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 필요없는 후쿠시마 여자들’ 쿠로다 세쓰코 씨 인터뷰
3월 19일~24일 반핵아시아포럼 발표자로 한국을 방문한 쿠로다 세쓰코(黑田 節子) 씨의 강연내용과 3월 21일 부산 숙소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인터뷰·정리=고노 다이스케 준비위원
고오리야마는 핵발전소에서 60km 떨어진, 인구 약 30만의 도시로, 산이 가깝 고 채소와 생선이 신선해서 나는 이곳을 좋아 했다. 소풍이나 사이클링을 기며 손자가 오면 공원 놀이터에 가서 놀곤 했는데, 3.11사고로 놀이터가 가장 위험한 곳이 되고 말았다.
방사능의 영향은 바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은폐된다.
사고 후, 나가사키대학 야마시타 슝이치(山下俊一) 교수가 후 쿠시마현 방사선건강위험관리 고문 및 후쿠시마 현립의과대학 부학장으로 취임해서“ 이 정도면 안전하다, 방사능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사람에게는 오지 않고, 끙끙거리는 사람에게 온다”고 강연하고 다닌다. 사토 유헤이 후쿠시마현 지사는 플루서멀(통상적인 우라늄 원료에 플루토늄을 혼합해, 더욱위험한 핵원료-편집자주)을 수용한 장본인이고, 사고 당일 ‘긴급시 신속방사능영향예측 네트워크 시스템(SPEEDI)’의 데이터를 은폐하기도 했다.
피난하고 싶어도 못 간다. 그래서 방사능 오염이라는 현실에 눈을 감는다.
후쿠시마시나 고오리야마시도 선량이 높아 하루빨리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피난할 수 없는가? 피난처에서 직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주택대출금은 어떻게 갚나 걱정도 되고, 가족 내 의견도 다르다. 중학생 정도가 되면 가족보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해서 대부분가기 싫어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걱정이 너무 지나친 게 아니냐고 한다.
정보를 제대로 입수하고 이해하는 사람은 지역사회에서 고립되고 만다. 어린아이의 엄마들은 핵발전소 이야기만 하면 바로 운다. 스트레스 때문에 6개월 사이에 몸무게가 10kg 줄었다는 사람도 있다.
인구유출을 두려워하는 지자체―제염 선택
후쿠시마현은 현민의 유출이두려워서 제염(방사능 물질 제거)으로 현민을 원래 살던 곳에 돌아오게 한다는 방침이다. 내가 사는 단지에서는 1.3~1.8μSv/h(사고 전 후쿠시마의 방사능 수치는0.05μSv/h 내외―편집자 주) 정도가 계측되는데, 고오리야마에서는 특별히 높은 수치가 아니다. 단지 마당에 있는 화초를 제염한다고 한꺼번에 베어 버렸는데, 제염은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나무나 집 지붕을 고압수로 씻어내도 아이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밑을 지나다닌다. 작업하
는 사람도 피폭 당한다. 오염을 위에서 아래로 옮기고 있을 뿐이다. 오염은 최종적으로 오니가 돼서 처리장에 쌓여 있다.
후쿠시마현은 절반 이상이 산림인데, 산림의 제염을 어떻게 하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완전히 제염하는 데에 20~30년이라는세월과 10조 엔이라는 돈이 든다고 한다. 제염으로 돌아오게 하자는 움직임의 연장선상에 보이는 것이 제2핵발전소 재가동이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사고를 일으키면서도 다시 핵발전소를 가동시키려는 것에 우리는 분노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피난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많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피난이다. 우리는 제염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피난을 위해 쓰라고 주장하고 있다. 6월에 고오리야마의 아이들 14명이 안전한 곳에서 교육을 받게 해 달라는 소송을 했다.
피난해야 할지 말지를 각 가정에 맡겨서는 안 된다. 고오리야마에도 체르노빌의 강제이주대상지구 이상으로 오염된 지역이여러 군데 있다. 이 수치는 문부과학성이 측정한 것이다. 그러나 12월 26일에 고소가 기각됐다. 피난가고 싶은 사람은 마음대로 가면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였다. 어머니들이 분노해서 항소했다. 피난은 근근이나마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이빨이 빠지듯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을 보고 역시 피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지 않았을까. 정부와 현이 자주피난을 인정하지 않아 큰 흐름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결코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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