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핵 위기와 한국의 핵 정책 시민사회간담회 참관기
지난 6월 1일(목) 동북아 핵 위기와 한국의 핵 정책 시민사회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는 미국의 핵 정책 전문가인 프랭크 본 히펠(프린스턴대 명예교수), 일본의 핵정책 전문가인 마사 타쿠보, 강정민(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 박사)가 참석해 핵연료 재처리, 핵잠수함, 북핵문제 등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 제공=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특히,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도하여 핵폐기물의 대안 중의 하나로 추진해온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재처리)과 소듐냉각고속로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본 히펠 교수는 “파이로프로세싱이 이전의 습식 재처리 방식보다 플루토늄 추출이 어려워 핵비확산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정민 박사도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발생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양이 원래 사용후핵연료보다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처리한 연료를 사용할 소듐냉각고속로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본 히펠 교수는 “소듐냉각고속로는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전하지 않으며 상업적으로 실패한 것”이라며, “소듐이 공기·물과 만나면 연소하는 문제점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세상은 공기와 물로 가득 차 있다. 또 소듐냉각고속로의 핵연료 재장전과 수리는 수냉식 원자로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위험성을 설명했다.
강정민 박사는 경제적으로도 파이로프로세싱의 복안인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을 분리 저장하는 것보다 사용후핵연료 자체를 보관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수로 1기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실증시설에 소요될 비용만 30조원 이상임을 감안하면, 2035년까지 약 40기 경수로에서 발생할 사용후핵연료를 전부 파이로프로세싱하여 고속로에 태우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다”고 비판했다.
마사 타쿠보씨 역시 일본의 ‘몬주’ 고속로의 실패 사례를 들며 “일단 거대한 국가계획을 시작하면 그것을 막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며, 한국의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 추진에 우려를 표현했다. “일본에서도 재처리와 고속로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실패했음에도, 아무도 책임을 지고 ‘미안합니다’라고 말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본 히펠 교수는 가장 안전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사용후핵연료관리정책으로,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용기에 저장한 다음 지하 깊이 신중하게 공학적 방벽으로 설계된 처분장에 처분하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하면서, ‘한국도 핵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히펠 교수는 우려를 표했다. 본 히펠 교수는 “핵무기 사용이 북한을 패배시키는데 속력을 낼 수 있겠지만, 엄청난 민간인과 군인들의 사망을 감수할 가치가 있겠는가?”라며 강한 의문을 던졌다. 본 히펠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북한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핵추진잠수함의 도입 필요성’ 언급에 대해서 히펠 교수는 “핵추진잠수함이 도입되었던 것은 핵무기 보유국가들에 의해 주도되었다”며, 훨씬 비용이 덜 드는 비핵추진잠수함이 더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공론화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했고,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 연구 등이 비상식적으로 많은 예산을 들여가며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많은 비용과 안전성 등 모두에서 문제가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핵발전소가 만들어낸 핵폐기물 관리 처분의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 관련 정책들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탈핵신문 2017년 6월호 (제53호)
안재훈(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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