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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전력수요 관리하니 ‘탈원전’해도 2030년 전력수급 ‘양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력 수요’, ‘적정 설비예비율’ 등 주요 쟁점

 

신규 핵발전소와 석탄발전소 처리 방안이 정부가 올해 말까지 수립 예정인 에너지 정책에 어떻게 수렴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공론화가 진행 중인 신고리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가 결정되는대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해, 2030년까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계획 초안의 일부가 공개된 가운데 탈핵·탈석탄 및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전환 정책의 퍼즐 맞추기를 둘러싼 쟁점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전력수요 전망…기존 계획 대비 11.3GW 감소 전망


첫 쟁점은 전력수요 전망을 놓고 벌어졌다. 7월, 민간 자문가로 구성된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전력수급계획 수립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전력수요 전망 초안을 발표했다. 수요전망 워킹그룹은 전력수급계획 수립을 위해 전력정책심의회가 운영하는 6개 소회의체 중 하나다. 공개된 전력수요 전망안의 핵심은 2년 전 예측한 7차 전력수급계획보다 전력수요 전망치가 상당히 낮아진 데 있다. 2030년 전력수요는 기존 계획 대비 11.3GW(기가와트, 113.2GW→101.9GW)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8차 계획의 수요전망이 크게 떨어진 주된 이유는 국내총생산(GDP) 전망 하락에 기인했다. 주요 경제지표인 국내총생산은 전력수요 전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 연평균 성장률은 기존 7차의 3.4%보다 0.9%포인트 감소한 2.5%로 전망됐다. 과거와 달리 최근 전력수요 증가율이 둔화 추세에 접어들었을 뿐더러 선진국에서는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도 효율 향상으로 인해 에너지수요가 오히려 감소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강조됐다.


하락한 이번 수요전망을 두고 보수 언론은 ‘탈원전에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했다. 수요 예측의 실패가 2011년처럼 블랙아웃(대정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규 수요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8차계획 전력수요는 7차계획과 동일한 수요예측모형을 사용해 산출했고, 국내총생산 관련 한국개발은행(KDI) 전망은 새 정부의 탈핵 정책기조 수립 이전(2017년 3월)에 발표된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의 경우 2030년 100만대 보급을 예상해 수요에 반영했으며, “4차 산업혁명이 전력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문가 워킹그룹 내에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적정 설비예비율…기존 22%에서 중단기적 14~18%, 장기적 20~22% 전망


적정 설비예비율도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필요 발전설비는 전력수요에 적정 설비예비율을 반영해 산정된다. 8차계획에서는 기존의 획일적인 예비율 기준(7차, 22%)이 과도한 설비 건설을 유발한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중단기적(2018~2025년)으로는 예비율을 14~18% 수준으로 하고, 2026년 이후 장기적으로는 20~22% 수준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최소 예비율은 신고리5·6호기나 신규 석탄발전소 9기의 처리 방안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8차계획안에서 제시된 적정 설비예비율에 대해서도 탈핵 관련 논란이 일었다. 하향 조정된 예비율이 2GW 수준의 설비 분량에 해당하는 것을 두고, ‘원전 2기에 해당하는 설비를 제외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식의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부는 수요자원 거래시장 확대와 예비율 축소로 안정적 전력수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핵발전소 3~4기에 해당하는 4.3GW의 수요자원 거래시장을 확보하고 아파트·상가와 같은 소규모 전기사용자까지 수요관리 자원을 확대해 공급능력의 일부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픽] 2030년 전력 예비율, 최대 2%p 하향(종합)


신규 발전설비…신고리5·6호기 중단 가정 시, 7차 대비 20.7GW 설비 감소 전망


신규 발전설비 처리방안은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핵발전소를 줄여나갈 경우 7차 전력계획 대비 20.7GW 규모의 설비가 감소할 전망이다. 공론화 논의 중인 신고리5·6호기는 중단을 가정했다. 여기에 정부가 이미 폐쇄하기로 결정한 8기의 노후 석탄발전소까지 반영하면 2.9GW가 추가 감소한다. 핵발전소와 석탄발전 설비가 기존 계획보다 줄어들지만, 수요전망과 예비율도 하락하면서 2025년까지의 안정적 전력수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까지 최대 10GW의 추가 발전설비가 예상되지만, 이는 LNG발전소 건설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고리5·6호기의 경우 공론화를 통해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만, 신규 석탄발전소 처리 방안은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는 9기의 석탄발전소를 LNG발전소로 전환하는 것을 사업자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공개된 바 없다. 핵발전소와 달리 신규 석탄발전소는 민간 발전사업자인데다 신서천과 고성하이 등 2개 석탄발전 사업의 경우 건설 단계에 있어 핵발전소와는 다른 복잡한 상황에 처해있다. 정부로서는 탈핵과 동시에 탈석탄을 추진하는 데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올 11월 독일 본에서 열리는 2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나 겨울철 미세먼지에 대한 여론이 정책 결정에 변수로 작용 가능성도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소규모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 소규모 100kW 미만 설정 관측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에 대한 논쟁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우선 소규모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 방안이 관심사다. 공약 사항인 발전차액지원제도 대상이 되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설비를 어느 기준으로 설정할 지가 미지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대해 재원이 과다하게 소요되고 현행 제도로도 발전사업자가 충분한 수익을 얻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온 만큼, 기존에 제시된 기준인 100kW(킬로와트) 미만으로 설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재생에너지 관련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입지 제도 방안,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 방안, 한전의 재생에너지 사업참여 허용 여부 등 그동안 밀려왔던 난제들을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 확대를 위한 계획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탈핵신문 2017년 9월호 (제56호)

이지언 편집위원 (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