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영구정지와 폐쇄를 앞두고…
2017년 6월 18일, 한국 최초의 핵발전소 고리1호기가 영구 정지되고 폐쇄과정에 들어간다. 핵발전소 가동 역사 40년 만에 우리도 처음으로 영구정지와 폐쇄, 해체 등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반핵운동, 탈핵운동에 있어서도 고리1호기의 폐쇄의 의미는 남다르다. 고리1호기 폐쇄에 이르게 된 몇 가지 중요한 계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쿠시마사고 이후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1호기는 그 어떤 핵발전소보다 이목의 집중을 받았다. 무엇보다 가장 오래된 핵발전소이기도 했고, 설계수명(30년)을 10년 연장해 운영 중이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사고도 40년 가까이 가동한 노후핵발전소라 사고에 더 취약했다는 문제들이 계속 제기되면서, 비슷한 조건에 놓여있는 고리1호기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후쿠시마사고 이후 한국의 탈핵운동은 무엇보다 고리1호기는 즉시 폐쇄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고리1호기의 존재를 잘 모르고 생활하던 부산과 경남의 시민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고리1호기만큼은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나갔다.
고리1호기 냉각기능상실사고 은폐사건
2012년 3월 고리1호기의 냉각기능 상실 사고 은폐 사건이 드러나면서 한국수력원자력과 규제기관 등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하게 되었다. 외부전원공급이 중단돼 12분 동안 핵연료의 냉각기능이 상실된 사고임에도, 한국수력원자력은 한 달 동안 사건을 은폐하다 사적인 자리의 대화를 통해 알려지게 된 것이다.
고리1호기가 있는 부산을 비롯 울산, 경남 등에서는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선언과 입장발표가 이어졌다. 서울에서도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4개월 넘게 고리1호기 폐쇄를 요구하는 1인 시위와 서명운동, 길거리 카페 운영 등 다양한 행동들을 이어나갔다. 전국 곳곳에서 고리1호기 폐쇄를 요구하는 각종 캠페인과 서명운동, 교육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와 한수원은 끝내 고리1호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후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고리1호기 폐쇄 등을 약속했지만,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고리1호기 폐쇄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폐쇄여론
하지만, 부산의 탈핵운동 단체들을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를 넘어 각계각층이 고리1호기 폐쇄 입장을 밝히고, 폐쇄운동을 이어나갔다. 부산의 주요언론인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등도 지속적으로 고리1호기 문제를 보도했다. 이러한 지역 민심의 변화는 2014년 지자체 선거에 나선 부산시장 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고리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는 공약을 발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당선된 새누리당 서병수 부산시장 역시 재수명 연장 없이 2017년에는 고리1호기를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2015년 6월 12일 정부의 에너지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에 고리원전 1호기를 재수명연장 하지 않고 영구정지하도록 요구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그리고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고리1호기는 영구정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고리1호기 폐쇄 이후 대안을 만들어가야…
고리1호기 폐쇄는 후쿠시마사고 이후 부산과 경남 지역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폐쇄를 요구하며 전국 각지에서 벌인 탈핵운동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다. 무엇보다 부산, 울산, 경남 등 지역에서 진보, 보수를 넘어 폐쇄 여론을 만들어냄으로써 운동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고리1호기의 문제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핵발전소의 위험과 탈핵의 필요성에 공감하게 만든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수명연장 가동 중인 월성1호기 폐쇄, 신고리5·6호기 등 신규핵발전소 백지화 그리고 탈핵에너지전환까지 넘어야 될 산이 많다. 탈핵정책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러한 과제들에 한 발 더 다가선 것은 사실이지만, 찬핵 진영의 반발이 거센 것도 현실이다.
고리1호기 폐쇄를 계기로 탈핵운동도 이제 폐쇄 이후의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운동에도 힘써야 한다. 전력수급, 전기요금인상, 지역경제피해, 주민대책 등 탈핵에너지전환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 부풀려진 점도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과 해결책 마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에너지효율화 및 재생에너지확대를, 지역과 시민사회가 많은 노력을 기울려 적극적인 역할과 실천을 해야 할 것이다.
탈핵신문 2017년 6월호 (제53호)
안재훈(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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