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서울 도심 길을 굽이굽이 걸어 다니며, 탈핵의 중요성을 알리는 ‘탈핵희망 서울길 순례(이하 서울 순례길)’가 진행된다. 현재 4개 단체가 1주일씩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 지난 6월 25일(토) 34번째를 맞이하는 서울 순례길에 탈핵신문이 함께 나섰다. 이 날은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가 순례를 준비했다. 오후 2시 광화문에서 출발해 종로, 대학로, 창덕궁, 인사동을 거쳐 다시 광화문까지 약 3시간 거리를 30여명의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걸었다. 예수회 조현철 신부에게 물었다.
조현철 신부님 (사진: 오하라츠나키)
탈핵희망 서울길 순례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삼척의 성원기 교수가 진행하는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에 참여하다가, 서울에서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몇몇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게 된 것이 시작이다. 부담 없이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매주 토요일 서울 도심을 걸어보기로 했다.
작년 11월 첫 번째 주부터 시작해서 오늘이 34주째다. 현재 4개 단체(예수회사회사도직위원회, 초록교육연대, 불교생명윤리협회, 종교환경회의)가 함께 하고 있다.
주로 어떤 분들이 순례에 참여하고 있는지?
담당하는 단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오늘은 예수회가 담당이어서 천주교 신부, 수녀, 신자들이 많이 왔다. 초록희망연대가 할 때는 학생이나 교사들이 많이 참여한다. 불교생명윤리협회가 담당할 때는 풍물을 치면서 행진하는 등 각 단체마다 특색 있게 진행하고 있다. 코스도 매주 다르다.
서울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
서울은 인구도 많고 전기를 제일 많이 쓰는 도시인데도 아직까지 핵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일을 전혀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탈핵을 홍보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핵발전소가 본인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 문제인지에 대해서 많은 시민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길을 걸으면서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걷고 있다. 한번 걸을 때마다 대충 1천부씩 소비하는 것 같다.
순례를 통해서 서울 시민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시민들이 ‘탈핵’을 안전, 생명, 평화의 문제로 인식했으면 좋겠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보았듯이 핵발전 사고는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핵발전의 결과를 감당할 수 없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만 봐도 분명하다.
재생에너지는 이제 기술적, 경제적으로 충분히 핵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포기하고, 수명을 다한 핵발전소를 꺼 나가면서, 재생에너지를 확충해 나간다면 탈핵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그런 우리들의 이야기를 시민들이 잘 들어준다면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동안 탈핵의 중요성을 느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면?
이전부터 생태적 삶에 관심이 많았고, 공부도 생태신학을 전공했다. 핵발전은 자연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자연을 거스르는 한, 우리는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 수 없기 때문에 핵발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탈핵의 필요를 절박하게 느끼게 된 계기는, 2011년 3월 11일의 후쿠시마 핵발전소사고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잘 대응하면서, 탈핵을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지난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5·6호기 건설 허가를 의결했다. 정부는 고준위핵폐기물 영구처분장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모두가 안전에 중차대한 문제고,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들과 관련해 일반시민들이 많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자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계기로 핵발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탈핵 여론을 키우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또한 탈핵이 내년 대선의 주요 의제로 설정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탈핵신문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다.
지난 6월25일(토) 제34회 '탈핵희망 서울길 순례'에 함께한 참가자들. 가운데 줄 왼쪽에서 제 번째가 맹경숙씨, 제일 위 윈쪽 첫번째가 하이케 하르만스 씨다.
빠짐없이 순례에 참여하는 맹경숙 님
어떤 마음으로 매주 참여하고 있나?
한국은 그 동안 경제적으로 급성장했지만 그 반면에 환경오염을 비롯해 사회적 양극화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나는 서울 토박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서울은 이렇게 오염되지 않았고 살기 좋은 도시였다.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현상을 꼭 극복해야만 한다. 그 일에 나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야 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순례를 통해 서울 시민에게 알리고 싶은 점은?
서울시민들이 어떻게 보면 정말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에너지가 도시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아픔이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밀양 송전탑 문제와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서울 시민들도 도심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통해 조금 더 모범적인 시민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당일 순례에 참여한 하이케 헤르만스(독일인,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오늘 어떻게 순례에 참여하게 되었나?
나는 대학교에서 각국의 환경정책이나 환경운동에 대해서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핵발전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작년에 핵발전소 예정지인 영덕을 방문하면서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늘은 그 때 영덕에서 만났던 분이 소개해주셔서 오게 되었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진주에서 왔다.
독일은 정부가 탈핵을 선언했다. 한국의 탈핵, 어떻게 가능할까?
독일은 시민이 탈핵을 이끌어냈다. 현재도 시민들은 에너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재생가능에너지를 도입하는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나 시민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탈핵도 어렵더라도 가능할거라 믿는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시민들이 에너지를 적게 쓰고 아껴 쓰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도 탈핵을 이루어내는데 아주 중요할 것이다.
탈핵신문 2016년 7월호 (제43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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