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 가족>은 미국 폭스사에서 1989년부터 30년째 방영하고 있는 인기 애니메이션이다. 노란색 피부의 평범한 소시민 가족 캐릭터를 통해 미국 자본주의의 난맥상과 일그러진 국가주의를 재치있게 풍자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핵에너지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다수 담고 있어서 관심과 함께 적잖은 논란도 불러오곤 했다. 배경이 되는 마을 스프링필드부터가 핵발전소 냉각탑이 랜드마크가 되고 있고 주인공인 호머 심슨도 핵발전소 직원으로서 종종 핵발전 사고에 연루된다. 미국 에너지부의 핵에너지 사무소는 2018년 4월 “심슨 가족이 핵에 대해 잘못 표현한 7가지”라는 글을 웹사이트에 게시했는데,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미국 에너지부 핵에너지 사무국 웹사이트
미국 에너지부의 핵에너지 사무소가 2018년 4월 자신의 웹사이트에 게재한 <심슨 가족이 핵에 대해 잘못 표현한 7가지>
1. 제어실 운전원은 홀로 작업하지 않는다
몇몇 에피소드에서 호머 심슨은 원자로 제어실에서 혼자 있지만, NRC(핵규제위원회)에 따르면 원자로 작동 중에 자격증을 가진 감독원과 운전원이 함께 있어야 한다.
2. 핵발전소는 잘 관리되고 있다
스프링필드 발전소는 만화 속에서 생쥐의 침입과 금이 간 냉각탑, 방사성 폐기물 누출 등 안전 위반 사례들로 악명 높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핵발전 노동을 수행하고 가까이 살기에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다.
3. 핵연료봉은 문진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만화에는 서류를 눌러놓은 핵연료봉이 나오지만,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선량 물질은 원격 크레인으로 조심스레 운송된다.
4. 사용후핵연료는 액체가 아니다
만화는 방사성 폐기물을 거대한 드럼 용기와 파이프에서 스며 나오는 녹색의 칙칙한 액체로 묘사하곤 한다. 하지만 현재의 원자로에서 핵연료는 금속 연료봉으로 구성되며, 사용후에는 40피트 깊이의 임시 저장수조에 보관되었다가 강철과 콘크리트 재질의 용기에 넣어진다.
5. 핵폐기물은 안전하게 보관된다
방사성 폐기물은 스프링필드 마을의 바다와 나무, 놀이터 등에 부주의하게 버려지는 것으로 나오지만, 사용후핵연료는 전국 100개 이상의 원자로 및 저장고에 안전하고 보관된다. 핵발전소 부지 보관은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미국 에너지부는 영구 처분장과 중간 처분장을 위한 자금을 요청하고 있다.
6. 핵발전소는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는다
만화에 나오는 눈이 세 개 달린 물고기나 무서운 돌연변이 거미를 잊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핵발전소는 수증기 외에는 환경에 어떤 오염 물질도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생물들을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핵발전소 옆에 사는 것보다 화강암 식탁을 쓰는 게 더 많은 방사선을 맞게 된다.
7. 핵발전소는 아무 데서나 제어판 장치를 구입하지 않는다
한 에피소드에서 호머는 자신의 제어판에 음료를 쏟고는 오크리지 연구소에 새 장치를 주문한다. 하지만 대체 부품은 검증된 공급자를 통해 조달되며 특별한 전문 기술로 설치된다.
미국 핵에너지 사무소는 자신들이 지적할 수 있는 많은 다른 사례들이 있지만, 이 애니메이션이 즐거움을 위한 패러디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스프링필드의 두 원자로가 30년 가까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무공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만화는 일정하게 극적인 풍자나 왜곡을 담고 있고, 핵에너지 사무소의 설명 역시 맞는 것도 있지만 불충분하거나 틀린 것도 있다. 이러한 것들 역시 핵발전이 갖는 통제하기 어려운 속성과 복잡성을 반영하는 것이며, 동시에 핵에너지부가 <심슨 가족> 같은 문화 생산물이 대중들에게 갖는 영향력을 얼마나 염려하는지도 짐작하게 한다.
김현우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11월(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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