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핵발전소 건설 금지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법제도화 촉구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다. 10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1·2·3·4호기의 핵연료 데브리와 원자로는 수습도 못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발생하고, 아직도 피난 생활을 하는 주민이 있다. 핵연료 데브리란 핵연료가 녹으면서 제어봉 등 주변 물질을 녹인 후 식으면서 덩어리 상태로 된 것을 말한다.
전국 탈핵단체와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이 참여한 ‘후쿠시마 10주기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3월 6일 오후 2시 서울시민청 태평홀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10년, 선언을 넘어 실현으로 탈핵ONLINE> 행사를 했다. 준비위는 지난 10년 동안 전국에서 활동한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면서 행사를 시작했으며, 행사는 온라인 참여자와 함께 했으며 이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수많은 생명의 외침
집회에 참여해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이미애 종교환경회의 상임대표는 후쿠시마를 생각하면 지구 전체를 돌고 있을 고통이 온몸으로 느껴진다며, 후쿠시마에서 고향을 지킬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신음이 들린다고 했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땅, 하늘, 바다.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수많은 생명의 외침이 들린다. 지난달 후쿠시마에서 지진이 또 발생했는데 눈에 보이는 사람들의 고통도 안타깝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들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모든 생명이 평화로운 세상을 바란다고 했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해 분발합시다” ... 한·일 연대 호소
연대사는 일본의 무토 루이코 후쿠시마핵발전소 형사소송 지원단장이 했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일본 정부가 핵발전소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에너지기본계획에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해 핵발전 가동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핵발전 사고는 많은 사람을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했고, 인류가 감당할 수 없는 핵쓰레기가 나오고 반드시 피폭과 차별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핵발전 멈추고 핵 없는 사회를 위해 분발합시다”라며, 한·일 연대를 호소했다.
"우리가 이주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달라"
황분희 월성원전이주대책위 부위원장은 7년 전부터 이주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와 한수원으로부터 긍정적인 말을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도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차수막이 파괴되고 방사능이 지하수와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는데도 한수원은 이것이 발전소 부지 안에서만 일어나고 바깥은 괜찮다고 한다며, “지하수가 부지 안에서만 흐르나. 공기가 부지 안에만 머무는가. 주민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수원은 핵발전소 때문에 갑상선암이 생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주민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말한 뒤, 고준위핵폐기물도 한수원은 ‘임시 저장’이라고 하지만 갈 곳 없으면 영구시설 될 거고, “월성에 저 많은 폐기물 쌓아두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냐”라면서, 정부와 한수원이 이주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황 부위원장은 행사 참가자들에게 “전기를 손쉽게,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밝아지는 편안함 속에 (핵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의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우리가 이주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전기, 전 국민적인 해답 찾아나가야
남영란 탈핵부산시민연대 집행위원은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 과정은 졸속적이고 기만적이었으며, 핵발전소를 중단 없이 가동하기 위해서 임시시설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했다. 남영란 집행위원은 “그 과정에 고리1호기 해체계획서가 제출되었는데 해체계획서 역시 주민의 안전보다는 산업이익만 우위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위원은 한수원의 고리2호기 수명연장을 포함한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시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아울러 고리1호기를 전국의 시민이 영구정지시켰던 것처럼 지금도 전국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면서, “힘을 모아나가자. 전 국민이 사용하는 전기, 전국민적인 해답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용국 영광핵발전소 안전성확보를위한 공동행동 전 집행위원장은 영광핵발전소에서는 시험성적서 위조, 증기발생기 속에서 망치 발견, 냉각재 펌프 속에서 30cm짜리 드라이버 발견, 원자로 헤드 용접 부실 등 수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1989~1995년도까지 전국에서 영광으로 달려와 싸웠는데 그것은 영광 3~4호기 부실공사 때문이었음을 상기하며, 그 부실공사의 결과가 최근 격납건물에서 발견한 254개의 구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영광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후속조치로 설치한 격납건물 여과배기시설, 수소제거장치, 이동형 발전차량 등이 문제투성이라며 사업자나 정부를 믿기 어렵다고 했다.
"무절제한 소비 속에서 거대한 핵을 키운 것"
조완석 한살림연합 상임대표는 “뭇 생명의 두려움과 고통을 딛고 우리가 탈핵 소리를 외치는 자리에 함께해서 기쁘다”고 인사를 했다. 조 대표는 “온 생명을 위협하는 핵기술의 원인이 무엇인가. 사람과 사람의 분리, 지역과 중앙의 분리, 과잉생산 과잉소비. 무절제한 소비 속에서 거대한 핵을 키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괴물을 마주하고 있다.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다”면서, 현재의 효율을 위해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 조 대표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철회할 것, 한국정부는 신울진 3·4호기 건설 백지화와 탈원전 정책을 정상화할 것, 월성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누출 원인을 투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준비위는 행사 마지막에 선언문을 통해 정부에게 신규핵발전소 건설금지와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를 법으로 제도화할 것, 사고와 고장 등 위험한 핵발전소 조기에 폐쇄할 것,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탈핵을 책임 있게 실현할 것을 요구했다.
준비위는 이에 앞서 2월 25일 전국 동시다발 1인시위를 했다. 2월 9일에는 <후쿠시마 핵사고 10주년, 탈핵세상을 향한 한일공동토론회>를 열었다.
용석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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