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43.4% 운전 여유도가 4.7%로 낮아진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구온난화에 따라 울산의 신고리 핵발전소 3·4호기의 ‘최종열제거원(해수) 최고설계온도’를 높이면 운전 여유도가 기존의 43.3%에서 4.7%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해수 설계온도를 상향하는 ‘원자력 이용시설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했으나, 3회 심의 끝에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원안위는 이 안건을 잠시 심사 보류했으며 추후 재상정한다.
한수원은 기존의 신고리 3·4호기의 해수 설계온도를 애초에 31.6도로 하였으나 최근 34.9도로 상향하겠다는 운영변경허가를 원안위에 신청했다.
원안위가 8월 26일 공개한 회의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해수 설계온도를 상향할 시 운전 여유도가 크게 줄어들어 안전성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수원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담당자는 기준치를 만족한다는 견해다.
원안위 속기록을 보면, 8월 13일 노경완 KINS 고리규제실장은 원안위 회의에서 “기존에 31.6℃인 경우에 요구성능은 3.97이 되며 이때 43.3%의 운전여유도가 존재”하나, 해수온도를 34.9℃로 변경하면 “여유도가 4.7%로 변경되는 사항”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열교환기(CCW)의 운전성능은 요구 ‘열제거성능’ 7.0 이하를 만족하며, 실제로는 열교환기 성능여유도가 7.95라며, 운전여유도가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병령 위원은 애초에 해수 온도설계를 31.6℃로 하면서 건전성 여유도(margin)를 설정한 것이고, 안전여유도(=운전여유도)가 줄어들면 사고 확률은 증가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설계자들이 왜 설계 해수온도를 34.9라든가, 혹은 그보다 더 높게 하지 않고 31.6으로 제한했는가 이유를 우리가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하정구 위원은 설계운전 여유도 관점에서 보면 열교환기 용량을 키우면 충분한 설계운전 여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열교환기 용량을 키울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KINS는 안전여유도와 관계없이 ‘열제거성능’ 7.0 이하를 만족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정구 위원은 “우리가 일단 일반 공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운전여유도가 4.7%라는 것은,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숫자”라고 지적했다.
설비 강화 없이 ‘숫자’로만 여유도 맞추자
이경우 위원 이번에도 ‘꼼수’ 제시
그런데 이경우 위원은 회의에서 “원안위원들이 보기에, 저도 사실은 보기에 불편한 숫자가 바로 이 4.7입니다”라며,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계산해서 운전여유도가 10%보다도 좀 더 있다면 설계온도를 34.2℃로 변경하거나, 4.7의 운전여유도를 10%가 될 수 있는 수준까지를 올려놓자는 것이다. 이는 설비 용량을 늘리거나 하는 쪽으로 안전성을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수치상으로 10%의 운전여유도를 ‘맞추자’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KINS가 주장했던 “실제로는 열제거성능이 7.95”라는 주장을 염두게 둔 것으로 보인다.
이경우 위원은 신울진(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심사를 하면서도 KINS가 제시한 항공기 충돌 확률은 항공기재해도 평가를 해야 하는 수준이었음에도 ‘숫자’로 이를 조정하면 어떠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그는 “지금 좀 구차하지만 (중략) 새로 계산해서 우리가 비행금지구역하고 협의해서 설계기준에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으로 해서 제시하시든가”라고 하였고, 실제로 한수원과 KINS는 그동안 자신들이 제시한 수치가 오류였다며 새로운 항공기 충돌 확률을 다르게 계산하여 제시한 바 있다.
설비보강 등 필요하다
다른 발전소도 점검해야
진상현 위원은 KINS 검사원이 “사업자는 최종열제거원의 온도를 31.6에서 34.9로 3.3 상향하고자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하였다. 본 운영변경은 설비보강이나 증판 등 설계변경 없이”라는 표현과, “설계변경 없이 단순 해수온도 재평가에 근거하였으므로”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는 이미 KINS 검사원이 해수온도 설계변경의 문제를 알고 있었으나, 책임 있는 자들이 제대로 설비를 보강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었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음 심사 때 KINS의 책임자와 검사원이 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한수원은 이미 울진의 한울 1·2호기 설계 해수온도를 30도에서 31.6도로, 한울 3·4호기는 30도에서 31.5도로, 한울 5·6호기는 30도에서 32.4도로 상향했다. 또 고리 2호기는 27.8도를 36.1도로, 고리 3·4호기는 27.8도를 33.3도로 상향했다.
진상현 위원은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KEPCO)에게 다른 핵발전소의 설계해수온도 상향은 운전여유도가 어떻게 변경되었는지를 모두 자료로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원안위는 신고리 3·4호기 설계해수온도 운영변경허가안을 재상정하기로 하였으나, 146회와 147회 회의에는 재상정하지 않았다.
열교환기가 안전성을 확보 못 하면 발전소 1차 계통을 냉각시키지 못하는 비상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최종열제거원 설계온도 상향으로 인한 안전여유도 감소는 핵발전소 안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9월(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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