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_ 변영철 갑상선암 공동소송 대표변호사
한수원의 거짓말 끝까지 밝혀내겠다
균도소송 대법원 기각에 헌법소원 준비 중
1월 17일 대법원(이기택 대법관)이 ‘균도네 소송’ 상고심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민심의 변영철 변호사는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며, 4월 8일 재개되는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심리불속행이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형사사건을 제외하고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대법원에서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사건을 기각하는 제도다. 대법원이 ‘균도네 소송’을 심리 없이 기각한 것은 정당한 것인가? 변영철 변호사는 “심리불속행 기각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 변영철 변호사가 2019년 8월 14일 '균도네 소송' 2심 판결을 앞두고 부산고등법원 법정으로 들어가는 장면 ⓒ용석록
변영철 변호사는 2012년부터 저선량 방사선과 주민 건강 인과관계를 두고 벌써 9년째 싸우고 있지만, 아직 싸움은 진행 중이다. ‘균도네 소송’과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민심 변영철 변호사를 만나서 향후 대응 계획을 알아봤다.
- 대법 심리불속행 기각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까지 국내에 원자력손해배상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다. 기존 판례가 있다면 그 판례를 예로 심리불속행 기각도 가능하다. 그런데 현재 대법에 원자력손해배상에 관한 아무 판례가 없다. 그렇다면 현 대법원은 이 사건을 통해 그 판례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각 이유도 밝히지 않고 심리불속행 처리했다. 심리불속행은 판례 없으면 쓸 수 없게 돼 있다. 이번에 대법원은 기각 이유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이라고 할 수 없다. 사법부는 해석이 핵심이다. 원자력손해배상법의 ‘원자로 운전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 판례가 없는데 심리불속행은 말도 안 된다.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를 대법관이 법 위반한 것이다.
- 고등법원 판결에서 아쉬운 점은?
‘균도네 소송’에서 원고가 갑상선암에 걸렸고, 그 원인 증거자료로 역학조사 결과를 제출했다. 핵발전소 최인접지역은 먼 거리에 비해 갑상선암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상대위험도 2.0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원자력으로 인한 손해라는 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고등법원 재판부는 이것을 인정 안 했다.
균도 가족은 가족력에 의한 유전자가 아니라는 게 확인되었다. 이 정도 사실이 확인되면 다른 요인 입증 못 하면 진다. 이것이 공해소송의 법리다. 그런데 재판부는 “정형적 사상 경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입증 못 하는 것은 가해자도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환경 관련 판례는 상대위험도 2.0 이상을 인정한다. 고등법원이 이것을 인정하지 않아서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대법원도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다.
- 방사성물질이 공해물질로 인정 안 되나?
방사성물질이 공해물질과 뭐가 다른가. 2심 판결은 정형적 사상 경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방사성물질은 가장 강력한 규제물질이다. 마시고 죽고를 반복하고 더 죽어야 발암물질로 인정하는데 이것은 이치에 안 맞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방사성물질로 인한 피해를 인정하게 할 것이다. 공해소송의 법리를 어떻게 깨냐? 입증 못 해서 법리가 나왔는데 원고가 어떻게 입증하나. 그런데 방사성물질은 공해물질이 아니라니. 공해소송의 굳건한 법리를 대법원이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토양 침적인자 감소가
갑상선 피폭선량 감소에
영향 끼치는지 확인 필요
- 갑상선암 공동소송 준비는 잘 돼 가는지?
현재 사실조회를 2건 신청한 상태다. 1993년 요오드-131의 외부환경 방출량이 1979년에 비하여 약 8.32배 증가하였으나, 기체 갑상선 피폭선량은 1993년 0.06mSv, 1979년 0.0591 mSv로 거의 같은 수준을 보인다. 그 이유를 확인하여 피고의 갑상선 피폭선량 계산에 오류가 있음을 밝히려고 한다.
한수원은 2심 재판에서 “토양침적인자의 경우 1993년이 1979년에 비하여 약 10배 감소함에 따라 위 두 해의 갑상선 피폭선량이 거의 동일하게 평가된 것”이라고 밝히면서 토양침적인자 10.4배 감소가 갑상선 피폭선량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사선방어학회지(제39권)에 게재된 논문 내용은 “세슘-137과 요오드-131 핵종 모두 총 피폭선량 기준 흡입에 의한 피폭이 90% 이상을 차지했으며, 지표침적에 의한 피폭은 기껏해야 10% 미만을 나타냈다”라고 밝혔다. 요오드-131은 흡입에 의한 피폭이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토양침적인자의 감소가 어떻게 갑상선 피폭선량의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밝히려는 것이다.
△ 갑상선암 공동소송에 참여한 주민들이 변영철 변호사와 소송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용석록
또 다른 사실조회는 고리1호기 원자로 건설 허가 당시의 원자로 설계기준 내용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고리1호기 환경방사능 종합평가」(1980. 9.)에 의하면, “아직 한국의 독자적인 계산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미국의 계산방법과 가정에 기초를 두고 계산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고리1호기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연방규정 ‘10 CFR 50’을 적용했다면, 액체 방사성폐기물의 경우, 비제한구역에 있는 개인들에 대하여 어떠한 피폭 경로로도 모든 인체 장기에 대해 10 mrem(0.1 mSv)을 초과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확인되면 한수원이 법을 위반한 것이 드러나게 된다.
- 소송하면서 많이 힘들 것 같다
아쉬운 것을 들자면, 활동가들의 관심이 갈수록 떨어지고 피드백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준비서면 작성할 때 엄청 공들여서 작성하는데 읽어보기는 하는지 모르겠다. 시작할 때는 엄청 분위기 좋았는데 지고 나니 물어보지도 않는다. 부산에서 소송 쟁점에 대해 한 번 강연한 적이 있었는데, 정리하면서 많이 배웠다. 시민에게 설명할 장을 열어줌으로써 서로 공부가 된 것이다. 한번은 대전에서 3~4년 전에 ECRR 책 만들고 번역할 때 설명회를 열었는데 그때도 공부가 많이 됐다. 이 두 번의 강연 외에는 탈핵 활동가들이 초기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졌다. 조금 섭섭하다. 그러나 이해는 한다.
- 변호사 생활 언제부터 했나
41살 때부터 변호사 생활했다. 노동운동 하다가 해고되고 학원강사, 용접공, 노조 상근 등을 했으나 안 되겠더라. 먹고 살길이 막막하여 1997년부터 공부해서 2000년에 합격했다.
- 갑상선암 소송 시작한 계기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가 1979년보다 1993년에 갑상선 환경방사선이 8배 높게 나왔다는 정보를 줬다. 이것이 소송 끝까지 파헤치는 단초가 되었다. 또 갑상선암 공동소송 원고 618명을 보면서 확신이 들었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했다.
- 소송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법원 인지대와 송달료, 감정비 등의 비용만 받고 변호사 보수는 하나도 못 받았다. 오히려 감정비가 부족해서 1억원 정도를 법무법인 민심에서 냈다. 다시 거두려다가 못 걷었다. 벌써 8~9년째 이러고 있는데 618명과 함께 끝까지 갈 거다. 3~4년 더 안 걸리겠나. 618명 데리고 대법까지 갈 거다. 한수원의 거짓을 끝내 밝히고 말겠다.
변영철 변호사는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는 방사선 피폭과 건강 영향에 관해 이야기 나눌 때는 거친 소리도 서슴없이 나왔다. 방사선과 건강 영향 연관성을 10년 가까이 잡고 싸우는 그의 웃음 너머에서, 신념과 고뇌가 묻어져 나온다.
용석록 편집위원
탈핵신문 2020년 3월(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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