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24일, 경남 합천에서 세계 피폭자 모여 증언대회 열고 비핵평화선언 발표
전은옥 준비위원
2012 합천 비핵˙평화대회가 지난 3월 23~24일 양일간 경남 합천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국내 원폭피해자,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후쿠시마, 미군의 핵실험 희생양이 되었던 남태평양 마셜제도 비키니섬, 원폭 피해를 입은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 및 대만 등지에서 온 세계 피폭자를 비롯해 국내외 비핵평화 활동가와 학자, 문화예술인 그리고 합천 주민과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과 청소년 등 이틀 동안 연인원 약 5000명이 참석했다.
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끈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로 열린 ‘세계 핵 피해자 증언대회’였다. 1954년 3월 1일 미군의 핵실험으로 큰 피해를 입은 남태평양 비키니 섬의 선주민 조니 존슨 씨는“ 브라보 폭격 이후 58년. 우리의 잃어버린 낙원 비키니섬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핵과 수소폭탄 지역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또 “1968년 린든 존슨 미 대통령이, 이제 비키니섬은 안전하니 주민은 고향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선언하여 일부가 비키니섬을 돌아가 생활했는데, 10년이 지난 뒤에서야 주민이 위험한 수준의 방사능에 노출돼 섬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결국 많은사람들이 갑상선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에 걸렸다”고 증언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180km 떨어진 오염지역 브랸스크 노보집코프에서 온 파벨 씨는“ 1986년 봄 우리의 삶이 바뀌었다. 1986년 9월 모스크바 의사 들이 사람들을 조사하러 왔다. 우리는 처음으로 지역 생산물이 아닌 타지의 물과 음식을 가지고 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일이 끝나면 샤워를 하고 가능한 빨리 노보집코프를 벗어나려하면서도, 우리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확신을 주려 했다” 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그가 거주하는 브랸스크 지역 시민단체에서 11,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70% 이상이 갑상선에 문제가 있었고, 체르노빌 어느 지역에서도 온전히 건강한 남학생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또 “세계 각지의 원전 사고, 핵실험, 핵무기 피해자가 서로 힘을 모아 연합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핵 문제는 우리가 같이 해결해야 하는목표다. 우리 자손들은 우리보다 행복한 세상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1930년 경남 합천의 가난한 농부집 둘째 딸로 태어나, 일곱 살 되던 해 일본으로 가는 연락선을 탔다가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된 안월선 씨는 “두 다리 는 화상을 입고 얼굴과 몸에 부상을 입었다. 얼굴에서 빼낸 유리 조각이 한 움큼이나 되었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지 못해 잘 낫지 않았고, 얼굴에 난 상처 때문에 남들 앞에 나서는 게 싫어 항상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현재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 입주하여 생활하고 있으며, 원폭피해자 1~2세와 지역 어린이로 구성된 합창단에도 참여하며, 이번 대회 개회식과 콘서트 무대에서기도 했다.
후쿠시마의 무토 루이코 씨는 자신이 ‘가장 새로운 피폭자’라고 소개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지역이 얼마나 분단되어 버렸는지, 일시적 위안에 지나지 않는 제염(방사성 물질 제거) 퍼포먼스에 의해 피난과 배상의 권리를 부정당한 주민들이 오염지역에 속박된 채로 남아, 서로 반목하고 피폐해지고 마음의 분단이 생겨 버렸다고 한다. 또“ 편리함에 익숙해져 차별과 희생 속에 존재하는 원전을 이렇게 늘리고 존속시킨 책임을 어른으로서 당사자인 자신에게 되물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세계를 바꾸기 위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바로 지금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회에 참석한 세계의 피폭자와 국내외 참가자들은 참석자들의 결의를 모아, 핵무기 전면 철폐와 탈핵에너지 사회 및 핵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정당한 보상등을 촉구하는‘2012 합천 비핵평화 선언문’을 채택하며 이틀간의 대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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