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은정 월성핵쓰레기장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주민투표는 옳지 않은 것에 대항하는 싸움이다”
그녀의 자동차에는 선전물과 엠프, 휴대용 책상과 서명 용지가 가득 실려있다. 울산 북구 곳곳의 장터와 마트 앞에 전을 펴고, 공원과 등산로 입구에서도 전을 펴고, 아파트 앞에서도 전을 편다. 앰프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에는 핵쓰레기장 건설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의자가 실려있다. 17만 명의 유권자 중 주민투표에 6만 명 이상의 주민을 참여시키려는 발걸음은 아침부터 밤까지 바쁘다. 월성핵발전소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추가건설 찬반 울산북구 주민투표를 앞두고 주민투표운동본부 이은정 대표를 만났다.
△ 이은정 월성핵쓰레기장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가 울산 북구 모 마트 앞에서 핵쓰레기장 문제를 설명하며, 주민투표 동의서명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용석록
- 주민투표운동본부가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해 달라
월성핵쓰레기장 추가건설 반대 울산북구대책위가 맥스터를 막아내려는 방법으로 주민투표를 고민했고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에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 6만 명 이상의 주민을 투표에 참여시켜야 하고, 2억원 가량의 주민투표 예산. 그것이 가능하냐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러면 어떻게 맥스터를 막아낼 것인가. 많은 논의 끝에 현재 진행되는 재검토위원회의 공론화 방식을 막아내려면 울산 북구 주민들의 직접적인 주민투표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북구대책위가 제안한 주민투표를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이 함께 하기로 나서면서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가 만들어졌고, 주민투표 관리위원회도 출범했다. 울산지역의 95개 단체와 2명의 구의원으로 구성된 주민투표운동본부는 회원 수로 보면 12만 명이 넘는다.
- 주민투표운동본부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북구 주민을 대상으로 선전전과 주민투표 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 최소 6만 명 이상의 주민투표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민투표 동의 서명을 해준 주민들은 전자투표가 가능하다. 그리고 울산 북구 주민들에게 직접 우리가 나서서 주민투표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선전전도 아파트 곳곳, 시장 곳곳,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하고 있다.
-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
굉장히 참여가 높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모르고 계시다가 “울산 북구와 7km 인접해 있는 월성핵쓰레기장이 들어선다는데 왜 우리한테는 안 알려주고 짓느냐”, “이런 위험시설은 우리한테도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같이 분노하시고 주민투표를 꼭 하겠다고 말한다.
△ 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은정 대표
북구는 약 8만 세대 가운데 6만 세대 이상이 아파트다. 전체 다는 아니지만 많은 아파트 입주자대표, 동대표 등이 주민투표 안내문 부착을 허락해주고 있다. 아파트 호별 방문을 위해 안내방송을 해주는 아파트도 있다.
북구주민은 물론 울산시민들과 전국 탈핵시민들의 폭발적인 참여가 있다면 6만 명 이상의 주민투표가 가능할 것 같다. 많은 분이 5월 한 달 동안은 울산 북구로 오셔서, 함께 주민투표 동의서명도 받으러 다니고, 6월 5일과 6일 본투표 때에는 투표소 자원봉사도 하고, 함께 해주시면 좋겠다.
- 주민투표를 성공하더라도 맥스터가 건설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던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운동본부 회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내 생각은 주민투표 결과를 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을 만나서 담판 지어야 하지 않겠나. 6만 명 이상이 직접 주민투표를 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시설을 짓는다면서, 방사성 비상계획구역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한테는 그 사실을 알려주지도 않고, 설명하지도 않고, 의견도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제대로 수립하려면, 핵폐기물의 존재를 전 국민들에게 다 알려야 한다. 40년 동안 전기는 우리 세대가 쓰고, 최종처분장도 없이 임시시설을 계속 짓는 것이 맞는지, 10만 년 방사능 핵쓰레기를 우리가 대안 마련도 못하면서 미래세대에 떠안게 하는 것이 맞는지 전국민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 가능하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금의 탈원전 정책을 누가 비틀고 있는지 정확히 봐야 한다. 바로 고질적인 행정관료들과 핵마피아 집단이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 발목을 잡는 것 아닌가. 우리는 그 행정관료와 핵마피아 집단과 싸우는 것이다. 시민사회가 대통령에게 요구해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시민사회를 배제하고, 맥스터를 짓기 위한 공론화 설계를 하는 것이 누구 책임인가. 청와대가 지금 이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이것은 산업부만이 아니라 향후 현 정부, 문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잘못된 행정으로 평가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해서, 전 국민적인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 우리는 최종처분장 없이 핵발전소 부지 안에 계속 늘려나가는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분명하게 반대한다. 이 목소리를 주민투표를 통해 명확히 하여 큰 힘을 만들 것이다. 그래도 문재인 대통령이 6만 명 이상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청와대와도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은정 대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지치지 않고 해내는 지구력이 있다. 이은정(오른쪽) 대표가 울산북구 박상진 호수공원 앞에서 선전전 중 사진 찍는 동료에게 웃음으로 답하고 있다. ⓒ이창숙
- 산업부나 재검토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론화를 하겠다던데?
현재 재검토위원회 구성 자체가 처음부터 공정하지도 않고 투명하지도 않다. 150명의 경주시민들한테만 임시저장시설 건설 여부를 물어보고 결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틀렸다. 이것이 공정한 것인가? 회의록 공개도 안 하고, 회의결과를 2주나 한 달 뒤에 공개하는 것이 투명한 것인가?
- 그동안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사용후핵연료, 핵쓰레기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은 2017년 신고리 5·6호기 싸움에서였다. 그 전에는 몰랐다. 핵발전소는 사고 나면 엄청 위험하다, 그런 정도를 알고 있었다. 핵폐기물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것은 2018년 울산 탈핵학교다. 핵발전소 가동하면 반드시 10만 년 가는 방사능 핵쓰레기가 나온다거나 이걸 안전하게 영구처분할 방법이 세계적으로 아직 없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다. 핵쓰레기 문제 외에 울산시민연대 북구모임 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주로 시민참여 활동을 하고 있다.
-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상임공동대표라는 이런 큰 자리가 여전히 어색하다. 단체들을 모두 아우르며 간다는 것, 그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 주민투표를 두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무모한 일을 왜 하려고 하느냐, 어떻게 책임질 거냐 등…. 그러나 다 이길 싸움이라면 싸울 필요도 없는 거 아닐까.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이길 거 같지 않아서 싸우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마음이 괴로울 거 같다.
용석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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