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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슈

탈핵 사회를 위한 법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

 

∥탈핵 사회를 위한 법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

 

탈핵하기 위한 법 제도 개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재인 정부가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을 하지 않기로 선언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22일 신울진(한울) 34호기 핵발전소 공사계획 인가 기간을 2023년까지 연장했다. 산업부는 사업 재개가 아닌, 사업허가 취소 시 발생할 사업자인 한수원의 불이익을 방지하고 원한만 사업종료를 위해 제도마련 시까지 한시적으로 사업허가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절차와 제도 미비의 책임이 정부와 여당에게 있어 공약 후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4년간 이와 관련한 입법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정의행동은 224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탈핵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필요한 법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를 진행했다. 탈핵 사회를 위한 법제도 마련방안을 시민사회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며, 양기석 신부(창조보전연대 대표)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탈핵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필요한 법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 참석자

 

취약하고 불완전한 탈핵 정책

 

발제자인 김현우 탈핵신문 운영위원장은 현 정부의 탈핵정책을 대통령의 의지와 선언에 기댄 취약하고 불완전한 정책이라 평가하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도출된 탈핵 과제들을 정치적 공방으로 소모하지 않는 생산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서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 이후 탈핵의 가치와 근거를 마련하기보다는 급하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진행하고 뒤이어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공론화 직후 산업부는 탈원전 로드맵에 핵발전소의 단계적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산업보완대책이 내용으로 담겨있었지만, 해체연구소와 같은 폐로 산업과 핵발전소 수출 정책을 보완책으로 제시하면서 갈등의 씨앗을 남겼다. 이후 탈핵 정책에 대한 더 이상의 논의와 진척은 없었다. 대신 온실가스 감축 정책핵발전소 수출 정책’,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등에서 탈핵정책과 모순되거나 통합성 및 연계성이 부족한 정책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한 지역 및 산업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아 지역주민과 노동계로부터 반발이 본격화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탄소중립 2050 선언을 발표했지만, 이 계획에는 탈핵에 대한 고려와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그만큼 현 정부의 탈핵 정책은 대통령의 의지와 발언에만 기댄 취약하고 불완전한 정책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김현우 위원장은 여당의 책임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탈핵을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선언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에너지전환이 정부의 중요한 미래의제 임에도 여당의 최고위원이 온실가스 감축하려면 탈원전 해서는 안 된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하는데도 여당 지도부는 당내 토론은 물론 탈핵 정책을 뒷받침할 어떠한 정책개발과 후속 입법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제도화를 위한 쟁점들

 

대통령 선언을 바탕으로 전력 및 에너지의 행정계획으로 확장된 탈핵 정책은 차기 정부가 얼마든지 철회할 수 있다. 특히 2020년대는 이미 폐쇄 결정이 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외에도 모두 10기의 핵발전소 수명이 완료되는 만큼 법제도를 통한 탈핵의 안착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탈핵에 대한 정의와 탈핵의 시점, 탈핵 정책 결정 주체와 합의 방식 등 탈핵을 정책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탈핵 정책 결정 주체와 법제화 과정은 탈핵을 결정한 나라마다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도 상이하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 <에너지패키지(2011)>를 통해 2022년 탈핵 정책을 확정했다. ‘에너지패키지에는 6개 법 개정안과 1개의 강령이 담겨있는데, 이 중 원자력법 개정안에 “2022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문구를 넣음으로써 탈핵을 법제화했다.

 

대만 역시 2017전기사업법개정을 통해 탈핵을 법제화했다. 개정된 법안에는 모든 핵발전소를 2025년까지 전부 운전 정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2019, 이 조항은 찬핵진영의 요구로 진행한 국민투표에 따라 삭제되었다. 주민투표 이후 대만 정부는 핵발전소 폐쇄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사회적 갈등과 정책의 불안전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여러 차례의 국민투표를 통해 탈핵 정책을 결정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국민투표는 그것 자체로 사회적 의사결정 방식일 뿐만 아니라, 국민투표 결과가 직접적인 법적 효력을 가진다.

 

우리는 이들 사례에서 탈핵 정책의 사회적 합의와 제도화 방식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역시 기존의 법률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탈핵을 법제화할 수 있다. 독일과 같이 원자력안전법에 탈핵을 명시하는 방법, 또는 대만과 같이 전기사업법에 탈핵을 명시하는 방법, 그리고 현재 논의 중인 탄소 중립 이행법에 탈핵을 명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통해 현실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탈핵진영의 보다 집중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정치사회적 기반 조성 필요

 

2월 22일 열린 탈핵 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법 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 장면 

 

토론자로 나선 홍덕화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탈핵탈석탄탄소중립 정책을 적극적으로 결합해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하면서도, 현재 추진 중인 탄소중립 관련 법안과 탈핵 관련 법안이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고준위핵폐기물 관련 법안처럼 탈석탄탄소중립 법안에 포괄되지 않는 법안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탈핵을 상업용 핵발전소 수준으로 축소할 경우 핵의 군사적 이용과 연구용 시설 및 재처리 연구와 같은 핵기술 연구개발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탈핵의 시점을 앞당기자는 요구를 하는 가운데 설계수명 연장 중단을 위해 노후핵발전소 폐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주장은 경우에 따라서 탈핵진영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전체 발전량이 증가하면 핵발전 비중은 줄어들 수 있으므로 발전량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의 접근도 필요하다. 정책 결정 방식을 법률 제정이나 개정의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시민과 주민들의 참여가 제한될 수도 있기에 탈핵진영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홍 교수는 2020년대가 탈핵의 분기점이라는 평가에 동의한다면서, 단순히 핵발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성장주의나 생산주의 문제를 함께 바꿔 가능 방식, 즉 탈핵을 위한 정치사회적 기반을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선정수 뉴스톱 기자는 언론을 통해 탈핵에 대한 허위왜곡된 기사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탈핵 정책을 이번 정권의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노조를 비롯한 종사자들은 일자리가 축소된다고, 핵산업계 주주들은 경제적 측면, 학계는 일자리를 비롯해 명예와 신념의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산업부를 비롯한 공직 사회 내에서도 탈핵 정책에 대한 엇박자를 내고 있는데 이는 공식사회 내 탈핵에너지전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이에 경제지를 비롯한 보수언론이 광고주의 이익과 정권교체를 기대하며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선 기자는 탈핵 법제화를 통해 어느 정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에너지전환지원법의 제정, 일관성 있는 탈원전 정책의 수립, 공직 사회 내의 합의, 국민적 동의와 설득에 기반을 둔 정책 추진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국장은 토론에서 현재 탈핵의 내용이 에너지기본계획 및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것밖에 없다며, 정책 결정의 합의 수준과 정부 정책 변화를 고려했을 때 논란과 변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 국장은 안정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법제화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법제화의 기본 방향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 금지가 기본적으로 담겨있어야 하고, 핵발전소 수출금지와 안전성 확보, 핵폐기물 발생량을 고려한 탈핵의 시점도 담겨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과 지역의 피해지원, 지역 의견 수렴 방안도 법제화해야 한다고 했다.

 

탈핵의 법제화가 탈핵진영의 당면 과제지만 탈핵의 기본 방향과 로드맵에 대한 탈핵진영 내 논의가 시급하다는 것이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공동 된 의견으로 제출되었다.

 

정수희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1년 3월(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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