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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급격한 탈핵정책? 지나치게 느긋한 탈핵정책!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국면에 벌어지는 미묘한 입장차

급격한 탈핵정책?

 

급격한 탈원전 정책은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한수원 노동조합과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울주군대책위 유인물 제목이다. 신고리5·6호기 건설 중단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및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중단을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라고 칭하고, 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 정책을 선언한 이후, 보수언론이나 핵산업계에서는 급격한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독일이나 스위스 같은 탈핵을 선언한 나라들은 수십 년 동안 탈핵정책을 논의해 왔는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판도라> 같은 영화 한편 보고 혼자서 뚝딱 탈핵정책을 결정했다는 식의 비판들이 계속 이어졌다.

 

급기야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부터 탈핵공약을 고민했고, 수없이 많은 고민 끝에 나온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청와대 공식 홍보물과 문재인 대통령 발언을 통해 모든 핵발전소가 없어지는 건 2079이라는 점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중단하면 점차적으로 핵발전소가 줄어 60년 뒤엔 모든 핵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되기 때문에 급격한 탈핵이 아니라는 것이다.

 

‘2079년 탈핵탈핵인가?탈핵에 소극적인 여당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60년에 걸쳐 진행되는 탈핵은 급격한 탈핵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탈핵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60년은 두 세대에 걸친 오랜 기간으로, 현재 살고 있는 이들 대부분이 죽은 이후이다. 우리나라의 어떤 계획도 60년 뒤를 바라보고 세우는 계획은 존재하지 않으며, 정권의 방향성에 따라 정책이 급변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탈핵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라고도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국면에서 여당이 보이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이를 때 없다. 그동안 핵발전에 우호적이었던 자유한국당 당대표나 지역구 의원할 것 없이 앞장서서 신고리5·6호기 건설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공론화 국면에서, 우리는 중립이라는 이유를 들며, 자기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뿐만 아니라, 바른정당과 국민의당까지 대통령 선거 때와 달리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탈핵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이를 때 없다. 일부 관심이 있는 국회의원이나 당원들이 열심히 신고리5·6호기 건설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안지역인 부산, 울산뿐만 아니라 여의도에서도 조직적인 모습을 찾기 어렵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국면에 터져나오는 현안들

 

이런 가운데 격납건물 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방호벽 구멍으로 안전성 논란에 빠졌있던 영광 한빛4호기에서 최근 증기발생기 내 망치가 발견되는 등 탈핵현안 등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한빛4호기는 건설 진행당시인 1990년대에도 부실시공으로 쟁점이 됐던 핵발전소이다. 그런데 이번에 핵심부품인 증기발생기 내부에 제작 당시부터 망치가 들어가 있었던 것이 드러나면서 안전성과 부실시공, 규제기관의 책임 회피 등이 문제제기되고 있다.

 

한편 대전의 파이로프로세싱(핵연료 건식재처리기술) 실험 진행 여부도 쟁점 중 하나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은 올해 7월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전시와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민간검증단 활동에 따라 일시적으로 실험 일정이 연기되었다. 일부 언론을 통해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재검토’, ‘공론화등의 보도가 나왔지만, 일시 연기된 실험 일정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문재인 정부 5개년 계획 안에 공론화 방식을 통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란 문구가 포함되었지만, 어떤 문제를 공론화할 것인지, 정확히 언제 공론화를 추진할 것인지 등 상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은 채 막연히 올해 하반기 중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는 말만 나오고 있다.

 

신고리5·6호기로 끝나지 않는 탈핵의 길

 

최근 몇 달 간 탈핵정세는 신고리5·6호기 건설여부를 둘러싸고 요동쳤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토론이 탈핵운동 내부에서 있었고, 현재 신고리5·6호기는 한국탈핵운동 최대의 쟁점이다. 신고리5·6호기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될수록, 쟁점은 신고리5·6호기 건설여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탈핵을 해야 하는가’, ‘탈핵은 언제까지 어떻게 이룰 것인가등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부터 핵발전소는 과연 안전한가’, ‘경제적인가같은 기초적인 질문까지 다양한 이들이 핵발전소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은 신고리5·6호기를 중심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고 있지만, 조만간 고준위핵폐기물이나 각종 핵실험을 둘러싸고 질문과 답을 던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우리 사회에 핵에너지가 필요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다시 다가갈 것이다. 누구는 급격하다고 하고, 누구는 소극적이거나 미온적이라고 하는 핵문제에 대해서 말이다. 당장은 몸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그 가운데 서로의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고 이후까지 탈핵이야기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 싸움은 신고리5·6호기 공론화가 끝나는 10월말에 끝날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탈핵신문 2017년 9월호 (제56호)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