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폭 증가한 여름철 전력수요…어긋난 정부 예측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력계획)이 확정되고 첫 번째 여름이 지나갔다.최근 몇 년동안 우리나라의 전력수요는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더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의 경우, 최대전력수요를 갱신할 것인가가 큰 관심사였다. 더구나 7월까지 전력수요 증가율이 과다하게 잡혔다는 논쟁을 정부와 벌인 환경단체 입장에선 더욱 큰 관심사이다.
7월과 8월, 가장 더웠던 두 달이 지난 지금, 올해 여름철 최대전력수요는 8월 7일 기록한 7,692만kW가 될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한 작년 12월 17일의 8,015만kW보다 323만kW나 작고, 작년 여름 최대전력수요(7월 25일) 7,605만kW보다 87만kW 늘어난 수치이다. 작년과 올해 최대 전력 수요만 놓고 보면, 최대 전력은 1.1% 증가에 그친 셈이다.
7차 전력계획에서 정부는 2029년까지 전력수요증가(최대전력 기준)를 연평균 2.1%로 예상한 바 있다. 전력계획을 발표한지 1달 만에 첫 번째 예상이 보기 좋게 어긋난 셈이다. 전력수요가 과거처럼 급증하지 않는다는 것은 7차 전력계획 수립 당시 시민사회단체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현재의 전력수요 증가 둔화는 일시적인 일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한편 최근 신규 발전소 준공에 따라 전력예비율은 급증하고 있다. 최대전력수요 기준으로 2012년 여름 3.8%까지 떨어졌던 전력예비율은 2013년 6.4%, 2014년 10.6%를 넘어 올해 여름 16.5%까지 늘어났다. 이는 여름철 한낮 전력을 가장 많이 쓸 때조차 16.5%의 발전소가 가동되지 않고 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1달로 계산해보면, 지난 7월 평균 전력예비율은 31%였다. 전력수요 증가율은 둔화되고, 그간 허가해 준 발전소들이 속속 가동을 시작하면서 놀고 있는 발전소가 증가하는 ‘발전소 인플레’ 현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LNG 발전업계의 볼멘소리…‘발전소 인플레’로 10곳 중 6곳이 개점 휴업 상태
‘발전소 인플레’의 첫 번째 피해자는 LNG 발전 업자들이다. 전력생산을 할 때는 모든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는다. ‘경제성 원칙’에 따라 가장 단가가 낮은 발전소부터 가동 우선권을 배분한다. 즉 핵발전소와 석탄화력 발전처럼 발전단가가 싸게 매겨지는 발전소는 100% 가동을 하고, LNG 발전처럼 발전단가가 높은 발전소는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발전소 가동여부와 출력조정이 이뤄진다.
최근 LNG 발전 업계는 볼멘소리를 연이어 내고 있다. 특히 7~8월 전력성수기의 데이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 5월 기준 LNG 발전소 가동률은 40%로 2년 전인 2013년 5월의 64.6%와 비교하면 25% 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성수기를 제외하곤 발전소 10곳 중 6곳이 개점휴업 상태인 것이다.
이들 LNG 발전소는 대부분 민간 업체들이다. 이들은 전력산업에 대한 규제가 풀린 2000년대 이후 발전업계에 진입해서 2011년, 2012년 한수원 비리사건과 대규모 핵발전소 가동정지를 겪으면서 이익을 보기도 했지만, 그 사이 신규 발전소 허가가 증가하면서 이제는 볼멘소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장기적인 경기둔화, 에너지효율증가, 국내 산업구조 변화, 산업인구 감소 등을 겪으면서 앞으로도 전력소비 증가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들은 이제 거의 없다. 심지어 정부 예측조차 연평균 2.1%대의 증가를 예상하고 있으나, 이것은 15년의 평균값이고 실제로는 2020년대를 지나면 전력소비증가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결국 건설업계만 배불리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영덕·삼척 신규핵발전소 건설 부적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규모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7차 전력계획에선 기존 핵발전소 건설 계획에 2기를 추가하기까지 했다. 영덕, 삼척 등 신규 핵발전소 예정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는 물론 전력업계조차 과도한 발전소 건설이 부적절하다고 이야기하는 현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정부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나설까? 이는 누구를 위한 전력정책일까? 핵발전소가 건설되면 발전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건설업계는 새로운 건설공사로 인한 이익을 본다. 민간 발전업체 중 일부 건설업을 겸업하고 있는 기업도 있으나, 이들이 입을 피해보다는 핵발전소 건설에 참여할 건설업체의 이익이 훨씬 크다. 영덕에 지어질 핵발전소는 150만kW로 기존 핵발전소의 1.5배에 이르는 용량이고, 건설비도 1기당 4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다. 이 발전소 건설이 지역사회나 전력업계, 더 나아가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했다면, 현재의 전력상황과 국민 정서, 지역주민의 여론을 생각할 때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수 없다. 이보다 정부가 건설업계의 이익만을 좆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헌석 편집위원(에너지정의행동 대표)
2015년 9월호 (제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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