요하고, 주민들의 정당한 투표참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홍보활동도 필요하다. 선거관리위원회, 검찰 등 국가기관들이 노골적인 관권개입을 방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하다. 지금 삼척의 주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핵발전소가 건설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힘뿐이다.

이미 23개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세계에서 핵발전소가 가장 밀집되어 있는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단 한번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된 적이 없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해 본 적도 없다. 오죽하면 2004년 전라북도 부안에서 핵폐기장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주민투표를 준비해서 치렀을까? 정부는 핵과 관련해서는 힘으로 밀어붙이고, 돈으로 일부 주민들을 회유하는 행태만 반복해 왔다. 지방자치단체장도 주민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핵시설들을 유치해 왔다. 이제는 여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탈핵(탈원전)으로 큰 정책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 길에 삼척시장 주민소환이 놓여 있다.

발행일 : 2012.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