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의 교훈, 분산형 전원체계를 구축하라!
권승문(녹색연합 에너지기후국)
밀양 송전탑 사건은 우리나라 에너지체계의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내 전력수요의 약 40%를 차지하는 수도권으로 전력을 장거리 송전하기 위해 건설되고 있는 765kV 초고압송전선로 문제는 국내 전력수급체계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국내 전력수급에서 ‘발전’보다 ‘송전’이 더 문제인 시대가 되었다. 지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송·변전 설비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장기과제로 미뤄둔 상태다.
연내에 수립 예정인 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해결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번 2차 에너지기본계획 전력분과의 핵심 논의 주제는 ‘분산전원의 확대 방안’이다. 분산전원은 대규모 발전소와 초고압송전선로가 필요한 전원체계와 달리 전기의 최종소비지 인근에 위치하는 전력배전시스템의 독립형 발전시설을 의미한다. 전력소비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 등 대도시 인근과 대규모 공단 인근에 전력과 냉·난방을 공급하는 분산형 전원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대응의 중요 수단으로 분산전원인 열병합발전에 주목하고, 각국에 보급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영국, 독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열병합발전을 대폭 확대 공급하는 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에너지기본계획 전력분과에서 분산전원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고무적이다.
하지만 국내의 사정은 외국과 달리 녹록치 않다. 이전까지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분산전원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만큼 이에 대한 지원책은 미비한 상황이다. 또한 열병합발전의 연료인 가스요금이 전기요금에 비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문제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주요 국가들은 열병합발전의 확대를 위해 열병합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의 의무 구매, 비용 보조, 세금 면제 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분산전원의 필요성에 대한 당위를 넘어 분산전원 확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들을 마련하는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목표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역별로 전력 수급계획을 세우고 지자체가 수요관리와 생산을 통해 지역별 전력자립도를 높여나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대규모 산업체에 대해서는 상용자가발전 설치 비중을 일정비율 의무화해 자체 생산토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2의 밀양 사건과 일상화된 전력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분산전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하지만 분산전원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전력을 포함한 에너지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문제점과 이에 따른 공급설비의 증가 추세를 꺾지 않는 한 핵발전과 석탄화력과 같은 대규모 발전 시설의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기본계획 수요분과에서의 수요관리 정책 마련과 원전분과에서의 탈핵 정책 방향이 선결과제인 이유다.
발행일 : 20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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